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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다르크’ 눈치 보는 장동혁과 칼 빼든 오세훈, 국힘의 오월동주

사퇴 요구 맞서 ‘전국 재선거’ 배수진 친 장동혁… ‘공천권 쥔 당권’ 노리며 시기 저울질하는 반대파
등록 2026-06-18 20:01 수정 2026-06-22 10:05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026년 6월16일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반발한 시민들이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을 찾아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026년 6월16일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반발한 시민들이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을 찾아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올공(올림픽공원) 시위’가 변질됐다고들 한다. 애초에 참정권 훼손에 대해 분노하며 ‘재선거’만 외치던 시민들이 어느새 사라지고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란 부정선거론자들의 구호가 시위 현장을 점령했다는 것이다. ‘재선거’를 외칠 때만 해도 마스크를 쓰고 집회에 참가했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제 환하게 웃는 얼굴로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 구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사진에 등장한다. 그런데 어떤 면에선 이게 애초에 정해진 결말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가령 상대적으로 온건해 보이는 ‘재선거’ 구호 역시 애초에는 극우 유튜버 등 부정선거론자들이 주장한 거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당선이 확정된 직후만 해도 국민의힘은 재선거를 주장할 생각이 없었는데, 이들을 향해 부정선거론자들이 ‘손해를 보더라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논리로 주장한 게 ‘재선거’였다. 그런데 언론 표현으로 ‘순수한 시민’들이 ‘부정선거’ 구호는 말하지 말라고 하니 구도가 바뀐 것이다. 그러나 이유가 무엇이든 재선거를 관철한다는 공통 목표와 기득권에 대항한다는 인식을 함께하는 상황에선 결국 조직화된 쪽이 주도권을 가져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이 시위를 ‘순수한 시민’ 일부가 오히려 부정선거론을 학습해가는 장이 되고 있다고 평한다.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올다르크’

 

아무튼, 이러한 상태가 된 시위대의 횡포에 자기 사무실에도 들어가지 못하던 대한체육회 사람들이 참다못해 공권력의 역할을 요청하자 국민의힘 지도부는 오랜만에 그나마 정당 역할 수행을 시도했다. 경찰과 시위대 사이에 중재 역할을 자임해 국민의힘 의원과 방송사 카메라가 체육회 사람들과 함께 핸드볼경기장 사무실에 진입한다는 등의 합의를 이뤄낸 것이다. 그러나 ‘올다르크’(올림픽공원 잔다르크)란 별명을 얻게 된 한 시위 참가자가 성조기를 두르고 장판파의 장비처럼 버티고 서서 사무실 진입을 완강히 막자 합의는 물거품이 됐다.

왜 이렇게 된 것인가? 부정선거론자들이 공유하는 담론 구조를 봐야 한다. 부정선거론자들은 윤석열이 손해를 감수하고 부정선거를 확인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으며, 한국의 기득권이 중국 공산당에 장악돼 있어 진실을 밝히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직접 개입해 부정선거의 진실을 확인하고 윤석열을 풀어줘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 서사 안에서 장동혁 대표는 놀랍게도 기회주의자로 평가된 바 있다. 지방선거 전 국민의힘이 ‘절윤 결의문’을 냈기 때문이다. 갈수록 입지가 더 좁아져 기댈 데가 없는 장 대표 입장에선 이 평가부터 만회해야 한다. 부정선거론에 사실상 동조하자 이들 사이에 장 대표의 인기는 치솟았지만 불신하는 이는 아직 남아 있다. ‘올다르크’ 전설의 탄생은 이러한 사정 덕분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장 대표는 이런 행보에 더욱 박차를 가할 모양인지 ‘전국 재선거’를 목표로 내걸고 일부 지역에 대한 선거소청을 제기하기로 했다. 이 대상 지역에는 자신들이 승리한 서울시도 포함됐는데, 잘 이해되지 않는 일이다.

