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국회서 ‘시민권’ 얻게 될까?

내년 총선 절대 과제로 원내교섭단체 내건 통합진보당… 민주당의 통 큰 양보와 함께 당 혁신과 단결이 선행돼야 가능할 듯
등록 2011-12-15 10:21 수정 2020-05-03 04:26

‘진보정당 시즌2’가 시작됐다. 한때 갈라섰던 동지들인 민주노동당과 새진보통합연대(진보신당 탈당파)가 다시 손을 잡았고, 국민참여당이란 ‘새 친구’가 합류했다. 민주노동당이란 낯익은 이름은 11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통합진보당’이란 새 간판을 달았다. 12월11일 공식 창당을 선포한 통합진보당은 내년 총선의 ‘절대 과제’로 원내교섭단체(20석 이상)를 내걸었다. 통합진보당 관계자는 “원내교섭단체는 국회에서 ‘시민권’을 얻는다는 의미”라며 “진보정당이 도달해본 적 없는 새로운 길에 들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가능할까?

5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수임기구 회의. 왼쪽부터 유시민, 이정희, 심성정 공동대표.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통합연대가 참여하는 통합진보정당이 ‘통합진보당’이라는 이름으로 새 출발했다. 민노당 이정희, 참여당 유시민, 통합연대 심상정 대표는 5일 오전 국회에서  수임기관 합동회의를 열어 3자 간 통합을 공식 결의했다.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5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수임기구 회의. 왼쪽부터 유시민, 이정희, 심성정 공동대표.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통합연대가 참여하는 통합진보정당이 ‘통합진보당’이라는 이름으로 새 출발했다. 민노당 이정희, 참여당 유시민, 통합연대 심상정 대표는 5일 오전 국회에서 수임기관 합동회의를 열어 3자 간 통합을 공식 결의했다.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총선 목표치, 30석 안팎에 이르러

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통합진보당의 총선 목표치는 30석 안팎에 이른다. 우선 10% 중·후반대의 정당득표율을 얻어 비례대표 10석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지난 11월24일 조사에서 통합진보당 지지율은 14.7%였다. 3개 세력 각자의 지지율 합계(8.7%)를 웃도는 수치다. 민주노동당이 돌풍을 일으켰던 2004년 총선 때 정당득표율은 13.1%로, 비례대표 8석을 얻었다.

지역구에서는 수도권 돌파가 핵심이다. 서울의 경우 이정희 공동대표의 관악을과 노회찬 전 의원의 노원병 외에, 은평을과 금천, 도봉갑 등 ‘전략지’에서 3곳 이상을 노리고 있다. 인천은 남동갑·남구갑 등 2곳, 경기에서는 심상정 공동대표의 경기 고양 덕양갑, 성남 수정, 성남 중원, 하남, 수원 장안, 화성, 부천 등지에서 최소 4곳이 목표다.

‘부산·울산·경남’에서는 제1야당을 목표로 뛰겠다고 한다. 울산에서는 조승수 의원과 김창현 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의 리턴매치가 예상되는 북구를 비롯해 남구을과 동구까지 기대하고 있다. 울산에서는 ‘부산∼거제∼진주∼창원갑·을∼사천(강기갑 의원)’으로 이어지는 영남 벨트에서 최소 6곳을 당선시키겠다는 것이다.

지난 4·27 재·보궐 선거 때 처음으로 진보정당의 깃발을 꽂은 호남 지역의 경우 3석 이상을 목표치로 제시했다. 전남 순천을에서 김선동 의원이 다시 나서고, 전남 장흥·강진·영암·여수 등과 광주 서구·광산구 등도 전략지로 삼고 있다. 전북에서는 참여당에 몸담았던 이광철 전 의원이 재기를 시도한다. 통합진보당은 12월13일 예비후보자 등록 때 통합진보당 후보들이 첫선을 보이고, 새해 1월15일 창당대회를 열어 ‘스타 정치인들이 많은 대중적 진보정당’이라는 얘깃거리를 설 명절(1월22~24일) 밥상에 올린다는 계획이다.

