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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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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바람이라더니, 적자의 한숨이 불었다

백암산 케이블카 3시간 체험기…15분 탑승 뒤 남은 질문, 우후죽순 케이블카이 사업, 누구를 위한 것인가
등록 2026-05-29 10:45 수정 2026-06-01 09:57
2026년 5월24일 강원도 양양군 양양오일장에서 선거유세가 이뤄지는 가운데 양양군민과 환경단체 회원들이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백지화를 요구하는 손팻말을 치켜들고 있다. 녹색연합 제공

2026년 5월24일 강원도 양양군 양양오일장에서 선거유세가 이뤄지는 가운데 양양군민과 환경단체 회원들이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백지화를 요구하는 손팻말을 치켜들고 있다. 녹색연합 제공


 

선거가 가까워지면 산과 바다, 호수와 강은 다시 관광자원 개발 공약의 무대가 된다. 인구 감소, 상권 침체, 관광객 부족 현상을 해결하겠다며 케이블카·산악열차·모노레일이 공약집에 오른다. 그중 대표 상품이 케이블카다.

녹색연합 자료를 보면, 전국에서 운영 중인 관광용 케이블카는 41곳이다. 여기에 44개 사업이 추진되거나 검토 중이다.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가깝고, 흑자를 내는 곳은 두세 곳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런데도 케이블카는 선거철마다 새로운 해법인 듯 다시 등장한다.

6·3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도 케이블카 공약은 여러 지역에서 확인됐다. 충북도지사 선거에서는 속리산 케이블카 재추진·공론화가 거론됐고(김영환 국민의힘 후보), 보은군수 선거에서도 다수 후보가 속리산 케이블카 추진을 내걸었다. 경북 영주시장 선거에서는 소백산국립공원 케이블카가 핵심 공약(황병직 국민의힘 후보)으로 제시됐고, 강원 동해시장 선거에서는 해상케이블카 추진(김기하 국민의힘 후보)이 들어갔다. 충북 청주시장 선거의 청남대~문의 생태·친환경 케이블카(이장섭 더불어민주당 후보), 제주 서귀포시 보궐선거의 동서 횡단 케이블카(고기철 국민의힘 후보), 제주도의원 한림읍 선거의 비양도 해상케이블카(김도엽 민주당 후보)도 확인됐다. 적자와 생태 훼손, 안전 문제, 지역 갈등 사례가 적지 않지만, 케이블카는 선거 때마다 “이번에는 다르다”는 말짱한 얼굴로 돌아온다.

 

백암산에서 본 ‘생태 없는 개발 공약’

 

강원도 화천군 백암산 케이블카는 온갖 우려를 밀어두고 추진한 케이블카가 왜 실패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반면교사다. 백암산 케이블카는 10년 넘는 논란과 8년의 공사 끝에 2022년 10월 운행을 시작했다. 2009년 환경영향평가서에는 빠져 있던 사향노루 서식 사실이 2011년 국립환경과학원 조사로 확인됐다. 사향노루는 국내에 50마리 정도 남은 절멸 위기 상태다. 이 일대는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이자 산사태 위험 1등급 지역, 지뢰지대이기도 했다. 그런데도 사업은 강행됐다. 애초 170억원이라던 사업비는 410억원으로 불어났다. 방문객은 예상치인 한 해 최대 18만 명에 훨씬 못 미치는 2만 명 수준에 그쳤고, 해마다 운영비 14억원이 들어가지만 11억원 안팎의 적자를 내고 있다.

2026년 5월22일 오전 9시40분, 화천군 공영버스터미널 2층 ‘관광’안내센터에 도착했다. 먼저 한 일은 표를 받는 것이 아니었다. “임의 제거 금지”라고 쓰인 까만 촬영 금지 스티커를 휴대전화 카메라에 붙이는 일이었다. 백암산 케이블카는 탑승 3일 전 예약해야 한다. 오전 10시, 탑승객들은 45인승 관광버스에 올랐다. 군부대 안 포상(대포가 있는 벙커) 사이를 지나 50분가량 달린 뒤에야 하부승강장에 도착했다. 인솔자는 “이곳은 돌풍이 잦다. 다 와서 케이블카를 못 타고 되돌아간 사례도 많다”고 했다. 실제로 2025년 8월 순간 초속 79m 돌풍이 불면서 케이블카 지붕과 벽면이 훼손돼 군의회에서 논란이 됐다.

해발 1178m 정상부까지 케이블카 탑승 시간은 편도 15분이었다. 정상 체류 시간은 20분 남짓. 그중 상당 시간은 안보교육이었다. 댐 주변 기후 특성 탓에 안개가 자욱해 북쪽 임남댐과 남쪽 평화의댐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보인다고 해도 사진은 찍을 수 없다. 동행한 김원호 녹색연합 활동가는 “백암산의 가치는 사향노루, 산양, 담비, 삵, 수달, 하늘다람쥐 등이 사는, 민통선의 시간이 쌓인 숲이라는 데 있다. 그런데 케이블카는 이런 고유한 장소를 전국 어디서나 비슷하게 소비되는 조망 상품으로 바꿔버린다”고 말했다. 보호 가치, 멸종위기종 논란, 낮은 접근성, 안전 문제도 사업을 멈추지 못했고, 부풀린 수요 예측과 지역 활성화 명분만 남은 끝에 케이블카는 지역 재정의 애물단지가 됐다. 이런 구조는 백암산만의 일이 아니다.

