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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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맴도는 진보통합 플랜

민주노동당·진보신당 합당 논의, 대북 태도 등 둘러싸고 지루한 샅바싸움…

각 당 내부에서도 견해 나뉘며 복잡한 셈법 작동
등록 2011-03-23 16:36 수정 2020-05-03 04:26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진짜 다시 합칠까?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지난 3월14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진보대통합과 관련해 “민주노동당은 4월2일 중앙위원회에서 (진보신당과의 통합 문제를 다룰) ‘공식 통합실무협상단’을 구성할 것이다. 진보신당도 3월27일 정기 당대회에서 공식 협상단 구성을 확정해달라”고 말했다.

»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3월14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진보신당이 “3월27일 정기 당대회에서 통합 관련 공식 협상단 구성을 확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연합

»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3월14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진보신당이 “3월27일 정기 당대회에서 통합 관련 공식 협상단 구성을 확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연합

당 대 당 논의냐, 연석회의냐

이에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는 “진보신당은 이미 지난 전국위원회에서 (진보대통합 관련) 당내 추진기구(‘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추진위원회’) 구성안을 확정했다”고 답했다. 지난해 말 진보정치 대통합과 새로운 진보 정당 건설에 이미 합의한 두 당은 사회당·시민단체와 함께 통합을 위한 연석회의를 운영하고 있는데, 진보신당이 만들려는 당내 기구는 이 연석회의 차원의 통합 논의를 맡는다. 이정희 대표가 별도의 양당 통합 추진기구 구성을 요구하고 나선 반면, 조승수 대표는 “연석회의 참여 단위 간에 다양한 방식의 협의를 진행할 수 있지만, (이정희 대표가 요구한) 협상단의 역할과 위상은 연석회의와의 관계 등을 더 확인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진보신당이 통합 실무기구를 설치하기로 한 사실을 민주노동당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왜 굳이 ‘양당 통합’ 관련 기구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한 것일까? 진보신당은 왜 이 제안에 선뜻 응하지 않은 것일까?

실마리는 통합과 관련해 두 당 모두 적극적인 쪽과 소극적인 쪽이 존재한다는 데 있다. 이는 민주노동당 분당의 원인으로 지목된 ‘종북주의’ ‘패권주의’와 관련된다. 민주노동당에서 통합에 소극적인 쪽은 당권파로, 민주노동당의 북한 관련 태도를 ‘종북주의’라고 비판하는 게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진보신당 독자파는 민주노동당 일부의 이런 태도 때문에 다시 통합하더라도 과거처럼 갈등이 재연될 것이라고 여긴다. 여기엔 통합할 경우 민주노동당 쪽이 다수, 진보신당 쪽이 소수이기 때문에 다수가 당직·공직 등을 차지하려고 횡포를 부리는 패권주의가 반복될 것이라는 ‘패배감’도 작용한다. 진보신당이 이정희 대표의 제안에 달갑잖은 반응을 보인 것은 이런 이유 때문에 시민단체 등 ‘완충장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통합파들에게 거센 공격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론도 통합 쪽에 기울어 있다. 이 때문에 ‘내부 정치’ 차원에서라도 통합과 관련한 메시지를 내놔야 하는 상황이었다.

“조승수·이정희 대표가 직을 걸고 나서야”

진보신당은 통합 추진기구 구성안을 확정한 2월20일 전국위원회에서 ‘과거 진보 정당 운동의 오류와 한계 극복방안’으로 “북한의 핵 개발 문제, 3대 세습 문제, 북한 인권 문제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한다”는 내용을 확정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동당에선 “이는 북한 내정에 간섭하자는 이야기”라거나 “통합 의지가 없음을 스스로 확인한 것”이라는 반발이 나왔다. 쟁점이 되는 대북 태도와 관련해 민주노동당이 내놓은 ‘진보정치 대통합 방안’에서 “사안에 따라 정세와 사실을 고려해 북을 비판할 수도 칭찬할 수도 있다”고 한 점과 비교해보면, 양쪽의 시각 차이가 한눈에 드러난다.

결국 양당 통합 실무기구 구성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압박’은 진보신당을 향한 ‘경고’로 볼 수 있다. 상대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내걸어 통합을 어렵게 만든 쪽은 진보신당이라며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관계자는 “저쪽이 ‘밥상’을 걷어찼으니, 이를 치우는 척하는 것이다. 통합하면 ‘수’에서 열세라 통합에 소극적인 진보신당은 ‘종북’을 핑계 삼고, 민주노동당 당권파는 이를 문제 삼아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신당 당직자도 “(진보신당의 ‘과거 진보 정당 운동의 오류와 한계 극복방안’은) 통합 논의를 엎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합치기로 마음먹었다면, 조승수·이정희 대표 모두 직을 걸고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권영길·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 노회찬·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 등 진보 정당의 주축 인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통합 논의를 진전시켜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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