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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 폐지는 정치권의 오랜 논쟁거리 중 하나였다. 정당공천 폐지가 여야 대선 후보들의 공약으로 제시되고, 실제 4월 재·보궐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공천을 하지 않으면서 폐지는 기정사실이 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갈수록 반론이 거세지고 있다. 예상되는 부작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국회 정치쇄신특별위원회가 지난 5월22일 개최한 ‘지방선거 정당공천제 개선’ 공청회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졌을 뿐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
우선 진정한 지방자치 실현을 가로막는 주범으로 현행 정당공천제도를 지목하는 목소리가 있다. 김도종 명지대 교수는 “지방자치가 중앙정치에 철저하게 예속됨으로써 지방자치 본연의 취지가 전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며 “지방자치가 정치인을 육성하는 훈련의 장으로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그저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지역 토호들의 집합체 기능에 그치는 것도 현행 정당공천제도의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정당들이 ‘좋은 후보자’를 추천하는 데 지속적으로 실패하면서 발생했다. 실제 지난 4기와 5기 지방정부 및 의회는 무려 363건의 재보선을 치렀다(963호 표지이야기 ‘돌아서면 선거 출마꾼들의 지방자치’ 참조). 부정한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했거나, 임기 중 비리에 연루돼 사직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육동일 충남대 교수는 “공천 과정에서 자기 사람 심기와 돈공천의 문제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며 “다양한 유형의 공천 비리는 유권자의 정치혐오증을 불러일으켜 결국 낮은 투표율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특정 지역의 단체장과 의회 의석을 특정 정당이 독식하는 지역주의 구조 역시 정당공천 때문에 고착화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정당공천을 폐지할 경우 후보자가 난립하고 결국 각 지역에서 기득권을 가진 토호세력이 대거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반대론의 골자다. 손혁재 수원시정연구원 원장은 기존 공천제도의 문제점은 인정하면서도 “중앙정치의 개입을 막는다고 지방자치가 잘되는 것도 아니고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정당공천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라며 “부작용을 해결하려면 정당이 후보 선출의 공정성을 강화하면 된다”고 말했다. ‘정당의 책임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각 지역의 시장·군수·구청장과 기초의회 의원들이 오직 ‘무소속 영역’에 머무른다면 책임을 물을 대상이 불분명해져 선심성·선거용 공약이 난무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에서다.
위헌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당공천 폐지론이 “정당의 설립은 자유이며, 복수정당제는 보장된다”고 명시한 현행 헌법 제8조 1항에 반할 수 있다는 논리다. 정연주 성신여대 교수는 “지방자치의 중요한 기능은 다원적 민주주의의 실현이고 정당의 중요한 기능과 존재 목적이 선거 참여와 그를 통한 국민 의사의 반영이라고 할 때, 정당공천 금지는 지방자치의 기능에 반할 뿐 아니라 정당민주주의와 복수정당제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에 반한다”고 했다. 정당을 통한 대의민주주의 실현이 현행 헌법의 정신이라면, 중앙정치와 지방자치를 분리하고 지방자치를 다시 광역·기초로 구분해 정당의 개입 여부를 재단하겠다는 건 위헌 소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여성 및 소수자 정치 참여 어려워져”
여성 및 소수자의 정치 참여 측면에서도 정당공천 폐지론을 일종의 ‘역행’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여성 몫, 장애인 몫 등 비례대표 당선자를 더 이상 배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5월9일에는 여야 정당의 여성 의원 39명이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고 정당공천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진보정당들도 현실적인 이유로 정당공천의 불가피성을 주장한다.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은 “여성과 소수 정당의 진출을 가로막는 공천 폐지 논의는 중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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