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지지율이 내려간 사이 이재명은 큰 변화가 없고, 안철수는 상승했다.’
2021년 연말과 2022년 연초 2~3주간 국민의힘이 극심한 내홍을 겪는 동안 대선 후보 3인의 지지율 변화는 이렇게 요약된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서 빠진 지지율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보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게로 이동했다. 또 안 후보가 ‘지지율 15% 선’(공직선거법상 15% 득표율을 기록하는 후보는 선거비용 전액을 보전받음)을 넘는 조사 결과도 나오는 등 ‘윤석열-안철수 후보 단일화’가 대선판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2022년 1월6일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대표 사이에 갈등이 봉합된 뒤 나온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의 지지율은 반등하고 있지만, 안 후보의 지지율은 빠지지 않고 10%대의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다.
YTN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1월10~11일 전국 만 18살 이상 남녀 1011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다자대결에서 이재명 36.9%, 윤석열 39.2%, 안철수 12.2%로 나타났다. 한 달 전(2021년 12월6~7일) 같은 조사 결과와 견줘보면, 이 후보와 윤 후보는 각각 0.2%포인트, 6.1%포인트 빠졌지만, 안 후보는 9.7%포인트 올랐다. 또 이 조사에는 ‘윤석열-안철수 단일화시 가상 다자대결’ 내용도 포함됐다. 윤 후보로 단일화 땐 윤 후보 43.6%, 이 후보 38.1%로 오차범위 안에서 윤 후보가 높게 나왔지만, 안 후보로 단일화 땐 안 후보 42.3%, 이 후보 33.2%로 오차범위 밖에서 안 후보가 이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안 후보의 상승세는 한 달 전 같은 조사 결과와 비교해볼 때 △청년(18~29살 7%→21.3%, 30대 2.8%→15.7%) △중도(2.7%→16.1%) △무당층(4.9%→32.5%)이 주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2022년 1월7~9일 청년층(전국 만 18살 이상 39살 이하 남녀 1천 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다자대결에서 이재명 27.7%, 윤석열 16.2%, 안철수 20.2%로 나타났다. 2021년 12월20일부터 22일까지 이뤄진 이전 조사에 견줘 윤 후보는 7.8%포인트 하락했고 이 후보는 1.7%포인트 소폭 상승한 반면, 안 후보는 11.6%포인트로 대폭 올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기존 양자대결 구도 속에서 안 후보의 존재감은 낮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비호감 대선 환경에다 윤 후보에게 실망한 청년, 중도층 등이 안 후보를 정권교체의 대안으로 여겨 이동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지도부는 후보 단일화 가능성에 공식적으로 선을 긋고 있다. 안 후보는 2022년 1월13일 MBC 뉴스데스크에 출연해 ‘(안 후보가) 계속 단일화 가능성을 부인했다. 나는 무조건 끝까지 간다고 이 자리에서 선언할 수 있나’라는 질문에 “물론이다. 저는 대통령에 당선되려고 나왔다. 단일화 이야기는 주로 양당에서 나온다. 기득권 양당이 어떻게든 저를 없애려고 하는 술수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단일화 방법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는 “단일화를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방법에 대해서는 당연히 전혀 고려한 바 없다”고 대답했다. 사실 지금은 안 후보가 굳이 단일화를 먼저 거론할 필요가 없다. 안 후보는 주요 선거에서 양보·후보 사퇴 등을 하며 얻게 된 오명인 ‘철수 정치’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서라도 완주 의지를 밝히며 설 연휴 전후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제20대 대선을 50여 일 앞두고 대선 판세가 양강 구도에서 ‘2강 1중’의 3자 구도로 재편되는 모양새지만, 3자 구도가 계속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안 후보 지지율이 설 이후에도 10%대를 유지하는 등 존재감이 굳건하면 3자 구도가 이어지면서 야권 단일화 요구가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안 후보의 지지율 상승에 대해 “일시적”이라고 평가절하한 것처럼 향후 윤 후보 지지율 반등이 이어지고 이에 따라 안 후보 지지율이 이전처럼 한 자릿수로 떨어지면 단일화 필요성이 줄어들 수 있다.