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맑고 깊은 눈에 ‘버려진 아기’의 그림자는 남아 있지 않았다. “만나는 사람마다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물어보고 있다. 한국인들은 매우 친절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사람들인 것 같다”고 말하는 그의 차분한 목소리에서 ‘왜 나를 버렸냐’는 분노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내가 누구인지, 나를 낳아준 친어머니가 누구인지 알고 싶다”고 했다. 30년 전, 태어나자마자 분홍색 담요에 싸여 서울의 한 공중전화 부스에 버려졌다. 미국 영화배우이자 인권운동가인 미아 패로(63)에게 입양된 뇌성마비 장애아 모제스 패로(30)는 ‘구김살 없이 잘 자란 청년 심리상담사’가 돼 ‘어머니의 나라’를 찾았다. 10월22~24일 열린 세계여성포럼의 연사 자격으로다.
매일 밤 굳은 다리 주물러준 형제들
모제스 패로(30·왼쪽)와 미아 패로(63)
10월23일 자신의 강연을 끝내고 만난 그는 겸손하고 반듯한 자세로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했다. 그는 미아 패로를 만나기 전 한국의 한 가족에게 먼저 입양됐지만, 장애 때문에 파양당했다. 미아 패로는 걷지 못하는 그를 아들로 맞아들인 뒤 두 차례 다리 수술을 받게 했다. 언어치료와 물리치료도 각각 6년씩 계속했다. 모제스처럼 입양된 9명 등 열세 형제는 그에게 달라붙어 매일 밤 다리를 주물러주고, 스트레칭을 도와주고, 말벗이 돼줬다. 가족들의 극진한 보살핌은 모제스가 고등학교에 들어가 육상팀·농구팀에서 원없이 뛰고 달릴 수 있게 해줬다.
“내가 장애를 딛고 걸을 수 있도록 어머니를 비롯한 온 가족이 나를 돌봐줬어요. 특히 어머니는 저를 자랑스러워하고, 제가 이 세상에서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끊임없이 일깨워줬죠. 다른 많은 아이들 가운데서도 나를 선택해준 어머니에게 언제나 고맙습니다.”
그는 “‘싱글맘’인 어머니는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그 결정에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고 가르치셨어요. 또 실수를 하더라도 사람에겐 언제나 두 번째 기회가 있다고 하셨죠”라며 “이런 어머니의 말씀과 행동은 언제나 제가 옳은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줬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버려짐’과 ‘돌봐짐’의 상반된 경험은 그를 정신장애에 시달리는 아이들과 가족들을 치유해주는 심리상담사의 길로 이끌었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가족학으로 석사 학위도 받았다.
“아이들한테 가족이 얼마나 중요한지, 사람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가족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절실히 깨달았어요. 제 가족들 덕분에 삶에 감사하는 마음도 품게 됐고요. 전 심리상담사가 상담받는 사람한테 자신의 삶을 나눠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점에서 제 경험은 ‘선물’인 셈이죠.”
결혼해 아들 하나를 둔 그는 스스로를 “(미국인이 아니라) 100% 한국인 ‘재미동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 ‘뿌리’인 친어머니를 찾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입양될 때 고아원에서 준 서류 말고는 친어머니와 관련한 어떤 흔적도 갖고 있지 않아 찾을 방법이 막막하다”고 걱정했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미아 패로가 불쑥 말을 꺼냈다. “친어머니가 네 기사를 보거나 이야기를 전해들을 수도 있어. 걱정 마. 친어머니가 너를 찾게 된다면, 네가 얼마나 훌륭하게 자랐는지 보여줄 수 있을 거야.” 어머니의 격려에 그의 얼굴엔 환한 웃음이 번졌다. 10월23일은 온 나라에 ‘가뭄에 단비’가 내린 날이었다.
글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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