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궂다. 조승수 전 진보신당 대표는 자주파(NL)의 패권주의·종북주의를 비판하며 2008년 2월 민주노동당을 앞장서서 탈당했다. 진보신당의 첫 대표는 노회찬·심상정 전 대표였지만, 창당을 주도한 것도, 이 당에서 유일하게 국회의원이 된 사람도 조 전 대표였다. 그런데 이젠 민주노동당과 통합해야 한다며 진보신당을 탈당한다. 통합 진보정당을 꾸리지 못하면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까지 밝힌 터다.
그는 9월29일 과 만나 “진보정치를 포함한 진보운동 전반이 대중적으로 책임지지 못하고 무능한 집단으로 규정되는 상황을 근원적으로 고민하고, 우리의 역할이 무엇인지 근원적으로 되짚어봐야 할 시기”라며 “그런 의미에서 ‘비(非)국민참여 진보통합’을 조직체 형태로 만들고, 거기서 진보의 혁신을 고민해야 한다. 총선에서 개인적인 출마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탈당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9월4일 당대회, 9월25일 전국위원회 이후 동요하고 개별적으로 탈당하는 당원이 늘어났다. 이들에게 탈당을 권유하거나 호소할 생각은 없지만, 난관에 부딪힌 진보 통합의 새로운 동력을 만들려면 이 흐름에 책임을 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전직 당 대표로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진보신당 깃발이 남아 있는 한 당에 남겠다고 한 적이 있어서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이 당에 무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정서적으로도 결정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난관에 부딪히고 이후가 불투명하다 해도 국민의 바람과 시대적 요구를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게 진보정치를 하는 나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당은 그걸 실현하는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표일 순 없다.
-진보신당은 ‘진보의 재구성’을 내세우며 창당했지만 실패했다. 민주노동당과 통합한다고 그게 가능해지나.
=통합이 그걸 보장하지는 않는다. 다만 새로운 통합 진보정당 속에서 진보의 재구성을 실현하고 노력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확보하는 것이다. 통합안을 부결한 진보신당 당대회가 우리의 핵분열과 같은 상황을 만들어냈다면, 민주노동당 당대회도 핵분열 같은, 각각의 차이가 크게 드러난 과정이었다. 과거의 운동권 노선과 패거리 문화에서 탈출하고, 정말 진보가 혁신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지는 것 아닌가.
-민주노동당을 탈당할 때, 진보정치 세력의 ‘분열’이 아니라 ‘분화’라고 주장했다. 독자파에서 통합파로 돌아선 이유는 뭔가.
=이명박 정부에서 대중적 요구는 복지국가라는 과제다. 여기서 진보가 역할을 못하면 중도 자유주의 세력이 모든 성과를 가져갈 수밖에 없다. 과거 진보정당의 한계와 오류가 해소되거나 극복되지 못한 걸 알지만, 당 대표가 돼 통합 논의를 진행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들으며 스스로 조금씩 이동했다. 세력적으로, 대중정치적으로 큰 틀로 묶여야 한다고 판단하게 됐다.
-통합안 부결과 탈당은 당 대표로서 정치력의 한계 또는 부재를 드러낸 것 아닌가.
=당원들에게 통합정당이라는 비전과 방향을 호소했는데도 동의받지 못한 건 명확하게 지도력의 한계이자 실패다. 하지만 지도부가 제시한 방향이 관철되지 않는 건 그 방향이 잘못됐거나, 대의원들이 잘못 판단했거나 둘 중 하나다. 아직 그 방향이 큰 틀에서 잘못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더 하고 싶은 말은.
=자기 논리 속에만 갇히지 않고, 성찰하는 기운이 높아지면 좋겠다. 나 스스로도 그렇게 할 생각이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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