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산 민어회와 가리비를 대접받았다. 날음식을 안 먹으니,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는 민어회의 식감과 맛은 못 느꼈다. 그러나 총천연색 껍데기를 벌리고 쫄깃하게 익은 가리비의 속살은 그동안 먹어본 양식 가리비 맛과 비교할 수 없었다.
참으로, 맛났다. ‘단언컨대 이보다 더 완벽한 안주는 없던’ 그날 거나하게 오가는 술자리에서 지인은 자연산 전복을 먹어본 적 있냐고 물어봤다. “자연산 전복?” 물론 먹어본 적도 실물을 본 적도 없다며 진실하지만 저렴한 답변을 했다. 그러자 지인은 자연산 전복을 채취한 해녀에게 사려다 실패했다며, 고로 자연산 전복은 없다고 일러주었다. 파느니 먹는 게 남는다는 해녀의 답변을 미루어 짐작해, 그렇다는 것이다.
해녀의 밥상에만 오른다는
자연산 전복
그날 즈음… 완벽한 안주의 그날 즈음에 국정원은 체제 ‘전복’을 꿈꾸는 내란 음모를 시중에 풀었다. 처음에야 “내란 음모?” 하면서 피식 웃었을 것이다. 그러나 웃던 입가에 경련이 올 때쯤 내란은 녹취록과 프락치의 이름을 가진 실체로 등장했다. 자연산 전복을 맛본 적도 심지어 본 적도 없는 저렴한 언니의 인생에 등장한 ‘전복’ 세력들은 아뿔싸 모두 아는 사람이었다. 잡혀간 사람도 아는 사람, 팔아먹었다는 사람도 아는 사람… 바람같이 모였다는 사람들도 아는 사람이 꽤 있지 않겠나 싶은 경기도 수원에 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한 역사의 중심에서 깨달음이 왔으니 ‘어찌되었든 자연산 전복은 없다’는 것이 저렴한 언니의 첫 번째 결론이었다. 물론 ‘자연산 전복은 없다’는 결론에는 몇 가지 변수가 존재한다. 해녀와 흥정한 지인이 자연산 전복을 사기 위해 개당 100만원을 제시하지는 않았을 터. 그러니 자연산 전복이 이건희 또는 박근혜 밥상에 오르는지 알 수 없다. ‘내 밥상에 오를 수 없으니 자연산 전복은 애초에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라는 결론은 그래서 섣부를 수밖에. 대부분 범속한 우리들은 그래서 ‘자연산 전복은 없다’고 말하니 ‘자연산 전복은 있다’고 외치는 국정원과 은밀하고 위대한 게임을 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먹어봐야 맛을 아니까. 먹고 맛있어서 죽어봐~야, 정신을 차릴 테니까.
그리하여 저렴한 언니의 또 다른 결론은 이렇다. 진짜 ‘자연산 전복은 있다’, 다만 나와 그대가 보지 못했을 뿐. 누가 자연산 전복을 보았는지, 맛봤는지 아무도 알 수 없을 뿐. 그러니 김수영의 어떤 시가 “김일성 만세-한국의 언론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는데,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정치의 자유라고 장면이란 관리가 우겨대니, 나는 잠이 깰 수밖에” 하듯이 말하면 될 일이다. 존재하는 자연산 전복 맛을 상상하고 전복의 식감을 누리고 전복 맛에 취해 전복을 먹었노라, 보았노라, 있었노라 외치면 안 될 일인가. 내가 자연산이냐 아니더냐, 네 전복은 바다가 아닌 강에서 왔으니 전복도 아니라는 논쟁이 바야흐로 전복의 계절에 의미가 있을까, 그것도 이제 와서! 진짜 전복 맛을 꿈꾸지 못하는 세상에서 자연산 전복이 가당키나 할까 싶어 김수영의 시심이 자꾸 생기네.
대통령과 그의 가족이 전복으로 딴 주머니를 차는 동안 음식물쓰레기 봉투에서 썩어가게 된 자유와 권리를 생각하니 체기가 내려가지 않네. 이제부터라도 미각을 길러 진짜 자연산 전복을 찾아볼까. 자연산 전복 맛이 정말 궁금해졌다. 마지막 결론이다. 지금이야말로 ‘만인의 밥상에 자연산 전복을 올리자’, 그렇지 않으면 인류보다 오래된 화석곤충을 갈아 만든 단백질 블록의 시대가 도래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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