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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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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장은 감사하면 주는 자리?

감사원장에 지명된 정동기 전 민정수석과 MB의 끈끈한 인연…

도곡동 땅·BBK 수사 때 대검 차장 지내고 민간인 불법사찰에도 거명돼
등록 2011-01-12 15:06 수정 2020-05-03 04:26

“2008년 6월부터 2009년 8월까지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으로 공직기강 확립의 중추적 역할을 책임 있게 수행.”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해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을 유지해왔음은 물론, 공직기강 분야의 깊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매사에 사적인 인연이나 감정에 얽매이지 않는 공정하고 소신 있는 자세로 어떤 외압에도 흔들림 없이 맡은 바 소임을 훌륭히 수행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음.”
“이러한 이유로 감사원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키면서 헌법상 기본 임무인 회계검사와 직무감찰 업무를 충실히 이행함으로써 공공 분야와 사회 전반에 엄정한 법질서를 확립해나가는 데 적임자로 판단됨.”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지난 1월6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별관에 마련된 후보자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 정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는 1월19~20일 열릴 예정이다. 야당은 물론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후보자가 독립성과 중립성이 생명인 감사원장으로는 부적절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한겨레 이종근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지난 1월6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별관에 마련된 후보자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 정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는 1월19~20일 열릴 예정이다. 야당은 물론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후보자가 독립성과 중립성이 생명인 감사원장으로는 부적절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한겨레 이종근

 

인수위 합류 뒤 ‘몸값’ 2배 이상 올라

이명박 대통령이 정동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감사원장으로 임명하려는 이유다. 1월5일 국회에 제출한 ‘감사원장(정동기) 임명동의안’ 중 임명동의 요청 사유의 주요 대목이다.

얼핏 보기에도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서 그를 보좌해온 민정수석이란 자리와, 사유에 적힌 ‘감사원의 독립성과 중립성’은 어울리지 않는다. 정치적 수사로 포장된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평가는 얼마나 사실에 부합할지 미리 따져봤다. 정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1월19일과 20일 이틀 동안 열린다.

정 후보자와 이 대통령의 인연은 2007년 대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 후보자는 검찰의 중요 수사 내용을 상세히 보고받는 대검찰청 차장검사였다. 당시 검찰은 아직까지도 명쾌하게 규명되지 않은 서울 도곡동 땅 실소유주 논란과 BBK 연루 의혹에 대해 ‘증거 없음’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내리면서 이명박 후보를 두 번이나 수렁에서 구해냈다. 정 후보자는 이후 탄탄대로를 달려왔다.

도곡동 땅에 대한 2007년 8월13일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 내용은 “(이명박 후보의 형인) 이상은씨가 갖고 있던 도곡동 땅의 지분은 이씨가 아닌 제3자의 차명 재산으로 보인다. 그 땅의 진짜 주인이 누군지는 모른다”였다.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을 며칠 앞둔 시점이었다. 이명박 후보의 숨겨둔 재산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던 만큼 ‘제3자의 차명 재산’이라는 발표는 폭발력이 엄청났다. 그런데 검찰의 수뇌부였던 정동기 차장은 항의 방문을 온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 등에게 “실소유주가 이명박 후보라고 볼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해 12월 검찰의 최종 결론(“이 후보의 소유라는 뚜렷한 증거가 없다”)을 미리 알았다. 검찰은 BBK 사건에 대해서도 “이 후보가 실소유주라는 뚜렷한 증거가 없다”며 동일한 결론을 내렸다.

정 후보자는 검찰의 수사 발표 직전인 2007년 11월23일 옷을 벗고 사흘 뒤인 11월26일부터 법무법인 바른으로 출근한다. 이때부터 화려한 변신이 시작된다.

이번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제출된 소득 관련 서류를 보면, 그는 바른의 대표변호사로 연말까지 한 달 남짓(11월26일~12월31일) 일하고 4600만원을 받았다. 그런데 중간에 ‘몸값’이 튄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뒤 대통령직 인수위 법무행정분과 간사를 맡은 이후다. 2008년 1월1일부터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옮긴 6월20일까지 6개월가량의 보수로는 6억5천만원을 받았다. 인수위에 참여하기 전엔 월급이 평범한 직장인의 연봉 수준인 4천만원이었는데, 그 이후엔 1억1천만원으로 두 배 이상 올랐다.

