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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대표, 조율 한번 해주세요

국힘 ‘공소취소-정계개편-연임’ 패키지 공세 가열… 당정청 입장 절충해 국민 설득할 결론 도출해야
등록 2026-08-20 21:35 수정 2026-08-22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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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026년 8월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겨레 윤운식 선임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026년 8월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겨레 윤운식 선임기자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집권여당의 새 대표가 됐다. 여당 주변에선 김민석 대표가 전당대회 과정에서 발생한 분열을 어떻게 극복할지, 지도부에 무사히 입성한 ‘친정청래계’ 최고위원 세 명은 이후 어떤 행보를 할지에 대해 여러 예상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보수 진영의 관심은 포인트가 좀 다른 것 같다. 김민석 대표가 연임 개헌과 공소취소를 추진할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인 듯하다. 이들은 전당대회 과정에서 김 대표가 한겨레와 한 인터뷰를 계속 거론한다. “조작된 기소는 취소하는 것이 원칙이다. 잘못된 기소가 이뤄졌는데도 재판을 통해 해결하란 것은 폭력이고 야만이다”라고 한 발언이 담긴 이 기사는, 김 대표의 임무가 이재명 대통령 사건에 대한 공소를 취소하게 하는 것이라는 주장의 근거로 회자되고 있다.

이와 함께 언급되는 연임 개헌론은 대통령과 국민의힘 의원들의 골프 회동에서 나온 얘기가 근거다.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이 조선일보에 이 대통령이 “내 임기를 단축해서라도 개헌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전하면서 시작된 이 이야기는 보도가 나온 당일부터 보수정치 전반을 술렁이게 했는데, 마치 이혜훈 전 의원이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을 때와 비슷한 분위기였다. 이 대통령이 개헌 연대를 통해 보수 인사 영입을 또 시도하면 그러잖아도 허약해진 상태인 보수 진영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퍼진 것이다.

 

가능하지 않은 전제들

 

흥미로운 대목은 이 불안이 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정계개편론-개헌을 묶는 방식으로 표출됐다는 것이다. 여당이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퇴임 후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정계개편으로 판을 바꾸고 연임 개헌을 추진하지 않겠느냐는 식의 주장이다. 이 대통령이 이 논란을 수습하기 위해 “대통령 임기는 4년 중임 또는 4년 연임제로 변경해 중간평가를 통한 책임정치가 가능하도록 하며 개헌을 위해 대통령 임기 단축이 필요하다면 이를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이 2022년 대선 당시 저의 공식 입장이었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직접 밝혔음에도 이런 주장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조금만 따져보면 이는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개헌선을 넘기는 수의 국회의원을 확보하는 정계개편을 하려면 적어도 국민의힘에서 의원 10명 이상이 넘어와야 한다. 이걸 정계개편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아무튼 이건 가능한 일인가? 이 대통령에게서 골프 제안을 받았다는 주호영, 김태호, 신성범, 최형두 의원 등의 지역구는 영남권이다. 이들은 김 의원을 제외하면 보수 강세 지역에서 높은 지지율로 당선됐다. 다음 총선에 출마할 생각이 없다면 모를까, 이 대통령이 주도하는 정계개편에 참여하기는 쉽지 않다. 영남권에서 특별히 대통령 인기가 높다면 또 모를 일이겠지만, 다음 총선은 이 대통령이 임기 반환점을 돈 상태에서 치러진다. 오히려 견제 심리가 커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수도권 접전지 등이라면 다를까? 부동산 세제개편안 등으로 뒤숭숭한 상황을 보면 오히려 반사이익을 기대해볼 수 있는 상황이다. 보수 진영의 차기 대권 주자와 그 주변 사람들 역시 정계개편에 참여하기 어렵다. 5년 단임제에서 정권 말기 대통령의 인기는 떨어진 상태일 수밖에 없는데, 그때 현 정권의 반대 세력으로서 깃발을 드는 게 대권 가도에는 더 도움이 되리란 생각이 들 것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데 무슨 수로 대통령발 정계개편을 시도하겠는가?

