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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MB 연대’의 힘 확인한 진보 진영

진보신당, 선거는 물론 정책연대에도 적극… 민주노동당, 공감 속 일부선 허탈감
등록 2009-05-08 17:07 수정 2020-05-03 04:25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후보 단일화를 두고 한나라당이 ‘좌파 야합’이라고 했다. 만약 ‘특수관계’인 우리나라와 일본에 외계인이 쳐들어오면 어떡해야 하나. 일본과 손잡고 물리쳐야 한다. 외계인의 침공을 막으려면 특수관계라도 힘을 합칠 수 있는 건데, 외계인이 보면 이게 ‘인류 야합’이 된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이명박 정부 심판’이라고 하면 한나라당은 부담스럽겠지만, 두 당은 목표가 일치했다. 외계인이 보는 것과 인간이 보는 건 다르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4월30일 ‘진보신당 소속 국회의원 1호 조승수’의 울산 북구 재선거 당선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간절했던 ‘의석 하나’가 진보 정당 후보 단일화의 산물임을 인정하면서 ‘반이명박 연대’의 당위성을 설명한 것이다.

조승수 당선자(앞줄 가운데)가 4월29일 울산 북구 호계동 자신의 선거사무실에서 재선거 당선 결과를 보고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앞줄 왼쪽), 노회찬 대표(앞줄 오른쪽) 등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조 당선자는 김창현 민주노동당 후보와 단일화를 이룬 데 힘입어 진보신당에 첫 의석을 안겼다. 사진 한겨레 이종근 기자

조승수 당선자(앞줄 가운데)가 4월29일 울산 북구 호계동 자신의 선거사무실에서 재선거 당선 결과를 보고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앞줄 왼쪽), 노회찬 대표(앞줄 오른쪽) 등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조 당선자는 김창현 민주노동당 후보와 단일화를 이룬 데 힘입어 진보신당에 첫 의석을 안겼다. 사진 한겨레 이종근 기자

‘1석 정당’으론 운신의 폭 좁아

지난해 조승수 당선자가 이명박 대통령의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돼 피선거권을 회복할 때만 해도, 그가 1년도 채 안 돼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토건 삽질, 사실상 대운하 재개를 반드시 막겠다”는 국회의원 당선 소감을 말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민주노동당에서 울산 북구에 독자 후보를 낼 준비를 하던 1월 말~2월 초엔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증명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퍼져나갔다. 하지만 선거를 사흘 앞두고 매듭지어진 후보 단일화의 위력은 대단했다. 조승수 의원은 박대동 한나라당 후보를 4천여 표(약 8%포인트) 차이로 누르고 자신의 지역구이자 ‘진보정치 1번지’인 울산 북구 ‘탈환’을 이뤘다.

“군인이 별을 달면 달라지는 게 80여 가지라던데, 그 정도인 것 같다”는 노회찬 대표의 농담 섞인 말마따나, 첫 국회의원 배출로 진보신당이 겪는 변화는 작지 않다. 당장 당에 지급되는 국고보조금이 연간 1억4천만원가량 늘어난다. 원외에선 접근할 수 없었던 정부 기록 등을 바탕으로 더 촘촘히 정책을 만들어내거나 국정을 감시할 수 있다. 언론을 상대로 브리핑을 할 수 있는 국회 정론관이 원내 정당에만 개방되는 탓에 그동안 서면 브리핑밖에 할 수 없었던 김종철 대변인은 이제 마음껏 카메라 앞에 설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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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석 정당’은 법안 하나도 혼자 발의할 수 없을 만큼 운신의 폭이 좁다. 법안을 내려면 민주노동당 의원 5명 모두의 서명을 받아도, 다른 정당이나 무소속 의원 4명이 더 필요하다. 진보신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당과 조승수 의원을 향한 기대치는 높아졌는데,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정책 공조, 선거 공조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승수 당선자도 “민주노동당, 필요하다면 민주당 내 개혁적 세력들과 정책과 내용으로 연대할 만한 방안이 있다면 연대할 수 있다”고 했다. 후보 단일화를 비롯한 ‘반이명박 연대’가 이제 시작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연대의 중요한 축인 민주노동당의 분위기는 복잡하다. 일차적으로는 분당을 주도했던 조승수 당선자로 후보 단일화가 이뤄진 데 대한 반감이 거세다. 이는 최고위원과 당 대변인을 겸했던 박승흡 전 대변인의 당직 사퇴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박 전 대변인은 단일화 발표 다음날인 4월27일 “조승수 후보가 ‘진보 정당 단일 후보’라는 데 결코 승복할 수 없다. 참담한 심정”이라며 당직을 내놨다. 그의 사퇴의 변은 이랬다. “민주노동당은 이제까지 당이 소중히 간직해왔던 가치와 원칙을 송두리째 부정한 자를 ‘단일화’라는 이름 아래 당선시켜야 하는, 창당 이래 최악의 정체성 위기에 놓였다. 개인적으로 ‘경선 불복’이라는 천형을 쓰게 되더라도, 민주노동당의 미래를 실종시키지 않으려면 이 길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단일화’라는 프레임은 앞으로도 민주노동당의 발목을 잡고, 정치적 성장을 방해하는 덫이 될 것이다.” 그의 사퇴를 기점으로 민주노동당 홈페이지 당원 토론방은 울산 북구 후보 단일화를 ‘묻지마 단일화’라고 비판하는 글로 뒤덮였다.

