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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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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양당 나눠먹는 ‘무투표당선’, 못 막나 안 막나

6·3 지방선거에서도 무더기 속출 가능성… 2인 선거구 폐지 등 검증된 해법은 서랍 속에서 잠만
등록 2026-04-09 18:46 수정 2026-04-14 07:34
개혁진보 야 4당 대표와 원내대표들이 2026년 2월11일 국회 의안과에 무투표당선 방지와 한 선거구 특정 정당 싹쓸이 방지법안을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혁진보 야 4당 대표와 원내대표들이 2026년 2월11일 국회 의안과에 무투표당선 방지와 한 선거구 특정 정당 싹쓸이 방지법안을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6·3 지방선거에서도 유권자가 투표장에 가기도 전에 당선자가 결정되는 ‘무투표당선자’가 속출하게 될까. 안타깝게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지방선거가 두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현 선거제도의 기득권자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선거제도 개혁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무투표당선자가 490명, 민주주의 위협

 

2022년 지방선거에서 무투표당선자는 490명으로, 정당투표(1인2표)가 처음 도입된 2002년(496명) 이후 가장 많은 수였다. 총 당선자 4125명 가운데 약 12%가 투표 없이 당선된 것이다. 지방선거 무투표당선자 수는 2006년 48명, 2010년 125명, 2014년 196명, 2018년 89명으로 등락을 반복하다 2022년 크게 늘었다.

무투표당선은 공직선거법에 따라 후보자 등록 마감 시점에 후보자 수가 선거구 의원 정수 이하(기초의원 선거)이거나 후보자가 1명인 경우(광역의원·국회의원·단체장 선거) 투표를 하지 않고, 선거일에 그 후보자를 당선자로 결정하는 제도다. 무투표당선 사유가 확정되면 그때부터 선거운동이 즉시 중지되기 때문에 유권자는 후보자가 누구인지, 공약과 정책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무투표당선자를 자신의 대표로 받아들여야 한다. 후보자에 대한 유권자의 알권리 침해, 유권자의 평가(투표)를 거치지 않는 ‘선출되지 않은 선출 권력’을 뽑게 돼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크게 훼손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광역의회 선거에서는 ‘지역주의’가 무투표당선의 원인이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대구광역시의회는 69%(지역구 29석 중 20석), 광주광역시의회는 55%(지역구 20석 중 11석)가 무투표로 당선됐다. 대구는 모두 국민의힘, 광주는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다. 광역의회는 국회의원 선거처럼 소선거구제여서 지역구에서 광역의원 1명만 뽑는다. 이 때문에 당선 가능성이 희박한 후보는 선거 비용만 낭비할 수 있어 출마 자체를 포기하게 된다. 지역주의가 뿌리 깊어 특정 정당의 공천이 곧 당선으로 여겨지는 대구에서는 민주당이, 광주에서는 국민의힘이 후보를 내지 않는 경우가 많아 발생하는 일이다.

기초의회 선거에서는 ‘2인 선거구’에서 ‘거대 양당의 나눠먹기’가 무투표당선의 배경이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의 경우 구의회 의원 109명이 무투표로 당선됐는데, 3인 선거구 3곳 외에는 모두 2인 선거구였다. 두 정당이 2인 선거구에 각각 1명씩 후보를 내어 나란히 무투표당선된 것이다. 서울시 154개 구의회의원 선거구 가운데 2인 선거구는 98개로, 이 가운데 50개 선거구에서 100명의 무투표당선자가 나왔다. 3인 선거구 50개 가운데 3개 선거구에서 무투표당선자 9명이 나왔고, 4·5인 선거구 6개에서는 무투표당선자가 없었다. 수도권 무투표당선자는 소속 정당 비율에서 광역의원 선거와 달리 민주당과 국민의힘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는 점도 거대 양당의 나눠먹기 구조를 잘 보여준다.