무엇보다 연임 개헌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현행 헌법이 개헌을 통한 현직 대통령의 연임을 사실상 막고 있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의 회동 자리에서 연임 개헌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이미 강조했다. 조정식 국회의장의 실언 사태 때는 대통령이 국외 순방 중인 상황에서 청와대 비서실장과 참모들이 줄줄이 나와 같은 입장을 내놓았다. 그런데도 ‘불가능하다고 했지, 연임 안 한다고는 안 했다’는 논리로 또다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총선 지고 정권 재창출도 실패한다면

 

그럼에도 개헌 동력을 살리기 위해 대통령이 연임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권력구조 개편도 중요하지만,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넣고,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를 막는 등의 개헌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도적으로 연임이 이미 불가능한데, 새삼 연임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라는 지적도 있다. 오히려 특별히 부정하지 않는다면 연임이 가능한 것처럼 인식하게 하는, 부적절한 선례가 될 수도 있다.

여기서 보수정치의 연임 개헌 공세가 애초에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를 겨냥한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즉, 이들이 가능하지도 않은 연임 개헌에 대한 반대를 반복해서 외치는 것은 사법리스크를 ‘독재’와 연결짓기 위해서다. 보수정치에 개헌론이란 ‘이 대통령은 살아남기 위해 독재적 행위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이란 이미지를 확산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핵심은 연임 개헌이 아니라 공소취소다.

이 정권은 공소취소에 꽤 진심이라는 인상을 준다. 여당이 조작기소 특검을 추진하는 상황에 법무부가 검찰인권존중미래위원회를 통해 공소취소가 가능한 대통령 유관 사건을 다수 들여다보기로 한 것을 보면 그렇다. 물론 ‘조작기소’의 증거, 그러니까 검사들의 용서받을 수 없는 만행이 유권자 다수의 고개를 끄덕이게 할 정도라는 게 확인된다면 공소취소는 당연히 이뤄질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개별 정치인들, 여당, 정부의 몇 겹에 걸친 시도는 오히려 정당한 처분에 대해서도 공격의 빌미를 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 공격은 시간이 갈수록 지금 집권 세력에 아픈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당장 지난 지방선거 때의 경험을 돌이켜보라. 총선은 어떻게 될까? 총선에서 지고 이후 정권 재창출에도 실패한다면 모든 게 무위로 돌아간다. 검찰은 부활할 것이고, 이 문제는 정치 보복이라는 논란의 대상이 될 것이다. 이 과정에 대해 기를 쓰고 흠을 잡으려 들지 않겠는가?

 

성공한 개헌 대통령 만들 여당 대표의 책임

 

그래서 김민석 대표가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김 대표의 장점은 조율 능력이다. 국무총리직을 수행하면서 이 점을 인정받았다. 당정청의 입장을 조율해 이 문제를 무리하지 않는 방식으로, 다수 유권자가 수용 가능한 정치적 결론이 나오도록 절충해야 한다.

보수언론은 김 대표를 청와대 하수인 같은 존재로 묘사하지만, 이건 오히려 김 대표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대통령과 대립하는 과정을 거쳐 탄생한 당대표였다면, 이 문제는 정치적 알리바이로 삼고 다른 사안에서 자신의 입장을 관철하려 했을 것이다. 그러려면 이 사안과 관련해 남들보다 한술 더 떠야 하고, 그렇게 되면 조율은 불가능해진다. 그러나 김 대표는 입장이 다르다. 방법을 고안해내고 설득할 것은 설득해야 한다. 보수 진영의 공소취소 관련 공세를 더는 불가능하도록 만들고, 권력구조 개편은 물론 윤석열식 내란 방지와 정치개혁까지 아우르는 개헌을 실현해야 한다. 여당 대표로서 성공한 개헌 대통령을 만들어야 김 대표의 미래도 활짝 열린다.

 

김민하 정치평론가

한겨레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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