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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나의 것?

선거법 위반 논란에도 친이계 의원 모임 열어 재보선 지침까지 내린 이재오 특임장관… 2012년 총선·대선 앞두고 한나라당 장악에 본격 나서나
등록 2011-04-29 16:16 수정 2020-05-03 04:26

한나라당을 장악하려는 승부수일까?
이재오 특임장관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 4월13일 한나라당 이명박계 의원 30여 명과 북한산을 등반한 데 이어 일주일 만인 20일 저녁에도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이명박계 의원들을 만났다. 4·27 재보선 승리를 위해 이명박계가 최선을 다하자는 의지를 다지는 자리라고 참석자들은 강조한다. 하지만 정부가 동남권 신공항 계획을 백지화한 뒤 요동치는 영남 이명박계를 다독이고, 당내 주류의 결속을 다져 세를 과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야당·박근혜계 “불법 선거 개입” 비판

모임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논란 방향은 달라진다. 이 장관은 4월20일 모임에서 “오늘은 계파 모임의 성격을 벗어나서 선거(4·27 재보선)를 위한 마지막 작전회의”라며 “재보선 어느 지역도 낙관하기 어렵다. 당 주류라고 하는 의원들이 그냥 보고만 있어선 안 된다. 오늘 모임은 4·27 승리를 위해 치밀한 계획을 다시 짜서 체계적인 지침을 마련하려는 모임”이라고 말했다. 이날 모임에선 이명박계 최대 모임인 ‘함께 내일로’ 소속 의원 70여 명을 강원, 경기 성남 분당을, 경남 김해을 3곳으로 나눠 선거를 돕도록 했다. 이 장관은 이날 “김해을은 현장에 가지 말고 연고자에게 전화하고, 분당을은 연고자를 만나고, 강원은 면 단위 등 사람 없는 곳을 직접 찾아가라”는 구체적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야당과 시민단체는 즉각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이춘석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4월21일 성명을 내 “헌법 제7조와 공직선거법 제9조는 공무원의 중립 의무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특히 고위 공무원은 그 직무를 통해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기 때문에 엄격하게 적용을 받아야 한다”며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특임장관은 대통령이 특별히 지정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자리다. 그렇다면 이 장관은 이런 불법행위가 대통령의 지시였는지 밝혀야 한다”며 ‘이명박 배후설’을 제기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도 “불법 선거 개입”이라며 이 장관 해임 등을 요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이 장관에 대한 조사를 의뢰했다.
한나라당 박근혜계도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도 이 모임에 참석한 것을 들어 “어떻게 국무위원이 2명이나 선거에 개입하느냐. 퇴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다.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는 노무현 전 대통령 때도 크게 논란이 됐다. 2004년 2월 방송기자클럽 회견에서 “열린우리당이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는 발언, 2007년 6월 ‘참여정부평가 국민포럼’에서 한나라당과 대선주자 비판 발언을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은 거세게 비난했다. 선관위도 “선거 중립 의무 위반”이라고 결정했다. 2004년 노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의 비난에 “대통령은 정치인인데 어디에 나가서 누구를 지지하든 발언하든, 왜 시비를 거느냐”고 반박했지만, 결국 사상 초유의 탄핵 사태를 맞았다. 지금 “선거 중립 의무 위반을 들어 대통령을 탄핵한 이 장관이니, 같은 불법을 저지른 이 장관은 해임해야 한다”는 논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YONHAP PHOTO-2126> 친이계 만찬 회동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이재오 특임장관을 비롯한 친이계 한나라당 의원들이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 중국음식점에서 4.27 재보선 승리를 다짐하는 만찬 회동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 장관, 안경률.이군현 의원. 2011.4.20
    kane@yna.co.kr/2011-04-20 19:44:56/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YONHAP PHOTO-2126> 친이계 만찬 회동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이재오 특임장관을 비롯한 친이계 한나라당 의원들이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 중국음식점에서 4.27 재보선 승리를 다짐하는 만찬 회동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 장관, 안경률.이군현 의원. 2011.4.20 kane@yna.co.kr/2011-04-20 19:44:56/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이재오 “앞으로 자주 모여야”