정 후보자 쪽은 “2008년도의 월평균 급여가 늘어난 이유는 상여금이 포함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민주당 인사청문위원들은 정 후보자를 통해 법무법인 바른이 그에 상응하는 이익이나 로펌 활동의 선처를 기대한 것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차기 정부의 주요 정책과 국정운영 기조를 짜는 인수위 활동은 겸업이 불가능한 업무 강도인데, 고액 연봉은 인수위 활동 시기에도 지급됐다.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해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을 유지해왔다”는 임명동의 요청 사유에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대목이다.

정 후보자는 2008년 6월20일 이종찬 민정수석(전 서울고검장)의 후임으로 청와대에 입성한다. 민정수석비서관실은 대통령의 친·인척과 청와대 내부 감찰을 담당하고, 검찰·국세청·경찰 등 사정기관을 총괄하며, 고위 공직자에 대한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곳이다.

정동기 민정수석이 임명동의 사유대로 “공직기강 분야의 깊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매사에 사적인 인연이나 감정에 얽매이지 않는 공정하고 소신 있는 자세로 어떤 외압에도 흔들림 없이 맡은 바 소임을 훌륭히 수행”했을까?

그는 2009년 8월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하자 부실 검증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인사 검증에 허점이 있는 인사였다.

 

PD수첩·미네르바·정연주 사건 때 민정수석

그보다 더 심각한 대목은 지난해 불거진 민간인 불법사찰 연루 의혹이다. 검찰의 꼬리 자르기식 수사로 인해 이인규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 등 몇몇 실무자급만 구속됐고 재판이 진행 중이다. 민간인과 정치인 사찰 결과가 정기적으로 청와대에 보고됐고, 파기하려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는 ‘민정수석 보고용’ 폴더가 존재하는 등 후보자가 민간인 불법사찰에 연루된 정황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정 후보자 본인은 “보고를 받은 바 없다”고 부인하지만, 1년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항소심을 앞두고 있는 이 전 지원관이 법정에서 새로운 진술을 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11월 강기정 민주당 의원이 폭로한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 로비 의혹에도 그의 이름이 등장한다. 강 의원은 “이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씨가 남상태 사장의 연임을 당시 정동기 민정수석에게 지시했고, 정 수석이 민유성 산업은행장을 만나 김윤옥씨의 의사를 통보한 뒤 실제 연임이 성사됐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정 후보자와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2009년에 서로 만난 적은 있다고 인정했으나, 남 사장 연임과 관련한 얘기는 나누지 않았다고 부인한 바 있다.

검찰은 이명박 정부 들어 정치적 잣대로 무리한 기소를 남발해 ‘청와대 하명 수사 검찰’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그 배경과 관련해 이번 정부 들어 검찰 고위직 출신이 잇따라 민정수석에 임명되고 있는 점이 지적된다. 검찰 수사에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하는 통로가 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정 후보자도 이 대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무죄판결을 받은 문화방송 <pd>과 인터넷 경제논객 ‘미네르바’,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 등에 대한 수사가 그의 민정수석 재임 기간에 집중됐다. 따라서 “맡은 바 소임을 훌륭히 수행”했는지는 몰라도, “사적인 인연이나 감정에 얽매이지 않는 공정하고 소신 있는 자세”에는 물음표가 찍힌다.
 
