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5월27일 아침 출근시간, 김수경 민주노총 정책국장이 서울 정동길에서 홀로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의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 김수경 제공.
“지지후보 없음.” 2025년 5월20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중앙집행위원회(중집) 회의 끝에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어떤 후보도 지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러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집행부의 결정에 반발해 민주노총 전국 상근활동가 349명은 5월26일 비판 성명을 냈다. 성명은 “참담하다. 창립 30주년을 맞는 올해, 결국 노동자 정치세력화라는 민주노총의 창립정신과 강령은 사라졌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김수경(57)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운동화 끈을 질끈 묶었다. “참담함을 뒤로하고” 한 시간 일찍 출근을 서둘러 아침부터 ‘운동’을 한다. 홀로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의 선거운동에 나선 것이다. 동료들도 하나둘 그와 함께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뒤로 물러선 이때, 앞으로 나선 그의 생각을 물었다.
―민주노총의 “지지후보 없음” 결정을 어떻게 봤나.
“지지후보가 없을 수도 있다. 우리가 지향하는 정책요구와 정치적 목표가 없다면 후보 지지를 안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는 우리가 지지해야 할 후보가 있음에도 그 결정을 하지 않았기에 실망스러운 것을 넘어 참담하다. 2024년에는 위성정당으로 함께 한 진보정당을 배제할 것이냐는 것이 민주노총 내 정치방침의 쟁점이었다면, 지금은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바라는 진보정당과 시민사회 세력을 민주노총이 지지할 것이냐는 점이다. 같아 보이지만 완전히 다른 지점이다. 이번 결정은 25년 넘게 민주노총이 해왔던, 한국사회에서 진보정당을 견인하고 지지해왔던 역할을 버리는 것이다.”
―결정 과정은 어땠나.
“중집 회의가 밤을 새우고 1박2일, 2박3일을 가더라도 끈질기게 더 토론해 결정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13시간 만에 회의가 끝났을 때, 똑같은 내용이 반복되기에 정리한다고 했을 때, 우리는 어떠한 민주적인 의사개진을 해왔는가, 우리는 어떠한 정치활동과 훈련을 해왔는가 돌아보게 되었다. 권영국 후보는 노동을 배신하지 않았던 후보다. 노동 현장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항상 함께해왔던 후보이고, 스러져가는 진보정당 운동을 살려내기 위해 나선 후보다. 그런 후보와 함께하지 않는 민주노총의 결정을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써 무척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어떻게 홀로 선거운동에 나섰나.
“민주노총 중집이 지지후보 없음을 결정한 뒤 권영국 후보가 있는데 민주노총 활동가가 가만히 있는 것은 안 된단 생각이 들었다. 나라도 움직이자, 뭐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사부작사부작 혼자라도 선거운동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아침 출근시간, 점심시간, 저녁시간을 이용한다. 총연맹이나 금속노조 동지들도 점차 같이하고 있다. 돈 모아 현수막도 제작했다.”
―어떤 마음인가.
“거리에서 아무리 돌아다녀 봤자 만날 수 있는 유권자는 3%라고 하지만, 0.01%도 아쉬운 후보이기에 거리에서라도 만나야 한다. 2006년 고양시 지방선거 때 0.03%가 모자라서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를 당선시키지 못한 적이 있었고, 2008년에는 0.3%가 모자라서 진보신당 비례대표가 국회에 못 들어갔다. 2024년 총선 때는 혼자 성북구 개표참관을 하면서 동네마다 정의당과 노동당, 여성의당 득표 현황을 챙겨봤는데, 정의당은 한 투표소당 스무 명만 더 찍으면 당선되겠더라. 동네에서 스무 명은 직접 만나는 것밖에 방법이 더 있을까? 그런 소박한 마음으로 나를 보고 찍는 유권자가 스무 명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민주노총에서 여성국장 경력이 길다.
“민주노총에 들어와서 10년간 여성국장을 했고, 2024년부터 성평등위원회를 담당하고 있다. 성평등위원회는 민주노총이 성평등한 조직으로 변환하기 위한 제도를 만드는 기구다. 민주노총에서는 여성국장을 오래 했기 때문에, 정치에서 중요한 의제로 성평등, 페미니즘과 노동 정책을 관심 있게 본다. 20대 때 학생운동은 노학연대사업을 중심으로 했다. 서노협 시절에는 노학연대사업, 전노협 시절에는 졸업과 함께 노동다큐를 만들면서 민주노총의 건설을 함께 해왔다. 전형적인 586 운동권 여자이지만, 운이 좋아서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지금껏 생존하고 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집행부의 결정에 반발해 민주노총 전국 상근활동가 349명이 낸 성명서.
―민주노총의 결정에 내부에서도 비판 성명이 나왔다. 갈등의 본질은 무엇인가?
“갈등의 본질은 결국 어느 후보와 정당을 지지하느냐겠지만, 그것보다 우리가 지향하는 노동자 정치 세력화에 대한 상이 달랐던 것 같다. 내 경우 경력단절 시기에 정당활동을 하면서 고양시의원 선거에도 나가보고, 심상정 후보의 2007년 민주노동당 당내 대선경선 캠프부터 고양에서 국회의원 선거 출마 때까지 같이해봤지만, 의원직은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변화를 위한 한 과정이자 도구였지, 그 자체가 목적이었던 적은 없다. 노동자 정치인 한 명이 필요하다는 것이 2004년 단병호 의원이 국회에 들어가면서 한 이야기지만, 의원직 하나를 갈망하는 노동자 정치 세력화는 나의 지향이 아니다. 어느 곳은 민주당의 우산 속에 의원직을 만들어내는 것이 당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조건이 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의회를 움직일 수 있는 당원과 노동자 대중의 이해와 요구다. 그것은 국회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정치로 더 많이 만들어지고 힘을 낼 수 있다. 노조법 2·3조를 개정하기 위해 단식과 투쟁을 해왔던 민주노총의 투쟁이 국회를 움직였고, 여성폭력에 맞서 싸웠던 페미니스트들의 투쟁이 스토킹범죄와 디지털성폭력을 중대범죄로 인식시키고 국회를 움직이고 있다. 대표선수 몇 명이 바꾸는 사회라면, 그야말로 엘리트 정치이지 노동자 정치 세력화는 아니다. 진보정당은 무엇으로 사는가, 운영되는가, 진보정당의 역사적 소임은 무엇인가, 다시 이야기되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이번 조기 대선에서 진보정당의 후보가 갖는 의미가 무엇인가.
“3%가 될까? 우리는 자발적인 선거운동을 하면서도 의구심을 가진다. 당선이 안 되면 사표라는 공세를 수십년간 지속적으로 받아왔지만, 이번에는 당선이 안 되더라도, 3%가 안 되더라도 우리의 목소리가 전달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지난번에 우리가 선택한 진보정당이 지금 이 시기에 광장의 목소리를 재현하고 있다. 투쟁하는 노동자의 이름으로, 광장을 메운 전봉준 투쟁단을 비롯한 여성과 소수자의 이름을 호명하는 토론회를 보면서, 우리는 모두 진보정당의 존재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으로 국회의원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지만, 지금의 이 공간에서 국회의원 열 명, 스무 명 몫을 하는 목소리. 그게 진보정당이 나아가야 할 길이라 여긴다. 어쩌면 마지막일 수도 있는 진보정당의 선거운동이 될까봐,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는 내 이기심도 있다. 그러나 이번에 권영국 후보가 지금의 지지율을 뚫고 3%, 5%를 넘어간다면, 우리는 다시 진보정당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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