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6·2 지방선거 후보 선출을 위한 서울시당 공천심사위원회(공심위) 구성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현역 의원이 중심이 되는 시당 공심위는 서울시장을 제외한 나머지 지방선거 후보를 선출하는 핵심적인 선거기구다. 이렇게 서울시당이 선거 준비의 첫 단추조차 꿰지 못하는 덴 여러 가지 사정이 있지만 그 핵심엔 ‘구청장 공천’이 있다. 공심위원장으로 추천된 이종구 의원(강남갑)과 공성진 의원(강남을)이 강남구청장 후보 공천 문제로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다.
친이·친박 계파 투쟁 양상
이야기는 2006년 지방선거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남구청장 후보로 이종구 의원은 맹정주 전 한국증권금융 사장을, 공성진 의원은 이정기 필립정보통신 회장을 밀었다. 이 의원이 맹 전 사장의 사전 선거운동을 벌인 혐의로 지역구 사무실을 압수수색당하자, 한나라당 주변에선 공 의원이 ‘배후’라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파열음 속에 경선이 치러졌고, 맹 전 사장이 후보로 결정돼 강남구청장에 당선됐다.
맹 구청장은 오는 6월 재선에 도전하겠다고 밝혔고, 이 의원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하지만 공 의원은 이번에도 맹 구청장 공천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 의원이 공심위원장이 되면 공 의원이 반대하더라도 자신의 뜻대로 공천을 할 수 있다는 게 ‘이종구 공심위원장’을 반대하는 논리다.
서울의 25개구 가운데 21곳은 강남구처럼 하나의 구가 2개 이상의 국회의원 선거구로 나뉘어 있다. 이 중 14개구를 한나라당이 독식하고 있다. 따라서 구청장 공천을 놓고 한나라당 의원끼리 대립하는 곳이 제법 된다. 서대문구는 박근혜계 이성헌 의원(서대문갑)과 이명박계 정두언 의원(서대문을)이 양분한 곳이다. 구청장에 나서는 이도 박근혜계인 이은석 전 서울시의원과 이명박계의 이해돈 서대문구청장 대행으로 나뉘어 ‘계파 투쟁’ 양상을 보인다. 양천구는 2006년 공천 탈락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뒤 당선된 추재엽 구청장의 복당 문제에 원희룡(양천갑)·김용태(양천을) 의원이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김 의원은 지역 여론이 추 구청장을 원한다며 그를 복당시켜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시키자고 주장한다. 반면 원 의원은 2006년 당시 추 구청장의 비리 의혹을 문제 삼아 낙천을 주도한데다 추 구청장과 명예훼손 등으로 법정 다툼까지 벌인 바 있어 다른 후보를 찾아야 한다는 태도다. 영등포의 경우 권영세 의원(영등포을)은 김형수 구청장보다 양창호 서울시의원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하지만 지난해 서울시당위원장 선거에서 권 의원에게 진 전여옥 의원(영등포갑)은 양 시의원이 권 의원과 가깝다는 이유로 김 구청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말하자면 국회의원들이 구청장에 ‘내 사람’을 심으려고 기를 쓴다는 얘기다. 지역 일이 주된 업무인 구청장과 달리 중앙 정치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회의원으로선 믿을 만한 사람에게 ‘안방’을 맡겨야 지역 관리가 쉽다. 구청장은 각종 관변단체나 지역 유지와 일상적으로 접촉하면서 지역 여론을 주도하기 때문이다. 또한 국회의원 선거 때 구청장이 동원할 수 있는 조직력은 가장 큰 힘이다. 반면 구청장과 척지면 지역에서 의정보고회를 열 장소를 빌리는 일조차도 애를 먹는다.
믿을 만한 사람에게 안방 맡겨야 한다?이런 의원들의 이해관계 속에 사라지는 건 ‘구민’이다. 갑·을 지역구가 이명박계와 박근혜계로 나뉘었지만 구청장 후보는 합의 공천키로 했다는 한 초선 의원은 “중요한 건 공천 대상자가 지역 주민을 위해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일해왔느냐, 앞으로 지역 발전을 위해 얼마나 노력할 것이냐가 아니겠느냐”며 “의원은 의정 활동으로 평가받으면 되는 만큼 구청장이 ‘내 편’이 아니어도 관계없다”고 말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세계 5번째 긴 ‘해저터널 특수’ 극과 극…보령 ‘북적’, 태안 ‘썰렁’
민주 “국힘 조은희 공천은 ‘윤 장모 무죄’ 성공보수 의혹…명태균 관여”
[단독] “명태균, 지인 아들 채용청탁 대가로 1억 받았다”
‘한동훈 가족’이 썼는지 안 밝히고…친한 “한동훈 죽이기” 방어막
‘득남’ 문가비, 아버지 언급 안했지만…정우성 “아이에 최선 다할 것”
한국 불참한 사도광산 추도식…‘강제동원 삭제’ 굴욕외교가 부른 파행
로제 “세상에 인정받으려 애쓰는 모습에 지쳐…나를 찾으려 한다”
정의선, 연구원 질식사 사과…“연구원분과 가족분들께 너무 죄송”
[사설] 의혹만 더 키운 대통령 관저 ‘유령 건물’ 해명
선거법위반 1심 중형 받은 이재명, 25일 위증교사 혐의 1심에 촉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