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여 성향 보수·인터넷 언론이 토스해서 한나라당이 스파이크 때린 공에 정통으로 얻어맞은 기분이다. 이지메(집단따돌림) 당하는 것이 이런 느낌인가 싶었다. 아직도 국민 대다수는 내가 ‘떡볶이집 저주 발언’을 한 것으로 믿고 있다. 뻔한 사실을 터무니없이 왜곡하는 행태가 억울하다.”
7월5일 이석현 민주당 의원의 목소리에는 씁쓸함이 묻어났다. 거센 후폭풍이 이미 지나간 뒤였지만, 이 의원은 ‘소통 불가’ 현실을 여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이른바 ‘떡볶이집 저주 발언’의 주인공이다. 정확히 말하면, 자신도 모르게 주인공이 됐다.
“인터넷 언론 토스, 한나라당 강스파이크”문제가 된 발언은 6월26일 나왔다. 이 의원은 이날 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대통령께 말씀드립니다. 떡볶이집에 가지 마십시오. 손님 떨어집니다. 아이들 들어올리지 마십시오. 아이들 경기합니다”라고 말했다. 이미지 정치에 치우친 이 대통령의 친서민 행보를 비꼰 말이었다. 이 말에 앞서 그는 “(서민을 위해) 근원적 처방을 한다더니 이미지 관리가 근원적 처방인가. 10만원 들고 가서 떡볶이 사먹고 아이들 들어올리면 서민경제가 살아나나”라고 전제했다.
앞뒤 문맥을 두루 살피면 문제가 될 만한 표현을 찾기는 쉽지 않다. 굳이 문제 삼는다면,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수위가 적절했느냐 여부가 됐어야 옳았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의 발언 동영상은 인터넷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발언으로 그는 정치 인생의 고비라면 고비를 맞았다.
이 의원의 발언을 처음 보도한 곳은 라는 인터넷 신문이었다. 는 이날 저녁 8시14분 기사를 통해 이렇게 전했다. “이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을 ‘이미지 관리한다’고 비난하면서 ‘이 대통령이 간 떡볶이집은 망할 것이고 이 대통령이 들어올린 아이들은 경기를 일으킬 것’이라는 악담을 퍼부은 바 있다.” ‘손님이 안 온다’는 이 의원의 발언이 기사에서는 ‘망할 것’으로 교묘히 왜곡돼 있다. 기사 제목은 떡복이집 주인의 말을 따 “우리 떡볶이 가게 망해?… 이석현 미친×”이라고 달았다.
보수·인터넷 언론과 한나라당의 핑퐁 게임은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튿날인 27일 윤상현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를 다시 “(이 의원이) 서민에게 못살라고 저주를 퍼부었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논평은 다시 한국방송의 저녁 뉴스 등을 통해 소개됐다. 발언의 진위와 취지를 따져 진실을 소개한 것이 아니라 여야의 주장을 번갈아 소개하며 공방 차원에서만 다룬 보도였다.
가게 아들 “기사 표현만 보고 흥분”보수·인터넷 언론과 한나라당이 주고받은 ‘떡볶이집 저주 발언’ 핑퐁 게임은 떡볶이집 아들의 전자우편을 인용해 정치 전반을 매도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 의원의 발언을 둘러싼 논쟁이 확산되자 떡볶이집 아들 박아무개씨는 한나라당에 전자우편을 보내 “이 의원 발언 때문에 정말로 가게에 영향이 있으면 책임질 것인가”라며 이 의원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하지만 박씨는 이후 CBS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에 한 언론에 난 기사를 봤을 때는 ‘망한다’라고 돼 있어서, 제 어머니의 일이고 가족 일이어서 첫 번째로 흥분했다”며 이 의원의 실제 발언을 알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이석현 의원은 7월8일 과의 인터뷰에서 “현직 대통령에게 너무 심한 표현을 썼다는 이유로 당시 발언을 문제 삼는다면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보수 언론과 한나라당은 고의적으로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있다”며 “민주당 차원에서 해당 매체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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