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6일 오후 2시 수원지방검찰청 2층 대회의장. 김수남 수원지검장은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이석기 내란 음모 사건에 대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100여 명의 취재진과 검찰 관계자들로 대회의장은 1시간 전부터 빼곡히 들어찼다. 이례적으로 지검장이 직접 나선 수사 결과 발표는 영상 및 사진 촬영 속에서 이뤄졌다. 뉴스채널과 종합편성채널 방송사들은 생중계를 할 정도였다.
발표는 생중계… 일문일답은 카메라 없이
곧바로 이어진 차경환 수원지검 2차장과 기자들의 질의응답에 앞서, 검찰은 모든 카메라의 퇴장을 요구했다. 기자들 앞에서 차 차장은 ‘수사 중’이라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계속 수사 중입니다.
-이석기 의원 압수수색 때 외화를 포함한 돈이 있다고 했는데, 그 성격은 밝혀냈나요?=현금을 압수한 건 맞는데, 그러나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총기나 사제폭탄 관련해서, 발언을 넘어서서 실제로 시도한 것도 있었나요?=조사를 하고 있습니다만, 예비나 실행 착수가 아니라 음모로 기소한 겁니다.
-지하조직 RO의 해외 연계 여부는 어떻게 보고 있나요? 지하조직이라는 RO의 결성 시기는 언제로 보는 건가요?=북한을 포함해 외국과의 연계 여부는 확인 중입니다. 반국가단체 결성 시기 등은 수사 중입니다. 자금도 함께 수사 중입니다.
앞서 오전 10시40분께 검찰은 이석기 의원을 내란 선동 및 음모, 반국가단체 활동 찬양·동조 혐의로 수원지법에 기소했다. 이제부터는 검찰과 변호인의 법정 공방이 펼쳐지게 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수사 중’인 게 많다는 것은, 수사가 미진했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검찰 발표 내용에 논리적 모순도 있다. 검찰은 이석기 의원이 총책을 맡고 있는 RO의 조직원들은 조직 관련 연락을 주고받을 때 개인 휴대전화 등이 아니라 공중전화나 ‘비폰’(비밀 휴대전화)을 쓴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른 대목에선 RO 조직원들은 수사·재판 소식을 주위에 알린다며, 8월28일 압수수색 당시 인터넷과 휴대전화로 상황을 공유해 “조직원들이 현장에 집결, 압수수색 방해·항의”를 했다고 하고 있다.
내란 음모 혐의와 RO의 실체도 여전히 미궁이다. 검찰은 이른바 ‘5월 모임’ 녹취록 내용을 내란 음모의 주요 근거로 들었다. 동시에 녹취록상 ‘권역별 토론 결과’ 발표자들을 각 ‘지역책’이라고 한 RO 조직도를 제시했다. 결국 ‘녹취록을 보니 RO는 내란 음모를 한 위험한 조직이다. RO의 실체나 구성은 녹취록에 나온다’는 식이다. 녹취록을 중심으로 논리가 순환하며 오류에 빠졌다.
검찰이 이 의원 등에게 적용한 혐의에 ‘반국가단체 구성’은 포함되지 않았다. RO를 “(강령으로 삼은) 주체사상으로 철저히 의식화된 사람들만 조직원으로 받아들이는 폐쇄적인 비밀조직”이라고 규정한 데 비춰볼 때 이해가 가지 않는 결정이다.
변호인단 “실질적 수사 이뤄진 게 없다”검찰은 “피고인들이 일체의 진술을 거부하며, 서명 날인까지 거부하고 있”다고 했다. 변호인단은 “그동안 검찰 수사 과정은 실질적으로 수사가 이뤄진 게 없다. 노래(혁명동지가) 틀어주고 어떻게 생각하느냐, 문건 읽어주고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런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검찰과 국정원은 2010년 5월부터 제보자 신고로 내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3년4개월의 수사 가운데 핵심 근거는 ‘5월 모임’이다. 하지만 이런 모임이 주기적이었는지, 이 의원과 진보당 주장대로 일회성이었는지도 확실치 않다. 이제 재판이 남았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