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을 기억하시나요. 1950년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우리나라 영화입니다. 꽤 많은 분들이 보셨습니다. 이 영화는 태백산맥 자락에 자리잡은 작은 마을, ‘동막골’에서 벌어지는 이념적 충격과 문화적 충격을 소재로 시작하여 마지막엔 소수의 희생으로 동막골이라는 공동체를 지키며 ‘해피엔딩 아닌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립니다.
국군에 적응하지 못한 탈영병과 전투 중 대열을 이탈한 북한군은 각 진영이 처한 현실에 대한 부적응자인 동시에 전쟁이 가진 이상적 목표에 충실한 적응자로 소개됩니다. 이 둘은 동막골에 새로 나타난 이물질이자 이념적 충돌의 상징입니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또 한 부류가 있습니다. 불시착한 백인 미군 전투기 조종사, 이는 세상과 단절된 작은 마을에 문화적 충격을 더해줍니다.
제20대 총선을 한 달도 채 남겨두지 않은 요즘, 새누리당의 유승민 의원과 더불어민주당(더민주)의 정청래 의원을 보며 문득 이 떠오른 이유는 왜일까요.
<font size="4"><font color="#008ABD">양당의 다양성 결핍</font></font>최근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서 짧은 여론조사를 진행했습니다(2016년 3월15일 조사. 전국 성인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집전화와 휴대전화를 이용해 무작위추출한 뒤 자동응답전화(ARS) 조사 방식으로 실시.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는 ±3.1%).
뭐라고 물어봤냐고요? “최근 정당들이 20대 총선에 출마시킬 후보 경선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귀하께서는 ‘지지 정당과 관계없이’ 어느 정당이 더 경선 관리를 잘하고 있다고 보십니까?”라고 물었습니다. ‘새누리당’이란 응답이 28%, ‘더민주’란 응답이 24%였습니다(국민의당 10%·정의당 8%·기타 정당 3%·잘 모름 27%).
한국갤럽의 3월 둘쨋주 정기조사에서 새누리당(39%)과 더민주(23%)의 지지율 격차는 16%였습니다. 다시 말해 두 정당의 경선 관리 격차(4%)가 지지 정당 간 격차(16%)보다 작습니다. 더민주가 새누리당보다 경선 관리를 잘하고 있거나 혹은 더민주의 경선 관리와 상관없이 새누리당이 경선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는 여론의 방증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좀더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갤럽의 조사를 보면 새누리당과 더민주의 정당지지율이 동반 하락했습니다. 새누리당은 4%, 더민주는 3%가 떨어졌습니다. 제20대 총선의 본격적인 레이스가 시작되기도 전인 경선 관리 과정에서 거대 두 정당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조사 당시는 새누리당에 이념적 충격을 준 유승민 의원의 공천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었고, 제1야당에 문화적 충격을 준 정청래 의원의 컷오프가 확정된 시점이었습니다. 둘의 공통점은 소속 정당에 새로운 충격을 주었다는 것입니다. 이물질이 된 셈이죠.
더민주는 이념적 다양성은 인정하면서 문화적 다양성은 부정합니다. 새누리당은 문화적 다양성은 인정하지만 이념적 다양성은 부정합니다. 두 정당 모두 대중정당인데도 말입니다.
예컨대 이런 것입니다. 더민주는 이념 색채가 다른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인정하면서도, 정 의원의 문화적 리버럴(liberal·자유성)은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새누리당은 문화적 다양성을 대표 하는 상징으로 ‘이자스민 의원’을 제19대 국회에서 인정(공천)했으면서도, 유 의원처럼 이념적 다양성을 보인 정치인은 용납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두 정당의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요. 새누리당은 이념적 수구주의에, 더민주는 문화적 보수주의에 빠져 있는 건 아닐까요.
<font size="4"><font color="#008ABD">유승민은 어떻게 되었나요?</font></font>새누리당이 이념적 다양성을, 그리고 더민주가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할 때 내면이 성장한 진보와 보수로 거듭나지 않을까요. 각 정당이 꺾여 있는 다른 한쪽의 날개, 즉 다양성이란 날개를 치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논쟁에 실익이 있으려면 국민 입장에서 재해석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20대 총선을 계기로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동반 성장해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개인 생각입니다만, 예컨대 더민주는 환경·생태·자연을 중시하는 녹색당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문화적 다양성의 연대라는 측면에서 녹색당이 2석 정도 얻을 수 있도록 노력(양보)할 수 있지 않을까요. 또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인 김홍걸씨뿐 아니라, 부산·경남을 기반으로 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를 더 적극적으로 당에서 포용하는 것입니다.
새누리당은 세계화를 인정하듯 사민주의도 인정하는 것입니다. 이념적 다양성의 연대라는 측면에서 당 강령에 ‘글로벌 사민주의’를 천명할 수 있지 않을까요. 또 여권은 이념적 다양성에 기초하여 차후에 여성가족부·교육부·고용노동부·보건복지부를 총괄하는 ‘복지부총리’를 신설하면 어떨까요.
현재 스코어로 볼 때, 관전 포인트는 새누리당에 있는 듯 보입니다. 정 의원은 이미 공천 탈락을 수용했습니다. 반면 새누리당의 유 의원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적어도 이 글을 쓰는 시점엔 그랬습니다.
유 의원 공천 여부와 관련하여 근본적인 문제가 생겼습니다. ‘유승민계’의 새누리당 의원 대부분이 공천에서 탈락했습니다. 유 의원 입장에선 공천을 받아도, 받지 못해도 문제인 상황으로 몰렸습니다. 왜냐하면 조직에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동지가 필요하죠. 변화의 각도가 커질 때, 원심력에 의해 날아가지 않도록 서로를 잡아주는 연대의 안전망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살펴보니, 유 의원이 판단하고 결정하는 데 필요한 가이드라인이 생긴 것 같습니다. 새누리당을 새로운 보수로 변화시키려면 공천과 상관없이 불출마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소수가 다수가 되는 시스템을</font></font>공천을 못 받았다고 탈당하거나 신당을 창당한다면, 정말로 보수 진영에서 이물질이 되어 튕겨나가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공천을 받아 혼자 출마한다면 변화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쉬어가는 것도 변화입니다. 총선이 끝나면 지도부 선거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당 지도부 출마를 적극 검토해보는 것도 동지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새누리당의 진정한 변화를 위해서요.
정 의원에게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더 많은 동지들을 만들기 위해 헌신해야 할 것입니다. 다수결 원칙이 민주주의의 요소로 통용되는 일도 중요하지만, 소수도 다수가 될 수 있는 사회 환경과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필요합니다. 바로 이것이 ‘유승민의 깃발’과 ‘정청래의 이빨’이 성공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최정묵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카카오톡에서 을 선물하세요 :) <font color="#C21A1A">▶ 바로가기</font> (모바일에서만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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