통합진보당은 “원내교섭단체는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관건은 민주당, 혁신과통합의 ‘민주통합정당’ 쪽과의 선거 연대다. 통합진보당은 야권 대통합을 거부하고, 대신 선거 연대에 적극 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통합진보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야 5당으로 나누어져 있을 때보다는 ‘민주 통합’과 ‘진보 통합’이라는 두 축으로 정리되는 현재의 환경이 후보단일화에 훨씬 유리하다고 본다”고 했다. 또 다른 핵심 관계자는 “예컨대 서울 48개 지역구에 민주통합정당 쪽 후보만 야권의 단일후보로 나설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어쨌든 그쪽이 양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 큰 양보’에 난색 표하는 민주당

문제는 선거 연대가 이런 기대만큼 수월치 않으리란 점이다. 통합진보당이 요구하는 ‘통 큰 양보’에 민주당 쪽의 거부 반응이 크다. “DJ가 살아 돌아와도 못할 것”이란 얘기가 공공연하다. 내년 총선이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가 생기자 민주당 쪽 총선 예비군도 지역구마다 부쩍 늘었다. 민주당은 혁신과통합과의 통합 과정에서 극심한 당 내분까지 겪었다. 통합이 되더라도 혁신과통합 쪽과 몫을 나누게 되는 만큼, 통합진보당에 양보의 여지가 줄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의 최대 현안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날치기 무효화 투쟁에 대한 민주당의 오락가락 행보 등으로 인해 야권의 신뢰도도 높지 않다.

본질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유권자들의 관심은 고차방정식 같은 선거 연대가 아니라, 새 진보정당이 혁신과 진보의 가치를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있다. 아직까지 유권자들은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정당이 추구하겠다는 노선과 가치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잘 구별하지 못한다. 참여당이 통합진보당에 합류해 진보정당이 ‘우향우’했다는 평가도 있다. “전태일과 노무현의 만남”(옛 참여당 논평)이라는 말이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될지 아직은 물음표다. 최규엽 옛 민주노동당 새세상연구소장은 “통합을 워낙 어렵게 하다 보니, 혁신을 보여주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해 안타깝다”며 “2030세대의 당 지도부 및 비례대표 후보 할당, 오픈프라이머리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시대의 다양한 정서와 요구를 반영하는 구조 마련에 당장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혁신은 ‘외연 확장’에도 필수적이다. 유시민 공동대표가 이끌던 옛 참여당의 합류는 통합진보당이 대중적 기반을 넓히는 데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옛 참여당 당원들은 자발성과 온라인·뉴미디어 활용 면에서 다른 정당들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당의 운영 방식이나 인물 면에서 대중에게 신선함을 주지는 못한다면, 확장력의 한계에 부닥칠 수도 있다. 통합 협상 때 비례대표 후보 구성을 내부 인사 70%, 외부 인사 30%로 정하는 과정에서 외부 인사 몫을 늘리자는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심상정 공동대표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좋은 분이 많이 나설 수 있는데, 그런 면에서 외부 인사 30%는 좀 아쉽다”고 말했다.

이질적 집단 ‘한집살이’ 충돌 우려

‘한 지붕 세 가족’ 체제는 잘 굴러갈까? 출범 초기 크고 작은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12월9일 노회찬 전 의원의 당 공동대변인 선임에 대해 옛 민주노동당 당원들이 “협의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언론 플레이로 선수친 것”이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12월11일 창당 선포식에서 애국가를 부를지 말지를 놓고도 논쟁을 했다고 한다. 노선이 이질적이던 집단의 한집살이로 인한 정책 충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옛 참여당 당원들은 새 정당 이름에 ‘노동’을 넣으면 안 된다는 의견을 관철했다. 남북관계나 노동·복지 정책, 경제정책 등에서 정책 노선을 둘러싼 충돌이 발생할 경우 당의 정체성이 모호해지고, 내부 권력 투쟁으로 안정적 리더십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정희 공동대표는 “서로의 차이와 경험의 간극이 있지만, 공통점을 찾으려고 노력해왔기 때문에 통합이 가능했던 것”이라며 “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처럼 당을 운영하면 잘되리라 본다”고 말했다. 혁신과 단결. ‘원내교섭단체 통합진보당’의 문을 여는 열쇠인 셈이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