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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호, 지상과제는 ‘잡음 없는 차별화’

민주당 집권에서 팬덤은 끊임없이 변화해, 송영길 체제는 무엇을 계승하고 무엇을 차별화해야 할까
등록 2021-05-07 18:44 수정 2021-05-08 01:39
송영길 신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2021년 5월4일 국회에서 열린 초선의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송영길 신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2021년 5월4일 국회에서 열린 초선의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계승과 차별화. 다음 대선이 다가올수록 집권여당에서 등장하는 뜨거운 쟁점이다. 계승은 대통령·여당 인기가 유지될수록 힘을 발휘했지만, 차별화 시도는 대통령·여당 지지율 하락과 함께 강화되곤 했다. 계승 주장은 때론 지지율과 다르게 움직이기도 한다. 강성 지지층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친노(친노무현)에서 친문(친문재인)으로 이어지는 정치 팬덤(Fandom·특정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 또는 그런 문화현상) 영향력이 남다르다.

핵심 지지 기반 줄어든 민주당

민심(여론), 구도, 전략이 선거의 세 요소로 종종 꼽힌다. 이 중 민심의 비중이 가장 크고 구도와 전략 순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팬덤은 선거의 핵심 요소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서로를 묶어주기도 한다. 어느 선거든 당시 선거를 관통하는 주요 민심이 있다. 1997년 김대중 정부 탄생엔 정권교체를 바라는 민심 덕이 컸다. 2002년 노무현 정부 탄생에는 민주주의 심화·발전 요구가 담겼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엔 대한민국 리셋(재구성) 요구가 분출됐다.

노 전 대통령 당선은 계승 사례로 인용되기도 하지만 실제 차별화 요소도 만만치 않다. 그는 원칙과 특권 배격, 탈권위, 균형발전 등을 일관되게 주장했다. 이런 가치는 민주주의 심화·발전을 요구하는 민심과 맥락이 닿았다. 경선에서 역전극을 일군 영남후보론은 호남+수도권 젊은층+영남 개혁세력으로 구성됐다. 즉, 지역연합 대신 개혁연대로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친노와 20대로 이루어진 팬덤도 희망돼지 저금통 모금, 후보교체론, 단일화 폐기 선언 등 위기 때마다 큰 역할을 해냈다.

2021년 4월 재보선 패배로 민주당은 여러 과제를 떠안게 됐다. 2016년 총선부터 내리 네 번이나 승리를 안긴 20~50대에 큰 구멍이 생겼다. 20~30대가 따로 목소리를 낸 것이다. 이들은 지금까지 20~50대로 묶여 민주당 지지 성향을 보였다. 그러나 4월 재보선의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20~30대가 대거 국민의힘 후보를 선택한 것으로 드러났다. 20~50대 민주당, 60대 이상 보수정당 구도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된 것이다.

20~30대의 민주당 이탈 원인은 젠더, 부동산, 주식, 코인 논란이란 분석이 잇따랐다. 이 네 가지 뒤엔 고용 악화, 기성세대와의 격차 확대, 미래 불안감 등이 자리한다. 당장 해결책이 나오기 어렵다. 모두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다. 핵심 지지 기반 축소도 눈에 띈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40대 외 다른 연령에선 모두 국민의힘 후보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민국 리셋을 요구했던 2017년 대선의 주요 민심에 대한 야박한 평가도 당면 과제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30%대 붕괴와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 접전은 재집권 기대에 대한 민심의 경고라고 해석할 수 있다.

친문과 다른 2030 잡아야

송영길 대표는 5·2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출마한 3명 중 권력의지가 가장 강한 정치인으로 평가돼왔다. 만약 송 대표가 안정적으로 당을 이끌며 2022년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그는 차차기 대통령 후보 반열에 들 수 있다. 이번 민주당 지도부는 잔여 임기이기 때문에 벌써 2022년 8월 전당대회 재출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과정을 통해 민주당이 송영길 당으로 거듭난다면 그의 대선 가도에 한층 탄력이 더해질 수 있다.

민주당의 세 번 집권에서 팬덤은 끊임없이 변신했다. 김 전 대통령 당선엔 호남과 학생운동권 출신 20대가 기여했다. 노 전 대통령 당선 때는 친노와 20~30대가 왕성하게 활동했다. 문 대통령은 촛불 민심으로 선거 돌입 이전에 승기를 잡았다. 핵심 지지층은 친문과 30~40대로 볼 수 있다. 재보선 이후 문 대통령과 민주당 팬덤은 다소 축소된, 친문과 40대다. 이들은 차별화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송 대표의 최우선 과제는 ‘잡음 없는 차별화’에 있다. 대선 승리를 위해서라면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이는 친문이 적극 협조할 때 가능하다. 민주당 전당대회는 ‘친문의 힘’이 입증됐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적극 옹호했던 김용민 의원이 최고위원 선거에서 1위를 했기 때문이다. 송 대표도 아슬아슬한 차이로 승리했다. 당선한 최고위원의 면면도 대부분 친문 성향이라는 평가다. 이는 친문, 나아가 친조국 세력이 민주당 주류를 구성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송 대표가 넘어야 할 두 번째 과제는, 20~30대 지지율 회복이다. 40대 민주당 지지 성향은 보수정당 비토 정서에서 나온다. 이들은 진보정권에서 자유를 만끽하다 보수정권에서 퇴행을 경험했다. 이에 비해 20~30대는 보수정당 비토가 약하다. 특히 20대 초반은 아예 보수정당을 경험하지 못했다. 그만큼 탈이념, 탈진영 성향이 강하다. 과거 정당 모습에 구애받지 않고 현재의 문 대통령과 민주당을 평가할 수 있다.

20~30대 유권자 비중은 4월 재보선 기준으로 34.79%(18·19살 포함)에 이른다. 이들의 지지를 회복하지 않으면 대선 승리가 어렵다. 친문은 586그룹(1980년대 학번·1960년대생)이 중심이다. 청와대와 민주당, 정부 요직을 꿰차고 있다. 20~30대 눈으로 볼 때 친문은 가장 강력한 기성세대다. 괜찮은 일자리, 주택 소유, 여유 있는 노후 준비에서 가난한 20∼30대와 대비된다. 친문은 새로운 꼰대로 비치기도 한다. 친문과 20~30대는 서로 점점 달라지고 있다.

대선 D-1년, 기회와 위기

2022년 민주당 정권 재창출이라는 큰 과제를 떠안고 송영길호는 출항했다. 송 대표 등장은 한편으론 세대교체로 해석되지만, 다른 한편으론 586 권력의 정점을 상징한다. 기회이자 위기라는 뜻이다. 송 대표의 권력의지, 재보선 패배에 따른 위기감 고조는 긍정적 요소다. 이에 비해 변함없는 친문 영향력, 20~30대의 정치적 등장은 어려운 해결 과제가 될 것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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