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전 대통령 윤석열,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 연합뉴스
조기축구회 경기에서 누군가 호날두나 메시가 쓸 만한 개인기를 시도하는 장면을 상상해보자. 이러한 시도가 적절한 무대에서,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에 의해 이뤄졌다면 분명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마추어적 공간에서 어설프게 구현됐기에 모두가 어색한 느낌을 받게 된다. 당연히 실제 효과도 거의 없다. 국민의힘과 김문수 대선 후보의 선거전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025년 5월21일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해 사과한 것은 나름 전략적 ‘기획’이 있는 행보로 보인다. 김용태 비대위원장이 전날인 5월20일 뜬금없이 후보 배우자 티브이(TV)토론 생중계를 제안한 것도 그렇다. 이 제안은 돌발 발언이 아니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한 가운데 나왔다. 그 직후 김문수 후보와 그의 배우자 설난영씨가 김용태 비대위원장의 제안에 힘을 싣기도 했다.
의아한 것은 이러면 다들 김건희 여사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는 거다. 실제 ‘V0’ 김건희 여사를 대통령처럼 모시다보니, 후보 배우자를 대통령 후보로 착각하게 된 게 아니냐는 냉소가 쏟아졌다. 이 때문에 김용태 비대위원장의 제안은 김문수 후보의 TV토론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의 선거법 위반 판결 등으로 쟁점을 옮겨가려는 시도 정도로 해석됐다.
그런데 같은 날 나온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과 일부 검사들이 사표를 제출했다는 뉴스까지 더하면, 좀더 넓은 맥락을 상상할 수 있게 된다. 이창수 지검장은 김건희 여사 불기소를 주도한 인물이다. 제3의 장소에서 김건희 여사를 조사한 일로 당시 이원석 검찰총장과 갈등을 빚기도 한 그는, 사실 김건희 여사 사건 덕분에 서울중앙지검장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윤석열이 이 사건의 적절한(?) 처리를 위해 ‘해결사’로 선택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창수 지검장 등의 사의 표명에 대한 해석은 둘로 갈린다. 최근 서울고등검찰청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재기수사 결정에 대한 항의성 사표라는 해석과, 정권이 바뀔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재명 후보나 문재인 전 대통령 수사에 총대를 멘 이력이 불리하게 작용할 것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검찰을 떠나려 한다는 해석이 그것이다. 진실은 둘 다이거나 최소한 둘 사이의 어떤 지점에 있을 것이다.
이창수 지검장 등의 행보는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한 검찰의 태도를 예고한다. 최근 보도로 미뤄볼 때 대선 전 김건희 여사를 소재로 한 검찰발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었다. 이창수 지검장 등의 사표 제출은 이 때문일 수 있다. 일부 언론은 이창수 지검장의 사표 제출로 김건희 여사 소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고 했다.
‘일반적’ 선거 상황에 이창수 지검장 등의 사표 제출이 없었다면, 김용태 비대위원장의 배우자 TV토론 제안-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한 사과-검찰 수사를 통한 변수 창출로 이어지는 화려한(?) 전술적 움직임은 ‘배우자 문제가 있는 사람(이재명, 윤석열) 대 없는 사람(김문수)’의 구도를 형성해 여론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에 대한 단일화 압력 강화와 더불어민주당 대 국민의힘의 일대일 구도 형성으로 이어졌을 수도 있다.
문제는 보수 정치 전체가 이런 전술을 감당할 ‘일반적’ 상태가 아니라는 거다. 이창수 지검장의 사표 제출 뉴스는 이를 시사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용태 비대위원장이 김건희 여사 문제에 사과한 날, 전직 대통령 윤석열은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다큐멘터리영화 시사회에 참석했는데 국민의힘 사람들은 비명에 가까운 반응을 보인다. 심지어 이럴 바엔 윤석열을 재구속해달라는 요청(김근식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까지 나왔다. 오죽하면!
윤석열 관련 변수가 반복 노출되고 국민의힘이 이에 휘둘려 우왕좌왕하는 한, 중도층은 움직이지 않는다.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도 논의가 어렵다. 급기야 이준석 후보 쪽은 친윤석열 주류의 단일화 제안 내용을 전격 공개했다. 당권을 줄 테니 단일화에 응해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제안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보통 협상을 더는 진전시킬 의사가 전혀 없다는 뜻이다. 이준석 후보 쪽은 이 제안을 단일화 실패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기 위한 것이거나 한동훈 전 대표가 당권을 접수하는 것을 막기 위한 의도로 해석했다.
애초에 일반적인 선거 구도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윤석열과 절연할 의지가 명확한 후보를 선출했어야 한다. 국민의힘이 이에 실패한 이유는 무엇인가? 정치를 가치·노선·신념의 관철을 위한 수단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표를 조직해 권력을 손에 넣는 게임으로 보기 때문이다. 윤석열 탄핵을 수용하면 콘크리트 지지층마저 잃게 된다는 위기감이 이를 보여준다.
물론 정치는 신념 관철의 수단과 다수 조직을 위한 게임, 둘 모두를 본질로 한다. 그러나 오늘날 정치의 게임화는 오직 부작용만을 우려할 정도에 이르렀다. 이는 비단 윤석열 탄핵을 부정하는 세력에만 한하는 이야기가 아닌데, 오늘날 보수 정치 전반에 특히 이 폐해가 더욱 드라마틱하게 나타나고 있을 뿐이다.
윤석열과 대립 관계였던 이준석 후보는 정치를 게임으로 보는 대표적 정치인이다. 가령 TV토론에서 이준석 후보의 행태는 의미가 명확했다. 첫째로 보수 유권자층에게 ‘이재명과 가장 잘 싸우는 후보는 김문수가 아닌 이준석’이란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 둘째로 자신의 주요 지지층인 젊은 남성 유권자층에 그들이 선호하는 주제에 아직 충분히 공감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다.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것 외에는 다 버려도 상관없다는 게 효율성을 중시하는 ‘이준석 게임’의 기본이다. 이준석 후보가 TV토론에서 굳이 예의를 차리지 않은 것은 그런 이유였을 것이다. 친윤 주류가 이준석 후보에게 ‘딜’을 시도한 것은 ‘이준석 게임’의 이런 룰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목표 달성을 위해 다 버릴 수 있다는 것은 이해가 맞으면 뭐든 수용할 수 있다는 얘기도 되는데, 이 점에서 ‘한동훈보다는 얘기가 통하겠지’라는 기대를 품은 것이다.
그렇다면 보수 정치의 희망은 한동훈 전 대표인가? 그렇게 볼 수 없다. 아직 정치 초보인 한동훈 전 대표가 지금도 습득하는 정치가 바로 이렇게 게임화한 정치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선거운동보다 당권에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는 게 바로 이 맥락이다. 윤석열 역시 따지고 보면 이런 정치를 지향했다는 점에서, 지금 보수 정치의 모든 플레이어는 ‘작은 윤석열’이란 평가를 피할 수 없다. 다른 척만 하지 근본적으로 뭐가 다른지 증명하지 못한다. 이게 보수 정치가 이번 대선에서 부진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 이유다.
김민하 정치평론가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국방부, 곽종근 ‘해임’…여인형·이진우·고현석 ‘파면’
![이 대통령 지지율 53.2%…대구·경북서 8.9%p 급락 [리얼미터] 이 대통령 지지율 53.2%…대구·경북서 8.9%p 급락 [리얼미터]](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5/1229/53_17669655530114_20251229500278.jpg)
이 대통령 지지율 53.2%…대구·경북서 8.9%p 급락 [리얼미터]