감사원장은 독립성이 생명인데…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 소속하에 감사원을 둔다’(헌법 97조)는 규정을 근거로 ‘내 소속인데 왜 내 사람을 못 써?’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감사원법을 보면 ‘대통령에 소속하되 직무에 관하여는 독립의 지위를 가진다’(2조), ‘감사위원은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운동에 관여할 수 없다’(10조)고 독립성과 중립성을 못박고 있다. 감사원장 출신이 대표를 맡고 있는 자유선진당의 박선영 대변인은 정 후보자에 대해 “검찰 시절 대통령직 창출에 결정적인 공을 세웠고, 그 덕에 대통령 최측근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독립성이 생명인 감사원장으론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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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국 문화부 장관·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는?
권언유착과 부동산 투기 의혹 일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로 인사청문회 대상이 된 정병국 후보자도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다. 2007년 대선 때는 이명박 후보 캠프의 홍보기획본부장이었다. 김영삼 대통령의 비서 출신으로 2000년 국회의원이 된 정 후보자는 줄곧 문화 관련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활동해왔으며, 직전까지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이었다. 2008년엔 신문·방송 겸영 허용 등을 추진하기 위해 한나라당 안에 만든 ‘21세기 미디어발전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2009년 7월 언론법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나름대로 ‘전문성’은 있는 셈이다.
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조선·중앙·동아 등 친정부 성향의 보수 신문들에 종합편성채널(종편)을 몰아준 데 이어 채널 선정과 광고 등에서 각종 특혜를 예고하고 있는 ‘권언유착’ 의혹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문화부 장관이 될 경우, 올 하반기 방송을 예고하고 있는 종편 사업자들에게 ’조기 안착’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온갖 특혜를 몰아주는 데 직간접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부는 이들 언론에 채널 선정과 광고 등에 특혜를 주고 종편 사업자들은 한나라당이 재집권할 수 있는 유리한 환경을 만드는 것으로 보답하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그런데 전문가를 자청하는 정 후보자의 종편 관련 발언은, 그의 정책적 소신이 무엇인지 의심할 정도로 자주 바뀌어왔다. 2008년 12월 와의 인터뷰에서 “(언론법 개정이) 대기업의 자본을 이용해 산업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가, 지난해 1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방송규제 완화의 경제적 효과분석’ 보고서 왜곡 논란 전후론 “여론 다양성이 첫 번째이며, 산업적 효과는 부수적”이라며 말을 바꿨다. 또 지난해 7월엔 “종편은 시대에 뒤떨어졌다. 미디어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겠느냐”며 ‘종편 무용론’을 폈다.
이 밖에 김우룡 전 방송위원이 낸 고액 후원금의 대가성 여부, 2009년 정치자금 수입·지출 보고서 허위 기재 의혹 등이 의외의 복병이 될 수도 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도 여러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부동산 투기 의혹이다. 최 후보자의 부인은 토지거래가 금지되기 직전, 대전 지역의 밭을 사서 이후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와 대규모 택지개발로 수억원의 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당 조정식 의원실에 따르면, 최 후보자의 부인과 장인은 1988년 1월20일 대전 유성구 복용동 개발제한구역 안의 ‘밭’ 850㎡를, 다음날에는 장모가 인근 대지 1276㎡와 농가를 매입했다. 이 지역은 8개월 뒤 토지거래규제구역(토지의 투기적 거래와 지가 급등 우려가 있는 구역)으로 지정됐다. 이후 2003년에 그린벨트가 풀리고, 지난해에는 최 후보자의 부인과 장인이 갖고 있던 밭 850㎡와 부인이 모친한테서 상속받은 땅의 일부인 248㎡가 도로용지로 수용됐다. 보상금은 4억4780만원(1㎡당 61만원)으로 1990년 당시 공시지가(1㎡당 4만1천원)와 비교해도 10배 이상의 수익을 냈다. 조 의원은 “최 후보자가 재무부 사무관 시절인 1988년 아내와 장인·장모가 땅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곳에 밭 등을 산 뒤 그린벨트 해제를 기다렸다”며 “후보자는 투기 의혹 여부에 따라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 후보자 쪽은 “사실관계는 맞지만, 장인·장모가 노후 준비용으로 매입한 것으로 나중에 규제구역에서 풀린 것 등은 몰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노후생활을 위해 샀다는 최 후보자의 해명과 달리 장모는 대전 지역의 땅과 농가를 2005년 후보자의 아내에게 상속했다.
최 후보자가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기획재정부 차관을 지내며 종합부동산세 완화를 주도한 배경도 의심을 낳고 있다. 민주당 강창일 의원은 “최 후보자가 2007년 종부세로 1202만원9950원을 냈지만, 이후 감세정책으로 2009년엔 30여만원만 냈다”며 “정책 추진의 순수성이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최 후보자는 본인 및 배우자의 명의로 서울 강남구 청담동 아파트, 역삼동 오피스텔 등 시가 20억원대의 부동산 자산을 소유하고 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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