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털렸다.
대외 선전용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uriminzokkiri.com) 가입 계정 9001개 내역이 4월4일 저녁 통째로 공개됐다. 한반도 그림이었던 우리민족끼리의 트위터 계정 프로필 사진은 남녀가 탱고를 추는 그림으로 바뀌었다. 그림에 적힌 ‘탱고다운’(Tango Down)은 목표물(Target)이 쓰러졌음을 뜻하는 군사용어지만, 해커들이 해킹 성공의 표지로 쓰기도 한다. 또 다른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인 ‘반제민족민주전선’(aindf.com), ‘우리민족강당’(ournation-school.com) 등에선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얼굴에 저팔계 그림을 합성한 사진이 첫 화면에 내걸렸다(사진). 웹사이트의 주인이 문을 닫아버린 듯, 접근이 차단되기 시작됐다. 국내에선 애초부터 직접적인 접속이 금지된 상태였다.
aindf.com 화면 갈무리
해킹의 주역은 사이버공간에서 각종 시위를 벌이는 해커 집단 ‘어나니머스’로 보인다. 어나니머스의 각종 활동을 영어 및 한국어로 중계하는 트위터 계정 ‘어나니머스 코리아’(@YourAnonNewsKR)는 3월30일 ‘탱고다운’이란 메시지와 함께 우리민족끼리와 고려항공, 조선친선협회, 내나라, 벗 등 5개 웹사이트의 주소를 올렸다. 당시 발표된 어나니머스의 성명에선 “북한 정부는 점점 평화와 자유에 대한 위협이 되어가고 있다. 국가 대 국가가 아니라, 99%의 일반 주민 대 억압적·폭력적인 정권(의 싸움)이다”라는 명분이 제시됐다. 어나니머스는 △북한의 핵무기 생산 및 핵 위협 중단 △김정은의 사퇴 △북한에서 자유로운 직접민주주의 도입 △모든 주민의 검열받지 않는 인터넷 사용권 등을 요구했다.
어나니머스로선 사실 바뀐 게 없다. 이들은 그동안 해킹 형태의 다양한 운동을 벌이며 인터넷 검열에 반대했고, 표현의 절대적 자유 보장을 요구했으며, 개인에 대한 억압에 저항했고, 자유를 추구하는 이들에게 힘을 실어왔다. 2008년엔 유튜브에 올라온 배우 톰 크루즈의 교회 연설을 삭제해달라는 사이언톨로지 교회를 공격했고, 2009년엔 이란의 반정부 시위 후원 운동을 펼쳤다. 2010년엔 미 외교전문을 공개한 위키리크스에 대한 기부를 차단한 비자, 마스터카드, 페이팔 등 사이트에 디도스 공격을 했다. 2011년엔 튀니지·이집트·리비아의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각국 정부의 웹사이트를 해킹했다. 북한에 대한 공격도 이런 흐름에선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실제로 얼마나 큰 피해를 입었는지는 다른 문제다. 북한에선 바깥세상과 이어진 인터넷의 경우, 일반 주민에게 접근 기회가 극히 제한적으로 주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관측이다. 자연히 인터넷 기반 산업도 많지 않고, 해킹을 당해도 피해는 미미하다. 다만 어나니머스는 북한이 각 기관들 사이에 쓰는 국내 인트라넷 ‘광명’도 해킹하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광명에 연결된 전화선을 확보해 현장에서 활약 중인 ‘요원’ 몇몇이 고성능 무선인터넷을 통해 외부에 통로를 열어줬다는 것이다.
실제 큰 피해 없는 것으로 보여어나니머스의 공격 결과가 남쪽에서는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튀었다. 우리민족끼리 회원 정보는 각 계정의 이름, 아이디, 전자우편 주소, 성별 등이 세세히 공개됐다. ‘일베’(일간베스트)의 누리꾼들은 이름과 전자우편 주소로 한국인의 것으로 보이는 계정을 찾아내 ‘종북몰이’에 나섰다.
어나니머스는 4월19일 ‘자유 코리아 작전’, 6월25일엔 ‘2차 북한 작전’을 예고한 상태다. 특히 6월 공격에 대해선 “그날 북한의 모든 정부 사이트가 마비될 것”이라는 경고까지 내놨다. ‘자유’에 대한 보편적 지향 속에서도 정치적 시비를 피하지 못하는 한반도의 정치적 특수성이 다시 시험대에 오른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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