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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연대, 재보선으로 이어질까

7·28 재보선 8곳 가운데 7곳이 6·2 선거에서 민주당 우세…
연대의 조건이 부족한 가운데 은평을에서 과제로 떠올라
등록 2010-06-25 14:28 수정 2020-05-03 04:26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최대인 7·28 재보선에서도 야권 연대 성사 여부가 주목된다. 6·2 지방선거 당시 합동 유세를 벌이는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유시민 경기도지사 후보, 정세균 민주당 대표(왼쪽 세 번째부터). 한겨레 김경호 기자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최대인 7·28 재보선에서도 야권 연대 성사 여부가 주목된다. 6·2 지방선거 당시 합동 유세를 벌이는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유시민 경기도지사 후보, 정세균 민주당 대표(왼쪽 세 번째부터). 한겨레 김경호 기자

6·2 지방선거에서 야권이 한나라당을 이길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연대’였다. 지역에 따라 선거 연합 형태는 조금씩 달랐지만 어떤 종류의 연대든 영향력이 작지 않았다. 성큼 다가온 7·28 재보선에서도 야권 연대는 주요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7·28 국회의원 재보선은 전국 8곳에서 치러진다. 18대 총선 이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는 2009년 4월과 10월 두 차례 치러졌다. 각각 국회의원 5명이 새롭게 등장했다. 국회의원 수로만 따진다면 7·28 재보선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재·보궐 선거다.

야권 연대보다 진보 대통합

정치적 의미가 적지 않은 선거인 만큼 야권 연대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정당은 거의 없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지방선거 직후 “서울과 경기 두 지역에서 승리하지는 못했지만, 지속적인 야권 연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참여당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섰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6월4일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2012년을 보면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이번에 쌓은 신뢰를 토대로 협력하는 방안을 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기갑 대표는 7월 재보선을 앞두고 가장 적극적으로 야권 연대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는 6월11일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에 국민들께서 야권 단일화라는 옥동자를 탄생시켰기 때문에 야당도 정신을 차리고 힘을 모으는구나 그래서 힘을 실어주셨다”며 “7·28 재보궐 선거도 당연히 야당 연합으로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당위론과 현실론은 다르다. 7·28 재보선에서의 야권 연대가 바로 그렇다. 야권 연대가 유지돼야 한다는 주장이 당위론이라면 ‘선거 연합이 가능한 조건이 아니다’라는 목소리는 현실론이다. 지금으로서는 현실론이 우세하다.

6·2 지방선거에서 선거 연합이 가능했던 조건을 거꾸로 복기해보면 된다. 애초 ‘5+4 회의’라는 이름으로 선거 연합 논의기구가 출범할 수 있었던 데에는 시민사회단체의 역할이 컸다. 희망과대안·2010연대·시민주권·민주통합시민행동 4개 단체가 민주당 등 5개 야당을 ‘5+4 회의’로 끌어들였기 때문에 야권 연대의 물꼬를 쉽게 틀 수 있었다.

7·28 재보선을 앞둔 최근 상황은 다르다. 4개 시민사회단체 가운데 야권 연대 논의를 주도할 만한 곳이 없다. 우선 2010연대는 애초 지방선거에서의 야권 연대를 위해 꾸려진 임시기구 성격이 강하다. 2010연대의 상당수 인사는 이미 가칭 ‘복지국가와 진보대통합을 위한 시민회의’(이하 시민회의)로 건너갔다. 시민회의의 당면 목표는 ‘야권 연대’보다 ‘진보 대통합’이다.

시민주권에서는 모임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선거에 직접 뛰어들었다. 이해찬 공동대표는 한 전 총리 캠프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모임의 핵심 인사가 현실 정치에 직접 뛰어든 만큼 객관적 중재자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희망과대안은 지방선거 이후 정치적 활동보다 유권자운동 등 시민사회단체 본래의 역할로 돌아가겠다는 방침이다. 하승창 희망과대안 상임위원은 “지방선거를 통해 MB 정권의 독주에 대한 경고 등 시민사회가 목표로 한 국면 전환은 어느 정도 이뤘다고 판단한다”며 “현재로서는 7·28 재보선에 간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의 도움을 얻을 수 없다 해서 연대 논의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6·2 지방선거에서 야 5당이 머리를 맞댄 배경은 비관적 전망 때문이었다. 한나라당 후보의 강세가 꺾이지 않아 야당 독자 후보의 승리를 점치기 어려웠다. 7·28 재보선에서는 상황이 거꾸로다.

재보선이 치러지는 8개 지역구 가운데 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와 태백·영월·평창·정선, 충북 충주, 인천 계양을, 광주 남구 등 5곳이 민주당 의원 지역구였다. 나머지 3곳 가운데 서울 은평을과 충남 천안을 2곳도 각각 창조한국당과 자유선진당 몫이었다.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의원이 당선된 곳은 강원 원주밖에 없다.

서울 은평을, 재보선 유일한 격전지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표심을 봐도 민주당 강세를 확인할 수 있다. 광역 및 기초단체장, 광역비례대표 선거에서 나타난 득표율을 국회의원 재보선 선거구에 대입해보면, 8곳 가운데 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 지역구를 제외한 7곳에서 민주당이 한나라당에 앞섰다. 6·2 지방선거에서 상승세를 경험한 민주당이 자신감을 가질 만한 대목이다. 특정 정당의 자신감과 연대의 가능성은 반비례 관계다.

과거의 경험을 돌이켜봐도 부정적 전망이 앞선다. 전국 단위의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8명을 뽑는 재보궐 선거는 성격이 다르다. 2009년 10·28 경기 안산 상록을 국회의원 재선거가 좋은 예다. 민주당에서는 김영환 후보가 나섰고, 진보 진영은 임종인 후보를 공식 지지했다. 시민사회에서도 단일화 압력을 행사했다. 결과는 실패였다. 단일화 방식에 대한 이견을 끝내 좁히지 못한 탓이었다.

오병윤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은 “광역단체장부터 기초의원까지 한 번에 뽑는 전국 단위 지방선거에서는 다양한 합의가 가능했다면, 7·28 재보선에서는 국회의원 8명이 전부”라며 “어디를 어떻게 나누느냐의 문제 등 연합의 지형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 7·28 재보선기획단장을 맡은 윤호중 수석사무부총장의 생각도 비슷하다. “경기 안산 상록을 재선거를 보면 알 수 있듯 지역의 특수성이라는 게 있다. 중앙당 차원에서 ‘일괄적으로 선거 연합이 이뤄졌다’며 연대를 강제하기 어렵다.”

시민사회단체의 적극적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고, 국회의원 선거라는 특수성이 있으며, 전반적 판세가 민주당 쪽에 유리하다 해서 연대 가능성을 미리 닫아둘 필요는 없다. 특히 주목해야 할 곳은 서울 은평을이다. 6·2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하지만 상대는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다. 이 위원장은 18대 총선 전까지 내리 3선을 한 은평의 터줏대감으로 통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상징성이 있어 한나라당으로서도 이 위원장의 국회 재입성을 포기할 수 없다.

반면 야권에서는 후보가 난립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지역구에서 오랫동안 기반을 닦아온 고연호 지역위원장은 물론 장상 최고위원, 윤덕홍 최고위원, 송미화 전 시의원, 언론인 출신 최창환씨가 출마를 선언했다. 당 안에서는 김근태 상임고문 등 중량급 인사가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있지만 출마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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