 

숱한 실패에도 설악산 케이블카 ‘조건부 협의’

 

2020년 7월 운행을 시작한 경북 울진 왕피천케이블카는 케이블카식 관광의 한계를 보여준다. 왕피천 하구 생태와 청정 바다를 내려다보는 상품으로 홍보됐지만, 연 최대 50만 명으로 예상됐던 방문객은 10만 명 수준에 그쳤다. 운영업체의 임차료 미납이 반복되며 2023년에는 운행이 한 달가량 중단됐고, 결국 울진군이 운영비를 떠안는 방식으로 바꿨다. 2024년 운영비는 13억원, 매표수입은 9억8800만원이었다. 탑승료 50% 환급금까지 더하면 군 부담은 약 6억6천만원으로 늘어난다. 왕피천공원사업소장은 2025년 9월 군의회에서 “전국적으로 케이블카가 너무 많아지다보니 이용객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민자사업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22년 4월 운행을 시작한 경남 하동 금오산 케이블카는 민간자본 500억원 투자유치와 “하동 100년 먹거리”라는 기대 속에 추진됐다. 그러나 개통 뒤 연간 탑승객은 20만 명 미만에 그쳤고, 3년간 누적적자는 38억원에 달한다. 하동군도 케이블카 활성화를 위해 국비·도비·군비 78억원이 들어가는 금오산 레저관광 클러스터 사업을 추진했고, 3억8천만원이 투입된 상부승강장 부근 해맞이공원이 9600만원에 매각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경남 밀양 얼음골 케이블카는 지역 자연유산을 민간 관광사업에 맡겼을 때 생기는 위험을 보여준다. 천연기념물 얼음골과 가지산도립공원 훼손 우려 속에 추진돼 2012년 9월 문을 열었지만, 개통 한 달여 만에 상부승강장이 자연공원법상 허용 높이를 넘긴 사실 등 위법, 허가조건 미이행이 드러나 운행이 중단됐다. 이후 등산로 개방과 산림 훼손 논란도 이어졌다. 개장 초 하루 평균 2100명을 넘던 탑승객은 2016년 4월 389명으로 줄어 손익분기점 820명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민간사업자가 운영했지만, 훼손 논란과 관리 책임은 지역사회에 남았다. 박은정 녹색연합 정책팀장은 “케이블카가 지역 상권을 살리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하부승강장은 대개 기존 상권 한복판이 아닌 외진 곳에 들어선다. 그 결과 관광객은 차를 타고 들어간다. 주차장에 차를 세운다. 케이블카를 탄다. 다시 차를 타고 빠져나간다. 박 팀장은 이런 구조에서는 “정주형으로 머무르면서 돈을 쓰는 구조를 만들 수 없다”고 했다.

새로운 케이블카도 계속 추진된다. 총사업비 1172억원이 드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는 윤석열과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공약을 거쳐 다시 살아났다. 여기는 국립공원·천연보호구역·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이 겹친 곳이다. 관련 5개 전문기관이 모두 부정적 의견을 냈지만,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은 2023년 2월 ‘조건부 협의’ 의견을 냈다. 지역의 개발 요구와 느슨해진 중앙정부의 판단 기준이 만나면 보호지역의 케이블카도 다시 추진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운영 중인 관광용 케이블카 41곳 가운데 25곳은 2012년 이후 만들어졌다. 이명박 정부 시기 자연공원 안 케이블카 규제 완화와 2008년 개장한 통영케이블카의 ‘대박’ 신화가 맞물린 결과다. 그러나 통영케이블카도 2017년 이용객 141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을 걸었고, 2023년 통영관광개발공사는 39억원대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김원호 녹색연합 활동가는 “케이블카 사업 자체가 더 이상 흑자사업이 아니라는 것은 대체로 많이 알려져 있다”면서도 “케이블카 사업도 하나의 토건 자본이다. 관광 개발이라는 명분 뒤에는 케이블카를 운영하는 삭도 사업자와 관련 협의체가 있고, 그 산업을 유지하기 위해 사업이 꾸준히 추진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케이블카 난립 막기 위해 원칙 세워야

 

케이블카 난립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김 활동가는 “일단 ‘지자체에서 하는 사업이니 공익성이 있을 거야’라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방재정 투자심사에서 중장기적 경제성을 엄격히 검증해야 한다. 또 환경영향평가 협의 이후라도 멸종위기종이 발견되거나 협의 조건 미이행시 사업을 중단하고 재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국립공원과 핵심 보호지역에서는 케이블카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세 시간의 ‘관광’을 마친 뒤 카메라에 붙은 촬영 금지 스티커를 떼어내며 김원호 활동가가 말했다. “여길 다시 오는 분이 얼마나 될까요. 저라면, 글쎄요….”

화천(강원)=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2011년 강원도 화천군 백암산 케이블카 주변에서 국립환경과학원이 화천군 환경영향평가서에서 누락됐던 사향노루(위)를 비롯해 담비(아래 왼쪽), 산양(아래 오른쪽) 등 멸종위기종을 발견했다. 녹색연합 제공

2011년 강원도 화천군 백암산 케이블카 주변에서 국립환경과학원이 화천군 환경영향평가서에서 누락됐던 사향노루(위)를 비롯해 담비(아래 왼쪽), 산양(아래 오른쪽) 등 멸종위기종을 발견했다. 녹색연합 제공


 

2026년 5월22일 강원도 화천군 백암산 케이블카 출입 목걸이의 뒷면에 준수사항이 나열돼 있다. ‘출입목적 이외 행동으로 인한 오인사격에 의한 피해 발생시 일체의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문구가 눈에 띈다. 김양진 기자

2026년 5월22일 강원도 화천군 백암산 케이블카 출입 목걸이의 뒷면에 준수사항이 나열돼 있다. ‘출입목적 이외 행동으로 인한 오인사격에 의한 피해 발생시 일체의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문구가 눈에 띈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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