하지만 선관위는 이 장관의 발언 등이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고 밝혔다. 선관위 관계자는 “일반 선거구민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다. 이 장관이 한나라당 의원을 만난 것은 당내에서 만난 것이고 공표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전례 등을 검토해 내린 결론이다. 혹시 야당이 고발하면 다시 검토하겠지만, 1차적 판단은 그렇다”고 말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판단하든, 최근 이 장관의 적극적인 ‘여의도 행보’가 당내 역학구도 및 차기 총선·대선 전망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엔 이견이 없다. 일단 이 장관을 중심으로 이명박계가 결집하는 현상 자체가 논란거리다. 이명박계 안에서 이 장관과 대척점에 있는 정두언 최고위원은 지난 4월20일 평화방송 라디오 에서 “‘계파’ 하면 국민이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다. 재·보궐 선거가 어려운 상황에서 계파 모임을 갖는다는 것은 불필요한 오해를 사기 때문에 왜 그런 걸 하는지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 장관이 이런 논란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그가 지난 4월21일 에서 한 얘기다. “그동안 주류가 그런 모임을 자주 안 한 것은 혹시 무슨 갈등을 일으키지 않느냐는 것 때문에 많이 자제하고 조심한 것이다. 이제 국정도 1년8개월밖에 안 남았기 때문에 국정을 잘 마무리하고 정부·여당과 함께 이명박 대통령이 성공할 수 있도록 정책에 힘을 실으려면 앞으로 자주 모여야 되지 않겠나. (4·27) 선거 이후엔 선거 결과도 토론돼야 하고, 1년 남은 총선에 대안이 있어야 하니 자연적으로 의원들이 모이면 (모임이) 활발해지지 않겠나.” 쉽게 말해 그동안은 박근혜계의 ‘눈치’를 보느라 공개적으로 떠들썩한 행보는 자제했지만, 앞으로는 ‘주류 역할론’을 내세워 당의 구심점이 되겠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당장 주목받는 게 5월2일로 예정된 한나라당 원내대표 선거다. 이재오계 안경률 의원, 이상득계 이병석 의원, 중립 성향인 황우여·이주영 의원, 박근혜계 이한구 의원 등이 출마 뜻을 밝혔거나 후보로 거론된다. 비이명박계가 새 원내대표에 당선되면 임기 말 이명박 정부와의 관계도 지금까지처럼 ‘밀월’을 장담하기 어렵고, 비이재오계가 당선되면 ‘정권 2인자’로 불리는 이 장관의 당내 입지가 그만큼 줄어든다. 최근 두 차례 모임이 안경률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명박계, 흩어지면 죽는다?

이명박계가 느끼는 무력감을 없애고, 박근혜 전 대표를 견제하려는 시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금 당대표는 이명박계 안상수 대표지만, 당 지도부에서 목소리를 내는 이는 주류가 아니다. 게다가 이명박계엔 박 전 대표에 견줄 만한 대선주자가 없다. 박 전 대표 쪽에 당을 넘겨줄 때 넘겨주더라도, 이명박계가 산산이 흩어지는 것은 막아야 이 장관은 ‘다음’을 대비할 수 있다. 이 장관 쪽은 부인하고 있지만, ‘대선 캠프 창단설’ ‘전당대회 출마설’ 등이 나도는 것도 아직 이 장관이 이명박계의 구심점으로서 가진 힘이 강력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한나라당의 한 인사는 “지금 이명박계의 선택지는 세 가지다. ’월박’(박근혜계로 넘어가는 것), 지역구 활동에 매진하는 각자도생, 당의 중심이 박 전 대표 쪽으로 넘어가더라도 이 장관 중심으로 똘똘 뭉쳐 ‘여당 내 야당’으로 살아남는 것이다. 이 장관은 ‘뭉쳐야 산다’를 강조하며 세 번째 선택지를 골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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