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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쇄신연대의 반란 성공할까

전당대회 방식 두고 주류와 갈등하다 일단 후퇴… 당 정체성 등 노선투쟁으로 방향 선회
등록 2010-07-02 15:44 수정 2020-05-03 04:26
천정배·김영진·정동영 의원(정면 왼쪽부터) 등이 참여한 민주당 쇄신연대가 6월16일 6·2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의 진로에 관한 토론회를 열었다. 한겨레 김경호 기자

천정배·김영진·정동영 의원(정면 왼쪽부터) 등이 참여한 민주당 쇄신연대가 6월16일 6·2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의 진로에 관한 토론회를 열었다. 한겨레 김경호 기자

민주당 ‘쇄신연대의 반란’이 가라앉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민주당 전당대회 일정이 7·28 재보선 이후인 8월 말로 결정됐다.

“당내 혁신을 위해 재보선 이전에 임시지도부를 구성하고 정세균 대표 체제는 물러나야 한다”며 정세균 지도부를 압박했던 비주류는 ‘지도부 사퇴’ 시한을 재보선 이후로 늦추며 한발 물러섰다. 정 대표 쪽이 “재보선을 앞두고 당을 이렇게 흔들 거면 차라리 (정 대표의 임기가 끝나는) 7월에 전대를 치르자”라며 강공으로 나오자 후퇴한 쪽은 오히려 비주류였다. 전당대회 성격과 방식, 시기를 놓고 갈등을 벌였던 주류와 비주류의 싸움은 정세균 대표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공정하고 공개적인 당 운영 요구

쇄신연대의 반란이 실패한 이유는 뭘까? 6월16일 쇄신연대가 내놓은 결의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쇄신연대는 이날 전당대회와 관련해 “이번 전대는 당의 지도부 선출을 넘어 폐쇄적 소수당권정당을 고집하는 세력과 당원주체 민주정당으로 나아가려는 세력과의 한판 승부가 될 것”이라며 △완전개방형 전당원투표제 △전당대회를 위한 임시지도부 구성 △비민주적 당헌·당규 개정 등 세 가지를 요구했다. 모두 당 운영의 투명성과 관련한 주장이었다. 다시 말해 쇄신연대가 말한 쇄신이란 ‘당 운영의 쇄신’이었고 좀더 좁히면 ‘전당대회 방식의 쇄신’이었던 셈이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허무맹랑한 주장은 아니었다. 최재천 전 민주당 의원은 기고문에서 민주당의 폐쇄성을 이렇게 꼬집었다. “(민주당에는) 전당대회라는 용어가 사라졌다. ‘대의원대회’를 위한 대의원 구성 방식을 추천제로 만들면서 당원의 권한은 소멸됐다. 정당 운영은 위임에 위임을 더한 형식으로 최고위원회에 귀착돼버렸다. 그 결과 당 지도부는 정당의 가장 강력한 권한인 공직 후보 추천권과 당직 임명권을 원하는 대로 휘두를 수 있게 됐다.”

전당대회를 위해 임시지도부가 꾸려져야 한다는 요구도 차기 지도부 선출의 공정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었으니 충분히 제기될 만한 내용이었다. 당헌·당규 개정은 집단지도체제 도입과 당권·대권 분리 등 당내 의제에 대한 공개적 소통이 필요하다는 데 방점을 찍고 있었다. 집단지도체제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따로 뽑을 것이 아니라 통합 선출 방식을 도입해 최다 득표자를 대표로 하고 차점자를 최고위원으로 선출하는 것을 말한다. 대표 선거 차점자가 당 운영에서 배제되는 단일지도체제보다 당내 민주주의 측면에서 집단지도체제가 우월하다는 것이 비주류의 주장이다.

쇄신연대의 세 가지 요구는 옳은 소리거나 최소한 논의해볼 만한 주제였다. 하지만 결과는 정세균 대표의 승리였다. 쇄신연대의 주장은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쇄신연대의 목소리가 당 안팎의 폭넓은 공감을 얻지 못한 탓이다. 당내에는 “말이야 틀린 주장이 아니지만 그런 옳은 소리를 왜 꼭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에 꺼내냐”는 정서가 있었다.

