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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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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하고 암담한 앞날

유가족 뜻 반영 안 된 채 나온 세월호 특별법 3차 합의안…

특검 후보 추천에 유족 참여 가능할지는 미지수에다 여러 악재 겹쳐
등록 2014-10-08 15:12 수정 2020-05-03 04:27

“허탈함을 넘어 참담한 합의안.”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가 아득해졌다. “세월호 특별법 3차 합의안까지 거부할 생각을 못했는데” 유가족이 받아들일 수 없는 합의안을 여야가 9월30일에 또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번 합의안이 기존 합의안과 다른 점은 ‘유족(의 특별검사 후보군 추천) 참여는 추후에 논의한다’라는 조항뿐이다.

새누리, 특검 후보 추천 유족 참여 “안 된다”

10월1일 여야 원내 지도부와 만난 뒤, 유경근 가족대책위 대변인이 경기도 안산 경기도미술관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조항은) 가족을 설득하기 위한 미사여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애초 새정치연합이 약속했던 대로 특검 후보 추천에 유족 참여를 보장하면 (3차 합의안을)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 세월호 특벌법에 따라 설치될 진상규명특별위원회에 기소권·수사권을 부여해달라는 요구에서 한발 물러난 유가족들은 특검이라도 제대로 뽑아야 한다며 이렇게 ‘배수의 진’을 쳤다. 진상 규명 의지가 강하고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는 독립적 특검이 뽑힐 수 있도록 유가족이 권력을 감시·견제하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권력은 ‘견제와 감시’를 거부할 모양이다.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정치권에서 추후 논의한다는 건 이번에는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유가족 참여는) 절대 안 된다”고 못박았다(10월2일 KBS 라디오 인터뷰). 다만 “유가족이 반대하는 인사는 추천하지 않겠다”고만 덧붙였다.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이 “추후 논의키로 한 유족 참여 사항 논의를 당장이라도 시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긴 했으나, 말뿐이었다. 박영선 원내대표가 사퇴하면서 추후 협상은 ‘개점휴업’ 상태다.
희생자·실종자 가족들도 수렁에 빠져 있다. 대리기사 폭행사건으로 김병권 전 위원장과 김형기 전 수석부위원장, 한상철 전 대외협력분과 부위원장 등 3명이 형사처벌을 받을 상황이다. 검찰과 경찰은 “피해자들이 강력한 처벌을 원하고 거짓 진술을 반복한다”며 구속영장까지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정치적 맥락 탓에 사건을 침소봉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수사기관이 받겠지만 어쨌든 유가족들은 폭행사건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아야 한다.
유경근 대변인은 다른 유가족들에게 고소를 당했다.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가족대책위는 9월30일 경기도 안산 단원경찰서를 방문해 고소장을 제출했다. “유 대변인은 지난 (9월)23일 고려대에서 열린 대학생 간담회에서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 대책위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만난 뒤 세월호 특별법 여야 재합의안을 수용했다’고 허위사실을 퍼뜨렸다. 우리는 김 대표를 만난 적도 없다.”(고소장) 유 대변인은 김 대표가 세월호 가족대책위를 만났을 때 수사권을 줄 수 없는 이유로 ‘청와대’라는 글자를 써서 보여준 것인데 일반인 가족대책위라고 잘못 말했다며 사실관계를 정정했지만, 일반인 가족대책위는 안산 합동분향소에 있던 일반인 희생자 영정을 모두 철수하고 유 대변인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실종자 가족, 진도체육관 떠나야 해

실종자 가족들은 진도실내체육관을 비워달라는 진도 주민들의 요청을 받고 거처 이전을 논의하고 있다. “여섯 달 넘게 간절한 기다림의 염원이 응축된 진도실내체육관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보다 크다”고 아쉬워하면서도 “물심양면으로 (실종자) 가족들을 지원해온 지역 주민들과 대립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실종자 가족, 지역주민 등 3자 대표는 실무기구를 구성해 이전 장소와 시기를 검토할 계획이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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