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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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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분신들, 경쟁일까 협력일까

서울시장 출마설 도는 한명숙·유시민의 미묘한 분위기…
민주당 내부 정리와 국민참여당 진로가 변수 될 듯
등록 2009-12-08 16:55 수정 2020-05-03 04:25
2010년 6월2일 지방선거가 약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야권에서는 한명숙 전 총리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출마 여부가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한겨레 자료

2010년 6월2일 지방선거가 약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야권에서는 한명숙 전 총리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출마 여부가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한겨레 자료

내년 6월2일 치러지는 제5회 전국지방동시선거가 약 6개월 앞으로 다가오며 후보군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관심이 집중되는 곳은 지방선거의 양대 거점이라 할 수 있는 서울과 경기다. 인구 2천만 명이 넘는 서울과 경기의 지방선거 결과는 곧 지방선거 전체의 승패로 직결된다.

두 곳 모두 현직 단체장은 한나라당 소속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재선을 노리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고, 김문수 경기지사는 재출마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이다. 간단히 말해서 여당은 ‘현직이냐 물갈이냐’를 놓고 저울질하는 상황이다. 야당의 사정은 좀더 복잡하다. 유력 주자의 출마 여부도 불투명하고, 이들이 출마한다 해도 ‘선거 연대’라는 관문을 한 번 더 거쳐야 한다.

조심스런 행보가 부른 ‘불출마 해프닝’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출마 여부가 관건이다. 한 전 총리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을 가장 위협할 수 있는 야권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이 때문에 최근 일부 언론을 통해 ‘한명숙 전 총리, 서울시장 불출마’ 기사가 보도되자 파장이 만만치 않았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한 전 총리 불출마설은 ‘오해’일 가능성이 높다. 당사자인 한 전 총리가 이를 부정하고 있다. 한 전 총리는 12월1일 이미경 민주당 사무총장과 지은희 전 여성부 장관 등 과거 여성단체 활동을 함께 했던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서울시장 선거에) 나가지 않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자신의 서울시장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여론에는 적잖은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 전 총리 주변 상황도 불출마설을 증폭시켰다. 지난 가을부터 민주당 안팎에는 그가 서울 여의도에 ‘서울시장 선거캠프’를 차렸다는 소문이 번졌다. 한 전 총리는 해당 사무실을 최근 폐쇄했다. 비슷한 시기에 한 전 총리를 오랫동안 돕던 측근 가운데 한 명이 김진애 민주당 의원실로 자리를 옮겼다. 검찰이 수사중인 대한통운 비자금 조성 사건과 관련해 검찰 주변에서 한 전 총리의 이니셜이 흘러나왔다. 한 전 총리 스스로 서울시장 선거에 적극적인 도전 의지를 보이지 않는데다 때마침 이런저런 정황이 겹쳐 ‘불출마설’이 커졌다.

한 전 총리와 가까운 민주당 관계자는 “한 전 총리는 본인의 의지만으로 서울시장 선거에 나가겠다, 혹은 나가지 않겠다고 결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당이나 시민사회에서 한 전 총리를 필요로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면 결국 적절한 시점에 (출마) 입장을 밝힐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 ‘당과 시민사회의 요구’다. 이 부분이 바로 한 전 총리의 현실적 고민을 설명해줄 수 있는 열쇳말이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 등 참여정부 인사들이 참여하는 ‘시민주권모임’의 핵심 관계자는 한 전 총리의 서울시장 출마 여부는 민주당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에도 서울시장이 되겠다고 나름대로 뛰고 있는 분들이 많지 않나. 만약 그분들이 모두 나와서 당내 경선을 치르자고 한다면 당내 조직과 자금이 거의 없는 한 전 총리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들로는 도저히 승산이 없어 한 전 총리가 대안이라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모르겠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더욱 소극적이 될 가능성도 있다.”

‘한명숙 서울, 유시민 경기’ 주장도

실제로 지방선거가 가까워지며 민주당에서는 상당수 인사가 서울시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미 김성순 의원이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박영선·추미애 의원과 김근태·김한길·신계륜·유인태·이계안 전 의원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상임고문을 맡고 있기는 하지만 당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한 전 총리로서는 이들과 당내 경선을 치르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변수는 또 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다. 지난 11월 국민참여당에 입당하며 정치를 재개한 유 전 장관도 서울시장 후보군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 전 총리가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다 해도, 만약 유시민 전 장관과 본선에서 맞붙게 된다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한 전 총리와 가까운 민주당 관계자는 “사전에 어떤 식으로든 조율이 되지 않은 채 본선에서 ‘한명숙-유시민’이 맞붙게 된다면 생각해볼 수 있는 여러 가지 경우의 수 가운데 최악”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이 서울시장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장면을 연출하는 것은 한 전 총리나 민주당은 물론 유 전 장관과 국민참여당, 더 나아가 야권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치리라는 우려다.

대신 대중적 인기가 높은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유시민 경기지사 후보’가 수도권 선거에서 두 사람이 손을 맞잡는다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높다. 이런 구도는 친노그룹의 맏형 역할을 하고 있는 이해찬 전 총리의 구상과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장관 쪽에서는 아직 지방선거 출마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유 전 장관은 자신의 출마와 관련된 모든 결정을 당에 맡긴 상황이다. 그가 지방선거에 출마한다면 출마 지역은 서울이나 경기 가운데 한 곳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민참여당 내부에서는 사실상 당의 간판인 유 전 장관이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서 전체 선거를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과, 당선 가능성 및 야권 전체의 수도권 선거전략을 고려할 때 경기지사 쪽으로 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이병완 국민참여당 창당준비위원장은 12월3일 유 전 장관의 지방선거 출마 여부를 묻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면서도 “내부적으로 여기저기 물어보면 서울시장에 나가는 편이 좋겠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참여당 관계자는 “현재 유 전 장관의 주소지가 경기 일산인데다 과거 열린우리당 시절 경기도당위원장을 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경기지사 선거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좀더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출마 지역은 물론 출마 여부도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국민참여당에서는 12월5일 당 지도부 회의를 열어 유 전 장관의 출마 여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이르면 12월 중반 유 전 장관의 지방선거 출마 여부와 국민참여당 전략의 일부가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존재감 드러내야 하는 국민참여당 행보 주목

문제는 국민참여당이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신생 정당이라는 사실이다. 국민참여당 처지에서는 2010년 지방선거를 통해 당 존재의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김두수 사회디자인연구소 상임이사는 “유 전 장관 개인의 입장으로 본다면 한명숙 전 총리와의 관계가 고려 대상일지는 몰라도 내년 지방선거에 당의 운명을 걸어야 하는 국민참여당으로서는 민주당 한 전 총리의 서울시장 출마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 부분을 먼저 고려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유 전 장관의 출마 문제는 상대가 누구냐 하는 부분이 아니라 유시민이라는 당의 실질적 지도자가 지방선거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하는 부분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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