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거나 하루 세끼 밥 먹는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는 이들에게 이 기사는 수십 시간 전에 일어난 ‘옛이야기’다. 트위터를 하지 않아도 사는 데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않는 이들은 이 기사를 읽으며 낯선 단어들에 불편해하거나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느낄 수도 있다.
기자는 이제 막 트위터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3월4일 저녁 서울 홍익대 앞 한 공연장에서 ‘트위터에 자유를’이란 주제로 열린 트윗보터(Twittvoter·트위터와 유권자의 합성어) 파티를 취재하면서다. 그리고 곧 명함의 전자우편 주소 밑에 트위터 계정(@chadol69)을 새겨넣을 예정이다. 세상의 변화와 흐름에 관심이 있다면, 그리고 세상을 향해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당장 계정부터 만들라고 권하고 싶다. 트위터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는 인터넷에 넘쳐난다.
이날 열린 트윗보터 파티를 예로 들어보자. 150여 명이 모였다. 행사장 입구에서 참가비를 내고 트위터 계정이 적힌 스티커를 받는다. 간식과 음료를 먹으면서 참석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명함 교환 대신 맞폴로잉(싸이월드의 1촌맺기와 비슷한 개념으로 자신의 트위터 홈페이지에 글을 쓰면 동시에 상대방도 볼 수 있다)을 한다. 파워 블로거이자 트위터 전도사인 고재열 기자(@dogsul)의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된 박원순 변호사(@wonsoonpark·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의 강연을 듣는다. 그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트위터 이용자들의 의견(“트위터로 새로운 변혁의 정치가 잉태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등)과 즉석 질문(“영국 도피설이 있던데요?” 등)이 대형 스크린에 비쳐진다.
이날 행사는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트위터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트위터가 ‘돈은 막고 입은 푼다’는 선거법의 취지에 반하지 않으며 선관위 등을 포함한 국가기관이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데 동의하는 이들이 모인 일종의 집회였다. 하지만 구호나 손팻말은 보이지 않았다.
박 변호사의 인터뷰 강연은 ‘정보과 형사 찾기’ 놀이로 시작했다. 박 변호사는 “혹시 이 자리에 경찰이나 선관위에서 오신 분 계십니까?” 하고 물었다. 관할인 마포경찰서 쪽이 전날 극장 쪽에 행사에 관해 꼬치꼬치 물은 게 화근이었다.
박 변호사는 “선관위가 왜 출마와 무관한 나를 폴로(follow·트위터를 통한 관계맺기)하나. 트위터는 만나면 반갑고 행복한 공간인데 어떤 사람이 살피고 지켜보고 있다면 참을 수 있겠느냐”면서 이렇게 말했다. “헌법에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없으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돼 있다. 누가 트위터에서 칼을 들었나, 몽둥이를 들었나. 트위터는 평화적인 공간이다. 선관위나 국정원이 감시를 하면 물이 흐려진다. (중략) 유권자들이 좋은 정치에 관심을 갖고 좋은 후보를 뽑으려는데 그런 일에 제한을 두면 투표율이 낮아지고 선거 문화도 나빠진다.
새로운 소통과 관계 맺기의 가능성지방선거 출마를 고사하기 위해 영국으로 도피한다는 ‘설’에 관해 박 변호사는 “이러면 정말 도피한다(웃음)”며 “원래 6개월 걸리는 일정이 있었는데 4월20일쯤 돌아올 예정”이라고 즉석에서 일정을 밝히기도 했다.
도대체 트위터가 뭐기에, 선관위는 “잘못하면 걸린다”고 엄포를 놓고 정보 관련 ‘기관’들은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것일까? 트윗보터 파티를 제안하고 준비하는 과정, 실제 진행 경과와 파급효과 등을 두루 살펴보면 그 긴장감이 이해는 간다.
박원순 변호사가 제안하고 ‘2010 유권자희망본부 민들레 홀씨모임’이 준비한 이날 행사는 140자 이내로 제한되는 짧은 트위터 문장으로 몇 번 공지됐다. 그게 민들레 홀씨처럼 퍼져나갔다. RT(ReTweet·다른 이용자의 콘텐츠를 자신의 폴로어들에게 클릭 한 번으로 전파하는 기능) 때문이다.
기존에 익숙한 아날로그 방식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난다. 제안하고 준비하는 쪽이 수차례 회의를 하고 신문이나 방송,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행사의 취지·시간·장소·참가신청 방법 등을 장황하게 알린 뒤, 전화나 전자우편으로 참석 의사를 일일이 확인하는 번거로운 절차는 생략된다. 그래서 트위터에서 새로운 소통과 관계맺기의 가능성을 확인한 이들은 ‘트위터 혁명’이라는 표현에 주저하지 않는다. 인터넷이 사람들의 삶을 바꾸었듯이, 트위터도 우리가 익숙했던 여러 가지와 멀어지게 하면서 현재로선 상상하지 못하는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트윗보터 파티의 성공적 개최는, 물론 박원순이라는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큰 인사의 제안이었기에 가능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트위터를 매개로 수많은 모임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게 세상을 바꾸자는 숭고한 뜻이든 아니면 친목을 도모하거나 관심 분야에 대한 정보 공유든 간에 말이다.
이날 파티장에서 만난 황의홍 블로그문화연구소 소장(@massil77)은 트위터로 그날그날 주요 이슈를 파악하고 관심이 많은 정보통신 흐름을 파악한다. 또 서울 여의도에서 트위터를 사용하는 이들의 ‘모꼬지’(오프라인 모임)에도 참석한다. 황 소장은 “전에도 ‘번개’라는 게 있긴 했지만 트위터의 개방성과 즉시성, 파급력과는 비교하기 힘들다”며 “트위터는 기성 언론의 미디어 환경, 기업의 마케팅 방식 등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역 정치인으로는 유일하게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가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준비 중인 심 전 대표는 “요새 아침에 출근 인사를 하는데 ‘폴로잉(following)하고 있다’는 사람을 만나면 처음 만나는 사이인데도 잘 알던 사람처럼 친근하게 느껴져 포옹을 한다”며 트위터의 장점을 소개했다. 트위터는 아날로그 방식의 정겨움까지 느끼게 해준다는 얘기인데, 확실히 정치인과 시민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효과 때문에 정당을 가리지 않고 주요 정치인과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들이 대부분 이용하고 있다.
보지 않으려면 채널 닫으면 그만
현재 트위터는 여러 가지로 정의되고 있다. 미디어이자 광장이며 놀이터다. 텔레비전 박스가 쌓여 있는 백남준의 비디오아트를 연상하면 가장 쉽다. 여러 채널이 있는데 내가 선택해서 보고 그쪽에서도 나를 볼 수 있다.
보지 않으려면 채널을 닫으면(unfollowing·폴로잉을 중단하면) 그만인데, 선관위는 재전송(RT) 기능에 대해 ‘전화나 전자우편을 통한 선거운동 정보의 전송 제한’(공직선거법 82조)을 적용하려 한다.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하겠다는 의지는 좋으나 그러려면 트위터의 특성에 대해 좀 알아야 한다. 사람들은 광장에서 무서운 표정으로 혼자 크게 떠드는 사람을 싫어한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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