국민의힘이 내세우는 선거소청의 이유에 대해 주류를 등에 업고 당선된 정점식 원내대표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국민의 참정권이 훼손됐으므로, 이 일이 실제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줬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논리를 댔다. 대상 지역에 서울이 포함된 이유에 대해서도 정 원내대표는 같은 논리로 설명했는데, 오세훈 서울시장 쪽의 반발 기류가 있자 정 원내대표가 직접 전화해서 진의를 설명해 ‘톤다운’ 시켰다는 얘기도 나왔다.

 

2027년 2월까지 ‘오월동주’할 가능성

 

그러나 장동혁 대표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문제 지역을 더 찾아내 선거소청의 범위를 확대하고 전국적으로 재선거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이다. 앞서 정 원내대표 설명을 듣고 고개를 갸우뚱하던 오세훈 시장 쪽은 재차 장 대표의 퇴진을 요구했다. 장 대표는 이에 개의치 않는 듯 “우리가 이긴 선거라서 싸우지 않겠다고 하면 참정권 침해를 해결하겠다는 말을 무슨 명분으로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즉, 진정성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서울을 포함한 재선거를 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장 대표의 이런 논리에 공감하는 사람은 부정선거론자들 외엔 거의 없다. 재선거가 ‘자기희생’이 되려면 최소한 장 대표 본인의 손해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실제 손해를 보는 건 이미 당선된 사람들이다. 그러니 오히려 정치적 대척점에 있는 오세훈 시장과 같은 이들에게 타격을 주려는 의도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는 것이다.

결국 의원총회는 성토대회가 됐다. 국민의힘 다수 의원이 장 대표의 사퇴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폈다. 구주류 소속 일부 의원만이 상황을 좀더 지켜보자는 입장이었다고 하는데, 이들을 제외하면 장동혁 체제는 지도력을 잃었고 더는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것에 중론이 모인 것 같다.

그렇다면 장동혁 체제는 곧 무너질까? 그리 될 것 같지는 않다. 장 대표가 사퇴하거나 최고위원 4명 이상이 그만둬야 하는데, 그런 상황은 일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오히려 장 대표는 재선거 요구를 핑계로 대면서 최근 일부 여론조사의 지지율 상승 등을 자신의 공으로 돌리고 있다

일단 장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지만 당내의 계산법도 복잡하다. 당헌·당규상 임기가 6개월 이상 남은 시점에서 새로 선출된 당대표는 잔여 임기를 수행하게 된다. 장 대표의 임기는 2027년 8월까지다. 즉, 대표를 새로 선출하더라도 공천권을 행사할 수 없는데 누가 나서겠냐는 거다. 이런 계산이라면 당권 경쟁의 조건은 2027년 2월이 돼야 마련된다는 건데, 안이한 인식이다.

 

망해가는 집안에서 가재도구 쟁탈전

 

이런 생각이라면 국민의힘 사람들이 지금 장 대표를 성토하는 것이 과연 부정선거론이라는 비상식에 올라탔기 때문일까 하는 의문도 생긴다. 앞으로 보수정치의 향방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살아 돌아온 오세훈 시장과 무소속 한동훈 의원의 행보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한 의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사람들이 아직 껄끄러운 감정을 갖는 거 같다. 지지층이 미워하는데다 자신들이 제명을 결정한 과거가 있어 부담스러워서 그런지 모르겠다. 반면 오 시장은 포지션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부담은 덜한 존재이다. 현직 서울시장이라 당내 정치에서의 움직임이 제한적이고 장 대표와의 갈등을 제외하면 특별히 당내 특정 세력과 척을 질 만한 일을 한 적도 없다.

그렇다면 당내의 반발은 장 대표가 음모론에 올라타서가 아니라 재선거 요구로 오 시장에게 칼을 겨눈 것처럼 됐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것이다. 이 맥락이라면 오 시장이 장 대표를 사실상 버린 주류와 연합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러면 한 의원의 복당 문제도 영향받을 수밖에 없는데, 유권자 눈에는 망한 집안에서 가재도구라도 챙기려는 사람들처럼 보일 것이다. 일단 당을 극단적 음모론으로부터 끄집어내는 게 급선무 아닌가? 대체 뭘 하는 건가?

 

김민하 정치평론가

한겨레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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