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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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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록과 의혹의 ‘올드 보이’ 한덕수

윤석열 정부 첫 국무총리 후보자 한덕수…
전관예우·이해충돌·부동산 등 ‘송곳 검증’ 예고
등록 2022-04-09 01:58 수정 2022-04-09 04:27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왼쪽)가 2022년 4월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선을 직접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왼쪽)가 2022년 4월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선을 직접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노무현 정부 마지막 국무총리가 14년 만에 윤석열 정부 첫 국무총리 후보자로 돌아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2022년 4월3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새 정부의 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 “정파와 무관하게 오로지 실력과 전문성을 인정받아 국정의 핵심 보직을 두루 역임하신 분” “민관을 아우르는 풍부한 경험” “내각을 총괄하고 조정하면서 국정과제를 수행해나갈 적임자”라고 윤 당선자는 설명했다.

한덕수 후보자는 김영삼 정부에서 통상산업부 차관,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총리, 이명박 정부에서 주미 한국대사 등을 지냈다. 보수와 진보 정권을 넘나들며 경제·외교·통상 분야 요직을 두루 거친 셈이다. 게다가 호남(전북 전주) 출신이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조각의 첫 단추를 무난히 끼우기 위한 카드라는 게 여의도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의 관료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인사청문TF(단장 민형배 의원)를 가동하는 등 송곳 검증을 벼르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4월4일 “역대 정부에서 가졌던 이력은 중요치 않다. 대한민국이 직면한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국정운영 철학과 역량을 갖췄는지가 핵심”이라며 철저한 검증 의지를 밝혔다. 곧 있을 인사청문회에서 검증대 위에 오르게 될 주요 사안들을 미리 짚어봤다.

우선, 전관예우 논란이다. 한 후보자는 2017년 12월부터 최근까지 4년4개월 동안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으로 재직하며 18억여원(월평균 3500만원)의 고액 고문료를 받았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는 “거액의 고문료가 무엇에 대한 대가인지가 중요하다. 한 후보자가 김앤장이나 김앤장 고객에게 18억원 이상의 이익을 낼 수 있도록 해줬으니 그 정도의 고문료를 받았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예컨대 전관으로서 관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어떤 정보를 확보해 (김앤장에) 제공했는지 등과 관련해 투명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4월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법률가도 아닌 전직 고위 관료가 (법률사무소인) 김앤장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법과 원칙, 공정과 상식의 기준에 맞는지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5월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안대희 전 대법관은 2013년 변호사 개업 이후 10개월 동안 최소 27억원에 이르는 수임료를 벌어들여 ‘전관예우’ 논란이 불거졌고, 결국 낙마한 바 있다.

김앤장 고문으로 18억 수익

이에 대해 4월5일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은 “일부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현재 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해 내정했다”고 밝혔다. 한 후보자는 같은 날 “인사청문회에서 하나도 숨김없이 다 말씀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는 한 후보자가 되풀이해서 민·관을 넘나드는 행보를 보인 것도 논란이다. 한 후보자는 김대중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청와대 정책기획수석과 경제수석(2002년 7월까지)을 지낸 뒤 2002년 11월부터 8개월간 김앤장 고문으로 일했다. 이후 노무현 정부에서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그 뒤 2017년부터 최근까지 다시 김앤장 고문으로 있었다.

박상인 교수는 “한 후보자가 김앤장에서 어떤 일을 했느냐에 따라 국무총리직을 수행할 때 ‘이해충돌’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또 향후 총리로서 업무 수행을 하면서 여러 국가 기밀을 알게 될 텐데 이걸 활용해 퇴직 이후 또다시 사적 이익을 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도 4월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한 후보자가) 한 경기에서 심판(으로) 뛰다가 선수(로) 뛰다가 연장전에 다시 또 심판으로 돌아가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 로펌이 법률회사가 아니라 로비업체다. 혹시라도 (한 후보자가) 사익과 혹은 기업의 이익만을 위해서 공정과 관련된 부분을 훼손하는 로비를 했던 분이라면 국무총리로서는 자격 미달”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정책 등에 대한 한 후보자의 입장도 철저한 검증 대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8월31일 당시 한덕수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투기를 통한 부동산 불로소득을 세금으로 환수해 사회에 환원한다. 부동산 투기는 필패가 될 것”이라며 종합부동산세를 인상하는 ‘8·31 대책’을 발표했다. 반면 윤석열 당선자는 이번 대선에서 종합부동산세 완화를 공약했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정치학)는 “한 후보자가 오랫동안 관료로 활동한 이후 최근에는 고위 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종부세 등 한 후보자의 정책과 가치, 소신이 인사청문회에서 치열하게 검증돼야 한다”고 말했다.

초박빙 승부 갈린 대선의 연장전

2002년 김앤장 고문으로 일할 당시 한 후보자가 ‘먹튀 논란’을 부른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각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2015년 대한민국 정부와 론스타 사이에 투자자-국가 소송(ISD)이 있었는데, 한 후보자가 증인으로 소환됐다는 언론 보도가 당시 나왔다. 실제 증언 여부, 증언 내용 등이 청문회 과정에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후보자가 1989~1999년 미국 통신업체인 에이티앤티(AT&T)와 미국계 글로벌 정유사인 모빌(현 엑손모빌)의 한국 자회사 모빌코리아에 자신의 서울 종로구 단독주택을 임대해 10년 동안 6억원의 임대수익을 올렸다는 사실도 최근 새롭게 드러났다. 그 10년간 한 후보자가 상공부 산업정책국장, 청와대 통상산업비서관,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등 외국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통상 관련 고위직을 맡았기 때문에 ‘이해충돌’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드 보이’ 한덕수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난하게 통과할 수 있을까. 안병진 교수는 “0.73%포인트 차이의 초박빙 대선 결과가 나온데다 전국동시지방선거를 바로 앞두고 있어서 국민의힘과 민주당 사이에 대선 승부 2차전 같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한덕수 카드라도 인사청문회 통과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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