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운동도 진화를 거듭한다.
정치에 적극 개입하면서도 제도정치권과는 거리를 유지해온 시민운동이 정치의 복판을 향하고 있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민주당 경선과 대선 승리의 동력이 된 무브온과 유사한, 비정당적 시민운동을 표방하는 ‘시민정치행동 내가 꿈꾸는 나라’(내나라· www.mycountry21.net)가 오는 6월 출범을 목표로 3월29일 창립준비위원회 발족식을 열었다.
조국 서울대 교수, 유정배 강원살림 대표, 여성학자 오한숙희씨, 대학생 김성환씨(왼쪽부터)가 3월29일 열린 시민정치행동 내가 꿈꾸는 나라 창립준비위원회 발족식에서 자신이 꿈꾸는 나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한겨레21 류우종 기자
남윤인순 전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 조국 서울대 교수(법학), 김기식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이 공동준비위원장으로 선출됐다. 1990년대 시민운동이 본격화하던 시점부터 20년 가까이 시민사회운동에 전념해온 사무처장급 인사들과 진보 성향의 학계·법조계 인사 500여 명이 운영위원과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시민운동·학계·법조계 500여 명 발기인김기식·조국·남윤인순 공동준비위원장이 앞장서기는 했지만 이들이 주인공은 아니다. 시민이 주인이다. 시민이 모여 만들고 싶은 사회와 나라를 꿈꾸고 말하면 정책과 정치가 될 것으로 믿는다. 앞장선 이들의 구실은 시민들이 말하고 모일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고 엮고 돕는 데 그친다. 정치인 혹은 각계 전문가와 시민단체 활동가들에게 위임했던 정치를 주권자인 시민에게 돌려주자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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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나라’는 발족 선언문에서 “지난 3년간 우리는 정치가 잘못됐을 때 어찌되는지,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똑똑히 보았다. 정치에 대한 혐오감으로 정치에 등을 돌릴 수는 있지만 정치로부터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정치에 등을 돌리면 그 최대 피해자는 바로 우리 국민 자신”이라며 “각자가 꿈꾸는 나라를 서로 이야기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신나는 정치 토론이다. 모이면 힘이 나고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고 밝혔다.
‘내나라’는 인터넷에 단체명과 동일한 ‘내가 꿈꾸는 나라’라는 가상 국가를 만들고 시민의원을 선출해 시민의회와 시민정부를 구성할 계획이다. 정치를 바꾸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라면, 2012년 진보·개혁 세력의 집권에 기여하고 2014년 지방자치의 혁신을 이루겠다는 게 단기적 과제다.
김기식 위원장은 “준비위원회는 6월 말까지 내가 꿈꾸는 나라의 창립을 준비하는 실무추진기구”라며 “내가 꿈꾸는 나라는 1천 가지 주제가 있는 1천 개의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이를 지원하는 전국적 센터를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 단일정당 운동을 벌이고 있는 문성근 ‘백만 민란’ 대표는 축사에서 “시민사회가 기존의 정치적 중립이란 틀을 박차고 크게 모인 것을 환영한다”며 “한국형 무브온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백만 민란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만큼 정식으로 출범하면 통합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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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주체인 정치운동을 지향한다는 의지는 이날 발족식 행사 곳곳에서도 묻어났다. 미리 준비한 영상에서, 그리고 발족식 현장에서 시민들은 입을 열었다.
“내가 꿈꾸는 나라요? 열심히 일한 만큼 먹고살 수 있는 나라지요.”(자영업자)
“우리 20대가 ‘스펙’에 목매고 살지 않는 나라가 제가 꿈꾸는 나라예요.”(대학생)
2008년 확인된, 정당의 틀로는 포괄되지 않는 광범위한 ‘촛불’을 엮어 정치를 바꾸는 정치운동을 하겠다는 것인 만큼, 막 돛을 올린 ‘내나라’가 순항할지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달려 있다. 시민 없이 명망가 중심으로 운영된다면 엉뚱한 곳에 가닿을 테니까.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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