당 운영 쇄신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지지층의 눈높이와 맞지 않는 문제도 빚어졌다.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는 “민주당 지지층이 바라는 쇄신은 정당 운영 방식을 바꾸라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의 체질 개선일 텐데 쇄신연대는 이런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중도 꼬리표 떼자”

쇄신연대가 공공연히 주장하는 ‘인적 쇄신’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쇄신연대를 이끄는 천정배 의원 등은 “전당대회의 가장 큰 목표는 인적 쇄신”이라며 “대표직을 잘 수행했어도 2년이 지났으면 교체해야 하는데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현 지도부가 계속 당을 운영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천 의원과 함께 쇄신연대에 참여하고 있는 정동영·이종걸·최규식·문학진·장세환 의원 역시 정세균 지도부에 우호적이지 않은 ‘비주류’로 분류된다.

전당원투표제와 집단지도체제 도입 등 쇄신연대의 요구가 가뜩이나 당 안팎의 전폭적 지지를 이끌어내기 어려운데, ‘인적 쇄신’을 노골적으로 강조하다 보니 쇄신론의 순수성이 의심받는 것은 당연했다. 순수성이 떨어지며 쇄신의 동력도 따라주지 못했다. 쇄신 대상자가 쇄신을 주장한다는 비아냥이 나왔다. 당 핵심 관계자는 비주류의 정 대표 사퇴 요구에 대한 견해를 묻자 “누가 누구에게 물러나라는 이야기인지 모르겠다”고 짧게 말했다.

그렇다고 쇄신연대의 투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민주당이 전당대회를 재보선 이후로 미뤘다고 발표한 6월21일 쇄신연대도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쇄신연대는 “재보선 승리를 위해 전력을 기울이겠다”면서도 “당내 혁신기구, 전대 준비기구를 즉각 구성하고 재보선 직후 지도부는 사퇴하라”고 말했다. 정세균 대표에 대한 공세를 늦추지 않겠다는 뜻이다.

쇄신연대의 투쟁 방식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쇄신연대에 몸담고 있는 정동영 의원이 말한 ‘야당 같은 야당’에 실마리가 숨어 있다. 정 의원은 6월22일 인터뷰에서 “6·2 지방선거 이후 국민들은 민주당이 ‘야당 같은 야당’이 되길 바라고 새로운 정체성과 노선을 정립하길 원한다”며 “이제 민주당은 ‘중도진보’ 노선에서 ‘중도’라는 꼬리표를 떼고 ‘담대한 진보’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친환경 무상급식 공약이 큰 관심을 모았던 것에서 알 수 있듯, 우리 사회는 이제 보편적 복지를 향해 첫걸음을 뗐다”며 “전당대회 전에 이에 대한 치열한 논쟁의 장이 펼쳐져야 한다”고 말했다. ‘담대한 진보’ ‘보편적 복지’라는 열쇳말에서 볼 수 있듯, 쇄신연대의 투쟁 방향을 당권파-비당권파의 당권싸움에서 노선투쟁으로 선회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담대한 진보’ 정동영에 대한 의문

정 의원 역시 8월 전당대회에서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민주당 안에서 가치와 비전, 정책을 놓고 노선투쟁을 본격화한다면 정세균 대표 쪽에서도 이를 외면하기 어렵다. 게다가 정 대표는 취임 직후 뉴민주당 플랜 도입 등과 관련해 ‘당내 우경화’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이철희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은 “정동영 의원이 쇄신의 방향으로 담대한 진보를 설정한 것은 (정 의원에게는) 적절한 포지셔닝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담대한 진보’의 깃발을 든 인물이 정동영 의원이라는 사실을 민주당 구성원과 지지층이 어떻게 평가하느냐의 문제는 별개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정 의원이 ‘담대한 진보’를 내세우자 “카피를 활용하는 데에는 천재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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