 

기득권 거대 양당의 ‘침대축구’

 

이러한 무투표당선 문제를 포함한 정치개혁을 위해 원내 민주개혁진보 5당(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은 2026년 4월2일 △기초의회 중대선거구 확대 △광역의회 중대선거구 도입 적극 추진 △광역의원 비례 비율을 지역구 대비 현재 10%에서 상향 추진을 약속하고, 4월10일 이전에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국회 본관 앞에서 정치개혁을 요구하며 31일째 천막농성 중인 개혁진보 야 4당은 4월8일 “국민의힘이 이날 예정됐던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1소위원회 회의를 취소했다”며 비판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로써 4월10일 이전 본회의 처리는 불가능해졌다. 야 4당은 “정개특위가 세 달 가까이 단 한 건의 합의도 이루지 못한 것은 비협조와 거부로 일관해온 국민의힘 책임이 크다”고 지적하는 한편, 민주당에 대해서도 “목숨을 건 단식으로 지방자치를 부활시킨 김대중 전 대통령, 평생 정치개혁을 위해 싸웠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유한 민주당답게 당 지도부는 머뭇거리지 말고 단호하게 (선거제도 개혁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022년 5월27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효자3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 무투표 실시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022년 5월27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효자3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 무투표 실시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거대 양당이 선거제도 개혁에 미온적인 반면, 전문가들은 무투표당선 문제의 해결을 위해 좀더 적극적인 해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기초의회 선거에서 ‘2인 선거구 폐지’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2022년 지방선거 기준 2인 선거구 비율은 52.7%(3인 선거구 42.5%, 4인 선거구 4.2%, 5인 선거구 0.6%)로 절반을 넘는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부)는 “2인 선거구는 무투표당선으로 거대 양당이 의원들을 임명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정치학계에서도 굉장히 안 좋은 제도라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며 “적어도 3인 이상 선거구로 바꾸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 표 그대로-선거제도 전면개혁연대’ 김찬휘 집행위원장도 “거대 양당이 의석을 나눠먹는 구조를 깨기 위해 기초의회 2인 선거구를 전면 폐지하고, 3~5인 선거구를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역의회 선거에서는 현재 총의석수의 10% 안팎에 불과한 비례대표 의석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야 4당은 비례대표 의석을 30%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5~7명을 뽑는 대선거구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만들자”(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제안도 나왔다. 이 제도는 예컨대 7인 선거구에서 ㄱ당 50%, ㄴ당 35%, ㄷ당 15% 득표시 각각 4석·2석·1석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비례성을 확보하면서 인구 비례 선거구 획정과 무투표당선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 김찬휘 위원장도 2018년 서울시의회에서 민주당이 50.9%를 득표하고도 의석은 92.7%(110석 중 102석)를 차지한 ‘불비례성’을 지적하며 “비례성을 강화하면 사표가 줄어들고 정당 간 경쟁이 본격화돼 무투표당선 문제가 해소될 수 있기 때문에 유럽식 100% 비례대표제 도입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역 비례대표 확대하고, 단체장은 결선투표를

 

광역·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결선투표제 도입도 필요하다. 서복경 대표는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면 첫 투표에서 낮은 지지를 얻더라도 결선투표 과정에서 1·2위 후보와의 협상을 통해 지방정부 구성에 참여할 권리를 얻을 수 있어, 소수 후보들도 적극 출마하게 돼 무투표당선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했다.

선거제도 개혁외에 정당법 개정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현재 정당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5개 이상의 시·도당 설립, 각 시·도당에 1천 명 이상 당원 보유, 서울에 중앙당 설립 등 엄격한 요건을 갖춰야 해서 지역에서만 활동하는 지역정당 설립이 불가능하다. 이재묵 한국외국어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정당법을 개정해 지역정당을 허용하면 대구에서 국민의힘을, 광주에서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가 지역정당을 지지하는 방식으로 경쟁이 활성화돼 무투표당선 문제 해소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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