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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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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경선에 없는 세가지

친문 당원과 지지자의 막강한 영향력이라는 구조적 문제와 더불어
등록 2021-07-10 03:55 수정 2021-07-10 11:46
2021년 7월6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자 8명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 문화방송(MBC) 방송센터에서 열린 합동토론회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년 7월6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자 8명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 문화방송(MBC) 방송센터에서 열린 합동토론회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김경율 회계사의 ‘국민면접관’ 위촉과 취소를 둘러싼 더불어민주당의 내부 혼선은 혹 떼려다가 더 큰 혹을 붙여버린 결과를 낳고 말았다. 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김 회계사를 거부한 이유는 그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판해온 인물이라는 데서 비롯했다. “2019년 조 전 장관을 거짓까지 동원해 공격했다”(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분이 허위 사실도 유포하고 (조 전 장관의) 명예훼손을 했다”(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비판의 출발점은 ‘조국’이었다. 결국 조 전 장관을 비판했던 사람을 민주당이 비토(거부)하는 장면을 굳이 보임으로써 큰 혹을 자초한 셈이다. 여기에 유인태 전 의원, 김소연 뉴스레터 스타트업 ‘뉴닉’ 대표까지 국민면접관에서 사퇴하는 등의 혼선 과정은 해프닝이라고 하기 어려운 근본적 문제를 드러냈다.

예상 가능한 그들만의 리그

이는 민주당의 대선 경선이 국민 속에 들어가지 못하고 흥행도 부진한 원인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최근 대선 경선 후보 토론회가 시작되면서 후보들 사이 공방전으로 어느 정도 열기가 생겨나고는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국민의 관심은 저조한, 그들만의 리그가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얼마 전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이준석 돌풍’ 덕분에 연일 세간의 화제가 됐던 상황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민주당 경선 흥행이 부진한 이유는 ‘이준석’ 같은 새로운 변화의 코드를 찾아보기 어렵고, 경선 결과 또한 대체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당내 1위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그렇지만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총리,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도 새로움에 대한 갈증을 채워주기는 어려운 인물들이다. 정치적 결이 다른 박용진 의원 정도가 눈에 띈다. 하지만 그가 ‘친문’의 높은 벽을 넘어서기는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준석’이 가져다준 새로움의 맛을 알게 된 민심이, 너무도 낯익은 정치인들끼리의 경쟁에 매력을 느끼기 쉽지 않은 환경이 돼버렸다. 더구나 다른 후보들이 이재명을 따라잡아 역전극을 펼치기에는 9월 상순까지의 기간이 너무도 짧고, 아직 별다른 반전의 계기도 예상되지 않는다. 그러니 싱거운 경선이라는 근원적 한계를 안고 있는 셈이다. 물론 반이재명 연대가 성사되면 경선의 긴장도가 높아질 수는 있다. 하지만 그 또한 명분 없는 선택이라 민심의 반향을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지금 민주당 후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집권여당으로서 문재인 정부의 지난 4년2개월 국정운영을 어떻게 평가할지, 무엇을 계승하고 극복할지에 대한 입장 차이가 드러나고 뜨거운 토론을 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막상 그에 관한 얘기는 의례적인 수준 이상으로는 들려오지 않는다. 집권세력에 대한 민심 이반이 심각한 작금의 상황을 고려하면 ‘문재인의 시간’을 제대로 평가하는 것은 여당 후보들에게 최우선 의제가 됐어야 한다. 그래야 민심과 함께 가는 경선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다들 ‘여배우’는 말하면서 ‘문재인’은 입에 담지 못하니, 그들끼리의 공방이 될 수밖에 없다.

이 상황은 민주당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이던 2015년, 당시 안철수 의원이 탈당하면서 친문 지지층의 민주당 입당이 본격적으로 가속됐다. 그러면서 친문은 민주당에서 독점적 영향력을 갖게 됐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에 관한 후보들 사이 견해차가 선명하게 드러나기 어려운 현재의 민주당 경선 상황은, 친문 당원과 지지자들이 경선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는 이런 현실에서 비롯했다.

당심 따르다 민심 반영 못해

대선 후보 가운데 누구도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혹은 조국 전 장관의 ‘내로남불’을 비판하지 않는다. 친문들이 불신하는 이재명 지사는 친문의 지지를 얻기 위해 몸조심한다. 민주당의 ‘미스터 쓴소리’였던 박용진 의원조차 경선에 뛰어든 이후 그에 관한 말을 아끼고 있다. 주주총회를 앞두고 한결같이 민주당 최대 주주인 친문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은 8명 경선 후보 모두 같은 처지다. 당을 대표하는 대선 주자들이 당심은 따르지만 정작 민심은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그러니 민주당 고정 지지층 외에는 경선을 보는 입장이 강 건너 불구경하는 것 이상의 마음을 갖기 어렵다.

제7대 대통령선거(1971년)를 앞두고 신민당에서 있었던 김영삼-김대중의 경선 대결 이래 최고의 흥행을 거둔 대선 후보 경선은 ‘노풍’이 불었던 2002년 새천년민주당 경선이다. 이인제 후보에게 뒤진 상태에서 국민경선 레이스에 들어간 노무현 후보는 광주에서의 역전 드라마를 기점으로 마침내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는 이변을 낳았다. 당시 최초로 도입된 국민경선 방식은 일반 국민에게 경선의 문호를 개방함으로써 민주당 경선을 국민적 관심사로 부상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전국을 순회하며 진행하는 국민경선의 주말드라마에 국민이 함께 열광하는 흥행 대박을 이룬 것이다.

2002년 민주당 국민경선의 성공은 당의 울타리를 걷어낸 새로운 경선 방식 도입, 예측 불가능한 승부, 노무현-이인제 후보의 뚜렷한 노선 차이라는 삼박자가 갖추어짐으로써 가능했다. 반면 흥행 부진을 고민하는 지금의 민주당에 그 세 가지가 모두 없으니 별다른 긴장감이 생겨나기 어렵다.

대선 경선과 본선을 앞두고 민주당에서는 흥행 성공을 위한 각종 아이디어가 이어진다. 대선기획단 총감독으로 서수민 피디(KBS <개그콘서트> 연출)를 영입하고, <슈퍼스타K> 같은 예능 요소를 접목한 경선 방식 등이 논의됐다. 국민이 후보들의 토론을 보면서 모바일로 투표할 기회를 주자는 제안도 있었지만, 선거법 위반 문제 때문에 채택되지 않았다고 한다.

필요한 건 반짝 이벤트가 아니다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 시선을 모으려는 민주당의 노력은 정당으로서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민주당 경선에서 흥행 부진을 낳는 근본적 원인을 성찰해 개선하려는 노력이 빠진 채, 이벤트로 승부를 걸려는 노력은 백약이 무효가 될 위험이 크다. 민주당의 지지율이 불과 1년 수개월 만에 국민의힘에 뒤지게 된 이유가 반짝 이벤트가 부족했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국민 속 경선이 되지 못하는 현실 앞에서 민주당이 무엇을 생각해야 할지, 그것은 오롯이 민주당의 몫이다.

유창선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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