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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전한길 징계한다고? 최고위원 후보들은 ‘전한길 면접’

등록 2025-08-12 09:10 수정 2025-08-12 09:18
국민의힘 전당대회 방해 논란 당사자인 전한길씨가 당 윤리위원회의 징계 절차가 시작된 2025년 8월1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에 대한 징계 요구서를 전달하기에 앞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전당대회 방해 논란 당사자인 전한길씨가 당 윤리위원회의 징계 절차가 시작된 2025년 8월1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에 대한 징계 요구서를 전달하기에 앞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2025년 8월11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합동연설을 방해한 극우 유튜버 전한길씨에 대한 징계를 개시했다. 당 안에선 ‘제명’ 가능성까지 거론되지만, 전씨는 ‘징계 부당성’을 주장하며 끝까지 맞서겠다는 태세다. 이런 가운데 최고위원 후보(8명) 절반은 전씨와 극우 유튜버들 앞에서 사실상 ‘면접’을 보며, 전씨에게 동조하는 입장을 쏟아냈다.

여상원 당 중앙윤리위원장은 이날 윤리위원회 회의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전씨 사안이 징계 개시를 결정할 사안이 된다”며 “전씨에게 징계 개시 사실을 알리고 소명하라는 통지를 오늘 오후에 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 위원장은 이어 “오는 14일 윤리위를 다시 개최해 전씨가 출석한다면 소명을 듣고, 출석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나온 자료로 징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당규상 징계 사유가 중대하고 명백한 경우 위원회 재적 위원 과반수 의결로 소명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 국민의힘 안에선 애초 이날 윤리위가 곧장 징계 결정을 내릴 것이란 관측이 많았으나, 전씨에게 소명 기회를 주는 등 절차를 그대로 밟기로 한 것이다. 여 위원장은 “전씨가 특별대우를 받아서도 안 되지만, 다른 당원보다 불리한 대우를 받아서도 안 된다”고 했다.

전씨는 지난 8월8일 대구·경북 합동연설회 때 언론인 비표를 받고 입장해 찬탄파(탄핵 찬성파) 후보들의 연설 때 당원들에게 ‘배신자’라고 외치도록 유도하는 등 소란을 일으켜 징계위에 회부됐다. 여 위원장은 “전씨의 행동은 그런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것으로 보고받았다”며 “개인적 의견이지만 (전씨의 행위가) 그렇게 가볍지만은 않다”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윤리위 징계와는 무관하게 향후 전씨의 전당대회 관련 행사 출입을 일절 금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당 지도부는 전씨의 행위가 심각한 해당 행위에 속한다는 판단 아래, 최고 수위 징계인 제명 쪽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하지만 전씨는 “친한(친한동훈)파가 당권 장악을 위해 전한길을 솎아내려는 것”이라며 징계 개시에 반발했다. 그는 8월8일 자신이 “배신자” 구호를 외쳤던 건, 친한계인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가 자신을 비판하는 영상을 먼저 틀었기 때문이라며, 김 후보에 대한 징계 요구서를 당에 제출했다. 아울러 8월12일 부울경(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에도 참석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런 논란 속에도 최고위원 후보 8명 중 4명이 이날 고성국티브이(TV)·성창경티브이·전한길뉴스 등 ‘자유우파 유튜브 연합’이 주최하는 100분 토론회에 참석했다. 강성 당원 표심을 붙들기 위해 사실상 전씨 등으로부터 후보 면접을 본 것이다. 이들은 “선생님께서 적절한 정도의 얘기를 했을 뿐인데 방청객의 호응이 컸다”(김태우 후보)거나, “전한길 선생님을 (전당대회장에) 출입 금지하는 건 일종의 보복 조치”(김재원 후보)라며 전씨 징계 추진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민수 후보는 “힘들 때 이용하고 싸움이 끝나면 내팽개치기 때문에 우리 당에 전사가 없는 것”이라고 했고, 손범규 후보는 “(전씨의) 인기가 많다 보니 우리 당 내부에서 화합을 못 하는 세력들이 공격하고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며 전씨 주장에 동조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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