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이 내리던 지난 3월8일 오후 강원 양양군 공수전리 ‘철딱서니학교’ 앞마당.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아이들이 가방을 내던지고서 뒤뜰로 달려가 닭장을 살피고 강아지와 눈을 마주치며 반가워 어쩔 줄 모른다. 아이 서너 명은 눈썰매를 둘러메고 언덕을 기어오른다. 30분 새 얼굴이 땀범벅이 됐다. 아이들의 얼굴엔 생기가 넘쳐난다.
아이들이 철딱서니학교 뒤에 있는 용소골 계곡의 돌징검다리를 달려서 건너고 있다.
도농문화교육연구소 산하 어린이문화단체인 ‘또랑’이 만든 철딱서니학교는 정규 학교가 아닌 방과후 학교 개념의 농어촌유학센터다. 서울·경기 등 도시 지역에서 이곳으로 ‘산촌 유학’을 온 학생 21명(유치원생 1명·초등학생 18명·중학생 2명)은 인근 서면 상평초등학교 공수전분교와 양양읍내에 있는 양양중학교에 다닌다. 학교가 끝나면 철딱서니학교에 모여 농사짓기, 계곡 탐사와 트레킹, 물고기 잡기, 유적지 견학, 지역 축제 참가 등 체험학습 위주의 방과후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김현덕 센터장은 “산촌 유학은 공부는 공교육, 생활은 대안교육 형태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은 함께 생활하며 설거지나 청소, 공부 등을 대부분 스스로 해결한다.
유치원생인 막내 윤태가 저울에 올라가 자기 몸무게를 알려달라고 한다.
이곳엔 ‘친구샘’인 김현덕 센터장 외에 노래를 담당하는 김태원 ’노래샘’, 맛있는 식사를 담당하는 정금애 ’맛짱샘’, 청소와 빨래를 담당하는 이영미 ’무지개샘’, 아이들의 주치의이자 생활교사인 오찬환 ’하동샘’, 생활교사 홍난주 ’하람샘’이 아이들과 함께한다. (‘샘’은 변치 않고 마르지 않고 땅을 거스르지 않고 순리대로 바다까지 흘러가고 가끔은 세상에 대해서 샘도 부리면서 땅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맑고 깨끗한 샘처럼 아이들과 같이하자는 다짐을 마음에 새기는 또랑의 선생님들을 일컫는 호칭이다.)
6학년 조상혁(13)군은 “원래 다닌 학교는 공부를 너무 많이 시키고 오랫동안 학교에 있어야 하는데, 이곳에선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어 좋다. 철딱서니학교는 아이들의 천국인 것 같다”고 말했다.
혜진이가 김치전 반죽을 젓고 있는데 동생 동훈이가 “한 번만 한 번만” 하며 직접 저어보게 해달라고 조르고 있다.
숙식과 체험학습을 하는 데 한 달에 1인당 70만원 정도가 들지만, 만족도가 높다 보니 1년간 생활한 학생들의 절반가량이 이곳에 남았다.
철딱서니학교가 이곳 공수전리에 자리잡게 된 것은 마을 주민의 요청에 의해서다. 주민들은 지난해 재학생이 6명밖에 남지 않아 폐교 위기에 처한 상평초교 공수전분교를 살리기 위해 양양군의 지원을 받아 빈 건물을 리모델링했다. 4명이 함께 쓸 수 있는 방 6개와 강당, 식당 등을 꾸민 뒤 철딱서니학교를 유치했고, 18명이 전학을 옴에 따라 공수전분교는 극적으로 살아날 수 있었다. 결국 산촌 유학생들이 폐교 위기에 처한 산골 학교를 살린 셈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철딱서니학교 같은 농어촌유학센터가 12곳가량 운영되고 있다.
아이들이 ‘노래샘’과 함께 철딱서니학교 옆 언덕에서 눈싸움을 하고 있다. 이곳엔 4일간 쉬지 않고 눈이 내렸다.
계란 당번 우철이가 방금 낳은 유정란을 들어 보이고 있다.
현범이가 자매결연한 이옥자(68) 할머니에게 편지를 읽어주자, 이 할머니가 대견해하며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있다.
양양=사진·글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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