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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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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추문 릴레이, 한나라당의 입을 꼬매라?

강용석 의원 성희롱 발언 등 여성 비하 끊이지 않는 한나라당…
개인 징계는 미봉책, 왜곡된 성 인식부터 바꿔야
등록 2010-07-30 15:30 수정 2020-05-03 04:26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가운데)이 7월20일 국회 정론관에서 여대생 성희롱 발언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가운데)이 7월20일 국회 정론관에서 여대생 성희롱 발언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 수 있겠느냐. ○○여대 이상은 자존심 때문에 그렇게 못하더라.”

“사실 심사위원들은 (토론) 내용을 안 듣는다. 참가자들의 얼굴을 본다. 못생긴 애 둘, 예쁜 애 하나로 이뤄진 구성이 최고다. 그래야 시선이 집중된다.”(이상 7월20일치)

초선의 무명 국회의원을 단숨에 각종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로 만들어준 ‘어록’의 일부다.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의 성희롱 발언으로 7·28 재보선을 앞둔 한나라당이 곤혹스러워졌다. 보도 직후 한나라당은 강 의원을 급히 제명하기로 했지만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font color="#00847C">희롱인 줄도 모르고 희롱하는 의원들</font>

한나라당을 향한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한나라당 인사의 성 관련 추문이 너무 잦다는 사실이다. ‘성나라당’ ‘성희롱당’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장 최근까지 당의 간판이던 정몽준 전 대표도 성희롱 사건의 당사자였다. 2008년 4월 제18대 총선을 앞두고 불거진 ‘여기자 성희롱 사건’이다. 피해자는 한 방송사 소속 김아무개 기자였다. 당시 서울 동작을 지역에 출마한 정몽준 후보는 4월2일 오후 사당동 유세를 끝낸 뒤 김 기자가 뉴타운 공약에 관한 질문을 하자 대답 대신 손으로 김 기자의 뺨을 툭툭 건드렸다. 김 기자가 “성희롱”이라고 항의했지만 정 후보는 그대로 자리를 떴다.

선거를 앞두고 사건이 커질 조짐이 보이자 정 후보는 이튿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며칠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한 피곤한 상태에서 김 기자의 오른쪽 뺨을 두 번 건드려 김 기자가 모욕감·수치심을 느끼게 한 점을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여성주의단체 언니네트워크는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를 그해 ‘2008 꼬매고 싶은 입’ 부문 최고상인 ‘대바늘상’ 수상자로 결정했다.

가장 크게 문제가 된 사건은 최연희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이다. 2006년 2월24일 최 전 사무총장은 박근혜 대표 등과 함께 한 신문사 관계자들과 만찬을 겸한 간담회를 했다. 식사를 마친 뒤 술자리까지 이어진 이날 모임에서 최 전 사무총장은 갑자기 해당 언론사 여기자를 뒤에서 껴안는 등 성추행했다. 여기자는 곧바로 항의한 뒤 방을 뛰쳐나갔고 최 전 총장은 “술에 취해 음식점 주인으로 착각했다. 미안하다”라고 사과했다.

사건 이후 최 전 사무총장은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여성계 등에서는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지만 그는 17대 국회가 끝날 때까지 의원직을 그대로 유지했다. 지난 2008년 총선 때는 강원 동해·삼척 지역에 출마해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font color="#C21A8D">원천적 대책 없이 개인 처벌로 덮으려 해</font>

최근 여권 일각에서 총리 후보로 거론하고 있는 강재섭 전 대표는 2007년 1월4일 기자간담회에서 짙은 성적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새해를 맞아 한나라당 출입기자 등과 함께한 자리에서 연재소설 ‘강안남자’를 거론하며 “요즘 조철봉(강안남자의 주인공)이 왜 그렇게 섹스를 안 하냐”며 “아무리 그래도 한 번은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강 전 대표는 다음날 “경위를 불문하고 적절하지 못한 표현으로 물의를 빚은 데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대변인을 통해 사과하는 선에서 사태를 무마했다.

2003년 12월23일 이경재 한나라당 의원의 발언도 논란이 됐다. 여야 대치 중이던 당시 이 의원은 국회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석을 점거한 김희선 열린우리당 의원을 겨냥해 “남의 집 여자가 우리 집 안방에 들어와 있으면 날 좀 주물러달라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과 여성계는 즉각 반발했다. 박계동 전 한나라당 의원은 2006년 3월 말 서울 강남의 술집 여종업원을 성추행한 사건으로 구설에 올랐다.

이명박 대통령도 성희롱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대선을 앞둔 2007년 8월28일 그는 “얼굴이 덜 예쁜 여자들이 서비스도 좋다”는 말로 물의를 빚었다. 이른바 ‘마사지걸 발언’이었다. 이후 이 대통령은 “내가 아니라 45년 전 선배가 한 이야기”라며 빠져나갔다.

정치권, 특히 한나라당 소속 인사의 성희롱 사건이 유독 많은 이유는 뭘까? 섣불리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는 건 여성 인권에 대한 한나라당의 평균적 인식이 낮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이 제작한 ‘여성 비하 동영상’ 사건이 대표적이다. 인기 케이블TV 프로그램인 을 패러디한 한나라당의 ‘선거탐구생활’을 보면 ‘여자가 아는 것은 쥐뿔도 없어요’ ‘드라마는 재방·삼방도 보지만, 뉴스는 절대 안 보는 여자’ 등의 표현이 나온다. 하나같이 여성단체의 비판 대상이다. 한나라당은 동영상이 문제되자 서둘러 삭제하는 수준에서 사태를 수습했다.

성매매와 성접대 등 왜곡된 성문화에 익숙한 사람이 상대적으로 많다 보니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성적 농담을 일삼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최연희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여기자 성추행 사건 직후 내뱉은 “술에 취해 음식점 주인으로 착각했다”는 말은 여성단체가 기억하고 있는 ‘주요 망언’이다.

한나라당의 사건 처리 과정도 지적받아야 할 대목이다. 최 전 사무총장 사건 직후 그를 잘 아는 한나라당의 몇몇 관계자는 “평소 인품을 보면 그럴 사람이 아닌데, 술에 너무 취해 실수를 저지른 것 같다”며 동정론을 제기했다. 성희롱 사건의 원인을 술 탓으로 돌리거나 개인적 실수로 여기는 것은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다.

강용석 의원의 성희롱 발언 직후 한나라당이 취한 태도도 썩 매끄럽지 않다. 사건 파문이 가라앉지 않자 김무성 원내대표는 7월22일 “강 의원의 실언은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는 큰 잘못이었고, 그래서 가장 강력한 벌인 제명 처분을 했다”며 “우리가 의원총회를 열어 강 의원에 대한 제명 의결을 해야 하지만 상황이 이 정도면 본인이 알아서 처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font color="#008ABD">“성접대에 익숙한 사람이 많아서인가”</font>

정치적 파장을 우려해 강 의원 개인의 선택, 즉 자진 탈당을 요구한 발언이었다. 강 의원 사건이 터진 직후 한나라당의 대응은 이처럼 주로 강 의원 개인의 처벌 위주로 이뤄졌다. 유사 사건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정하경주 한국여성민우회 사무국장은 “유사 사건이 자주 발생하는 이유는 구성원 가운데 성접대 등 왜곡된 성문화에 익숙한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라며 “한나라당은 강용석 의원을 내보내는 것으로 사건을 무마하려 할 것이 아니라 정당 차원에서 성 관련 인식 제고와 여성 인권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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