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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진보 연합군, 새누리와 맞짱 뜬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사상 첫 전국적 선거연합 큰 틀 합의… 공동선대위 꾸려 전국적 유세 나설 듯
등록 2012-03-14 15:42 수정 2020-05-03 04:26
민주통합당 ‘MB정권비리 및 불법비자금진상조사특위’의 이재화 변호사(왼쪽)와 박영선 의원이 3월5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민간인 사찰 관련 증거인멸을 청와대가 지시했다는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의 증언 녹취록을 설명하고 있다. <한겨레> 이정우

민주통합당 ‘MB정권비리 및 불법비자금진상조사특위’의 이재화 변호사(왼쪽)와 박영선 의원이 3월5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민간인 사찰 관련 증거인멸을 청와대가 지시했다는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의 증언 녹취록을 설명하고 있다. <한겨레> 이정우

야권 연대는 4·11 총선에서 야권의 ‘뜨거운 감자’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와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3월6일 처음으로 만나 ‘요리 시한’을 3월8일로 정한 뒤 야권 연대 협상은 급물살을 탔다. 3월9일 밤 12시 현재, 협상은 경선 지역 조정 문제가 남았지만, 큰 틀에서는 정책과 후보단일화에 합의를 이뤘다.

‘둘 다 망한다’는 위기감에 합의 이뤄

두 당의 야권 연대가 완전 타결되면 전국적인 선거 연합으로는 사상 처음이다. 총선 구도가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끄는 새누리당과 정권 교체를 노리는 민주·진보 연합군의 맞대결 구도로 치러지게 된다. 보수의 분열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까지는 영향력을 예측하기 어렵다. 야권 연대에 진보신당이 제외된 대목은 야권에 정치적 부담이다. 그러나 큰 틀에서는 여야의 일대일 구도가 짜였다고 볼 수 있다.

3월9일 밤까지 합의 내용을 보면,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을 위해 전국 10곳 안팎에서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다. 김성진 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이 나선 인천 남구갑, 윤원석 전 대표가 출사표를 낸 경기 성남 중원, 홍희덕 의원이 출마하는 경기 의정부을 등이다.

최대 관심 지역이던 이정희 대표의 서울 관악을 지역은 경선을 치르기로 했다. 민주당에서 김희철 의원과 정태호 전 청와대 대변인의 경선이 예정된 곳이다. 애초 민주당의 무공천 지역으로 합의됐던 심상정 대표의 경기 고양덕양갑, 노회찬 대변인이 출마하는 서울 노원병, 천호선 대변인의 서울 은평을 지역은 당내 ‘간판 주자’들이 경선을 치르겠다는 뜻을 밝혔다. 울산 동구와 남구을, 부산 영도와 해운대기장을에 통합진보당 후보가 나서기로 의견이 모아졌고, 경남 지역은 지역별로 자체 협상을 통해 원샷 경선을 치르기로 이미 합의됐다. 호남 지역에서는 두 당 후보들이 모두 완주하는 쪽으로 의견이 좁혀졌다.

두 당은 경선 지역 규모를 놓고 협상 막판에까지 힘겨루기를 계속했다. 고 김근태 상임고문의 부인 인제근씨가 출마하는 서울 도봉갑 등 민주당의 전략공천지에서도 경선을 치르자고 통합진보당이 요구해 협상 타결이 늦춰졌다. 특히 이 지역들 대부분에 옛 국민참여당 출신 후보들이 포진한 탓에 유시민 대표의 경선 요구가 거셌다고 한다. 야권연대 경선은 야당 지지자와 무당파층을 대상으로 100% 여론조사 방식으로 3월17~18일 진행하기로 했다.

지역구마다 1천 표 이내의 박빙 승부가 많은 총선의 특성상 야권 분열은 곧 패배고, 후보단일화는 승리의 필요 조건으로 여겨져왔다. 그러나 민주당은 통합 이후 치솟은 지지율에 들떠 야권 연대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다. 협상이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은 야권 후보가 제각각 출마할 경우 새누리당에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는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최근 공천 잡음으로 인해 “만루 찬스에서 병살타 치고 있다”는 비판을 들으며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고, 통합진보당 역시 ‘한 지붕 세 가족’ 체제의 갈등으로 5% 안팎의 지지율 정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둘 다 망한다’는 위기감이 협상에 속도를 높였다는 지적이 많다.