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안 후보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 교수는 “안 후보 지지율을 2030세대, 중도층, 무당층이 끌어올리고 있다. 안 후보는 연금개혁 등 미래 세대를 위한 얘기를 하고 있다. 또 안 후보의 호감도가 높은 조사결과와 (청년들이 관심 많은) 공정의 가치와 관련해서 윤 후보보다 안 후보에게 더 크게 기대하는 조사결과가 나오는 등 지지율이 쉽게 빠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반면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현재 안 후보는 윤 후보뿐 아니라 이 후보에게 갈 수 있는 중도 성향 지지율까지 흡수한 상태다. 대선 날짜가 임박할수록 안 후보의 지지율은 윤 후보와 이 후보 양쪽으로 원심력이 작용해 이전 지지율로 돌아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실제 KBS-한국리서치의 청년층 여론조사(1월7~9일)에서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는 응답은 안 후보가 65.6%로, 이 후보 42.4%, 윤 후보 52.9%에 견줘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선거(3월9일)를 한 달여 앞둔 시점이자, 후보등록일(2월13~14일)을 2주 앞둔 시점인 설(2월1일) 전후 민심이 야권 후보 단일화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야권 단일화는 성사될까. 김형준 교수는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후보 등) 보수와 중도가 분열해 패배했던 2017년 대선의 교훈 때문에 이번 대선에서 야권 단일화는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안 후보의 지지율 추이를) 설 연휴 전까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단일화 룰 협상이) 파투가 나거나 윤 후보가 독자적으로 이 후보를 이길 수 있는 경우에는 단일화 성사가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설 연휴까지 앞으로 2~3주 동안 윤 후보와 안 후보의 행보를 좀더 봐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실제 안 후보가 야권 단일화를 이루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지지율 고공행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3석 정당의 안 후보가 106석 정당의 윤 후보와 단일화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조직력 열세를 넘어설 수 있을 정도로 최소 5%포인트 이상 지지율 우위를 점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그렇더라도 쉽지 않을 수 있다. 실제 2012년 대선 때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후보(새누리당)를 상대로 한 안 후보(무소속)의 본선 경쟁력이 문재인 후보(민주통합당)보다 높게 나오기도 했지만, 여론조사 방식을 둘러싸고 극심한 갈등을 빚은 ‘룰 협상’이 결국 결렬돼 안 후보는 후보직을 사퇴했다. 안 후보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2012년 문재인 후보에게 양보한 것은 정치 인생에서 가장 후회하는 일”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도 안 후보는 오세훈 후보(국민의힘)보다 여론조사 지지율이 앞선 경우가 있었지만, 단일화의 승자는 오 후보였다.
윤 후보의 지지율이 회복돼 이재명 후보와 박빙 승부 상황이 온다면, 안 후보의 독자 완주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윤태곤 실장은 “그렇게 되면 단일화 압박은 약한 쪽이 훨씬 많이 받기 때문에 안 후보가 압박을 많이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높은 지지율과 단일화 ‘룰 협상’이라는 산을 넘어도 양쪽 지지층 사이의 화학적 결합이라는 산도 버티고 있다. 김형준 교수는 “1997년 대선 때 김대중-김종필의 디제이피(DJP) 연합처럼, 공동정부에 대한 합의를 문서화해야 한다. 이런 안전장치를 둬야 지지층의 화학적 결합을 이루며 단일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 자중지란 기간에도 이재명 후보는 40% 지지율을 뚫고 나가지 못하고 30%대 박스권에 머물렀다. 윤 후보 이탈층의 지지율을 이 후보가 아니라 안 후보가 흡수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야권 단일화 이슈는 대선을 야당의 시간으로 흐르게 한다. 엄경영 소장은 “이재명 후보에게는 야당의 시간, 단일화 판을 흔들 수 있는 카드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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