후보 단일화의 당사자였던 김창현 민주노동당 울산시당위원장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동구청장 출신(김창현 위원장)이 왜 북구까지 왔느냐는 간단한 질문에, 왜 민주노동당이 깨졌고, 왜 민주노동당이 후보를 내야 하는지 주민들에게 설명해야 하는데, 단일화 요구에 쫓기다 보니 그럴 시간이 없었다. 한나라당과의 싸움이라는 상황 논리가 급해, 단일화부터 덜컥 해버린 셈”이라는 것이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주민들의 단일화 요구는 다시 하나의 정당으로 가라는 얘기”라며 “일상적으로는 대립하면서, 선거 때만 필요에 의해 단일화해야 하느냐”고 당 통합을 주장했다. 분당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다시 민주노동당으로 들어오라는 이야기와 다를 바 없다.

대선 때마다 민주노동당 후보를 주저앉히려던 ‘비판적 지지론’의 악몽을 떠올리는 이도 적지 않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후보가 백중세였던 1997년과 2002년 대선 땐 각각 김대중·노무현 당시 대선 후보에게 진보 진영이 힘을 몰아줘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아야 한다는 논리가 민주노동당 안에서도 횡행했다. 민주노동당의 핵심 당직자는 “단일화 논리에 갇히면, 결국 샌드위치처럼 민주당과 진보신당 사이에서 민주노동당 후보만 사퇴하는 구도로 갈지도 모른다는 게 당원들의 걱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인사는 “기존 ‘비판적 지지론’에는 민주노동당도 내성이 생겼는데, 그 변형인 ‘반이명박 단일화’ 프레임에 걸려버렸다”며 “선거에 후보를 낼 수 없다면 그 정당은 대체 뭐하는 정당이냐. 민주노동당이 지금까지 생존할 수 있었던 건 독자 후보 노선 때문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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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후보 노선 포기” 비판도 나와

하지만 일부를 빼놓곤 후보 단일화를 포함한 ‘반이명박 연대’의 필요성에 민주노동당도 공감하는 눈치다. 한 당직자는 “지금은 힘을 합쳐 이명박 정부를 여러 각도에서 쳐나가야 할 때”라며 “당 안에서 단일화 무용론이 나오지 않으려면, 당이 인물과 선거 전략 준비를 더 탄탄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승수 당선자도 진보 진영 안에서 ‘제 살 뜯어먹기’를 할 게 아니라, 민주노동당과 연대해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그래야 어디가 되든 다음 선거에서의 단일화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도 오는 10월 재·보궐 선거와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조건’이 맞다면 후보 단일화를 전략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후보 단일화까지 거쳐 승리했다는 건 두 정당 모두 완성된 형태가 아니라는 얘기다. ‘진보 정당의 완성’이라는 과제를 완성하기 위해 강력한 추동력을 발휘하는 한편, 앞으로 선거에서도 조건에 맞춰 전략적인 선택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얻어내는 방식을 추구하겠다”고 말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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