대체복무제 신설 등 총선 공약 20개 합의

야권 연대의 파괴력은 얼마나 될까. 2010년 6·2 지방선거 때 야권이 압승한 원동력은 야권 연대였다. 광역단체장 선거의 경우 야권 연대를 이룬 지역에서는 거의 이겼고, 연대에 실패한 곳에서는 쓴맛을 봤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가 47.43%의 득표율로 당선됐는데, 한명숙 민주당 후보는 46.83%, 노회찬 진보신당 후보는 3.26%를 얻었다. 이번 총선에서는 전여옥 의원 등 새누리당 공천 탈락자들이 합류한 국민생각과 자유선진당의 합당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보수가 분열할 조짐을 보이는 상황도 주목된다. 후보단일화 지역에서 야권이 무조건 승리하리라 보기는 어렵지만, ‘반MB 정서’를 기반으로 유리한 구도를 만들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특히 대선으로 가는 길목에서 큰 틀의 야권 공조에 합의하는 것이 의미하는 바도 매우 크다. 총선에서 야권이 승리할 경우 대선에서 연립정부가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면 야권 연대를 하고도 총선에서 과반수를 얻지 못한다면 대선 전망은 불투명해진다. 야권은 이런 점까지 고려해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처럼 야권의 유력인사와 지지자들을 총결집해, 공동선대위를 꾸리고 전국적인 유세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은 19대 국회에서 추진할 정책 20개, 즉 총선 공약에도 합의했다. 이명박 정부 심판, 경제민주화, 보편적 복지를 큰 축으로 하고 있다. 눈여겨볼 만한 내용으로는 △비정규직 사용 제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 신설 △전·월세 상한제 및 전·월세 보조금제 신설 △재벌과 대기업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 전면 도입 △KTX·인천공항·산업은행·한국수자원공사 등 공공부문의 민영화 중단 △모든 의무 교육기간에 친환경 무상급식 실시 △반값 등록금 △원전 추가 건설 중단 △종편 선정 과정에 대한 국정조사 실시 등이 있다. 핵심 쟁점이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이명박·새누리당 정권이 날치기로 통과시킨 한-미 FTA 종료를 포함하여 전면 재검토한다”고 합의했다. ‘폐기’라고 명시하자는 통합진보당의 요구에 ‘전면 재검토’를 당론으로 삼은 민주당이 난색을 보여 절충점을 찾은 게 ‘종료를 포함하여’라는 문구다.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공사 중단을 요구하고, 19대 국회에서 공사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야권 연대가 야권의 승리를 보장하는 건 아니다. 6·2 지방선거 때 경기도지사 선거에서도 야권 연대를 이뤘지만 ‘화학적 연대’에 실패해 패했다. 무엇보다 내부 반발을 무마해야 하는 게 숙제다. 무공천하기로 결정한 지역에서 경선 기회를 얻지 못한 후보들이 반발해 무소속으로 나설 경우에도 본선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경선을 치르기로 한 지역구에서 별다른 잡음 없이 경쟁이 이뤄져야 한다. 두 당 지도부가 정치력을 발휘해 해결해야 할 대목이다.

통합진보당 반대로 진보신당 협상 제외돼

진보신당이 협상 과정부터 제외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진보신당은 서울 동작을(김종철 부대표), 구로갑(강상구 부대표), 구로을(심재옥 부대표)과 경남 거제(김한주 변호사) 등 전국 27곳에 후보를 냈다. 이 가운데 14곳이 수도권이고, 몇몇 후보는 5% 안팎의 득표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민주당은 수도권 선거의 초접전 양상을 의식해 진보신당을 야권 연대 협상 테이블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으나, 통합진보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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