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한계선(NLL) 대화록 ‘실종’ 사건이 새 누리당의 고발로 검찰에 넘어갔다면, NLL대화록 ‘유출’ 사건은 실종된 거나 마찬가지다.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이 국가 정보기관의 대선 개입이라는 국기문란의 한 축이라면, 대화록 유출 및 대선 활용 의혹은 국가 정보기관과 집권여당이 직접 연루된 국기문란의 또 다른 축이다. 그러나 유출 사건은 실종 사건에 밀렸다. ‘사초 실종’이라는 사안의 중대성 때문만은 아니다. 대화록 실종을 빌미로 대화록 유출을 희석시키려는 새누리당의 물타기 전략에 민주당이 놀아난 탓도 크다.
대화록 유출 및 대선 활용 의혹은 애초 국회 국정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여야가 국정원 댓글 등 선거 개입 의혹, 경찰의 수사 축소·은폐 의혹, 국정원 여직원 인권침해 의혹 등에 대해 국정조사를 하기로 합의한 직후 이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7월24~25일 국정조사 특위 회의에서 대선 당시 김무성 박근혜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의 대화록 입수 경위, 권영세 박근혜캠프 상황실장의 ‘컨틴전시 플랜’ 발언 경위 등을 계속 따졌지만, 새누리당은 “그건 국정조사 대상이 아니”라고 받아쳤다.
새누리당은 7월25일 대화록 실종 사건을 검찰에 고발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여야 합의를 전제로 한 수사를 통해 (실종의) 진상을 규명하자”고 제안한 다음날이다. 7월26일에는 여야가 각각 ‘NLL 관련 정쟁 일체 중단’(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 ‘NLL 논란 영구 종식’(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을 선언했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은 NLL을 사수하려 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 했다는 민주당의 의도와 달리, 경기도 평택 해군2함대에서 벌인 ‘정치퍼포먼스’의 결과는 참담하기까지 하다. 노 전 대통령 발언의 진실 규명, 국정원과 새누리당의 대화록 유출 및 대선 활용에 대한 의혹까지 모두 ‘정쟁’으로 몰려 ‘종식’시켜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 사전·사후 문서를 열람해 NLL 포기 발언의 실체를 밝히고,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를 국정조사 증인으로 채택하자는 민주당의 요구에 새누리당은 ‘NLL 정쟁은 이제 그만’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우왕좌왕하던 민주당은 7월30일 ‘대화록 유출 및 실종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을 발의했다. 남재준 국정원장의 대화록 무단 공개, 대선 당시 국정원과 새누리당의 대화록 유출 및 선거운동 활용 의혹, 대화록의 실종·은닉·폐기·삭제·관리 부실 등 ‘유출과 실종’ 의혹 모두를 특검에 맡기자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 결과를 차분히 지켜보는 것이 순리”라며 일축했다. 검찰은 새누리당이 고발한 ‘실종사건’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하겠다”며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에 배당해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으나, ‘유출 사건’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그렇다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김무성 의원이 해야 할 것 같다. 지난해 12월14일 부산 서면 유세장에서 “울부짖듯 쭉 읽었다”는 NLL 대화록은 어디서 나왔나? 국가기록원에서는 찾을 수 없고 국정원이 갖고 있는 대화록을 김 의원이 읽었으니 답은 그가 알 텐데.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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