이 대통령 “이혜훈, ‘내란 옹호’ 발언 소명하고 국민 검증 통과해야”

“쿠팡 알럭스? 뭔지도 몰라”…분노 키우는 ‘무늬만 5만원’ 꼼수 보상
![윤석열, 국민을 얼마나 우습게 여기면 [아침햇발] 윤석열, 국민을 얼마나 우습게 여기면 [아침햇발]](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5/1228/53_17668955612172_20251228500976.jpg)
윤석열, 국민을 얼마나 우습게 여기면 [아침햇발]
![[영상] 서울대 “직접 보시라”…3D 종묘 앞 고층빌딩 시뮬레이션 공개 [영상] 서울대 “직접 보시라”…3D 종묘 앞 고층빌딩 시뮬레이션 공개](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5/1229/53_17669859940528_20251229501391.jpg)
[영상] 서울대 “직접 보시라”…3D 종묘 앞 고층빌딩 시뮬레이션 공개

월급 309만원 직장인, 국민연금 7700원 더 내고 9만원 더 받는다
![[단독] 김병기 아내 법카 의혹 “무혐의 종결” 주장에 경찰 “당시 수사대상은 일부” [단독] 김병기 아내 법카 의혹 “무혐의 종결” 주장에 경찰 “당시 수사대상은 일부”](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5/1228/53_17669256030809_20251228502095.jpg)
[단독] 김병기 아내 법카 의혹 “무혐의 종결” 주장에 경찰 “당시 수사대상은 일부”

정규재 “속좁은 국힘, 이혜훈 축하해야…그러다 전한길만 남는다”

이혜훈 파격 발탁 왜?…“국힘 극단세력 고립, 정치지형 흔들 것”



![[단독] 고용노동부 용역보고서 입수 “심야배송 택배기사 혈압 위험 확인” [단독] 고용노동부 용역보고서 입수 “심야배송 택배기사 혈압 위험 확인”](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5/1229/53_17669898709371_17669898590944_20251229502156.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