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 한겨레 강재훈 기자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7월3일 당 대표 경선에서 2위를 차지했다. 대중적 인지도를 생각하면 아쉬운 성적이었지만, ‘친이’와 ‘친박’ 진영으로 양분된 한나라당에 혈혈단신으로 뛰어들어 일군 결과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7·3 전당대회는 정 최고위원에게 새로운 전기가 됐다. 우선 당 서열 2위 최고위원이라는 자리가 그의 발언에 무게감을 실어주고 있다. 친이와 친박 등 어디에도 빚을 지지 않았기 때문에 발걸음도 자유롭다. 정 최고위원의 최근 행보는 그의 처지와 의중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
전당대회 직후인 7월6일 정 최고위원은 “앞으로 최고위원회가 적절한 권위를 가지고 한나라당의 큰 방향을 설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7월 내내 최고위원회의 운영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그는 자신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자 항의의 표시로 일주일간 당무를 거부하기도 했다.
7월28일 최고위원회에서는 현대중공업 대주주이면서도 대통령의 기업인 특별사면 방침에 대해 “법을 위반하는 기업인까지 도와줘야 하느냐”며 비판했고, 청와대가 김중수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최중경 전 기획재정부 제1차관을 재기용한다고 하자 “이분들은 문책성 경질인사 대상이었는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치받았다. 김 전 수석은 지난 6월 쇠고기 파동 국면에서 경질됐고, 최 전 차관은 경제정책 실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바 있다.
정 최고위원의 독자 행보는 청와대와 한나라당에 일회성 쓴소리를 쏟아내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8월29일 한나라당 연찬회에서는 당의 이념적 좌표와 관련해 “우리는 진보 진영보다 진보적 가치를 더 많이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좌파 편향적 법안들을 정비하겠다고 나서는 등 급격하게 ‘우향우’하던 한나라당 매파의 기류와는 분명히 다른 흐름이었다. 굳이 비교한다면 과거 한나라당 소장 개혁파의 역할을 정 최고위원이 도맡은 형국이다.
당내에서는 ‘여당 속의 야당’ 같은 존재로 정치적 입지를 다지고 있다면, 당 밖에서는 평소 약점으로 꼽히던 스킨십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8월28일 연찬회 뒤풀이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날 정 최고위원은 허름한 호프집에 모여 있던 수십 명의 기자들과 일일이 술을 주고받는 모습을 연출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정 최고위원이) 피부병에 걸려 술을 마시면 안 되는데도 과거와 달리 기자들에게 먼저 다가가려고 많이 노력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당 안팎에서는 정 최고위원의 이같은 노력이 예비 대선 후보로서의 행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7·3 전당대회에서 그랬듯, ‘주류 속 비주류’의 길을 걸어야 하는 정 최고위원이 믿을 구석은 오로지 여론뿐인 것이다. 계파정치에 대해서는 정 최고위원 본인부터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라며 비판하기도 했지만, 현실적으로 계파를 형성할 형편도 되지 못한다. 한나라당의 의회 독주가 거칠어질수록 친이와 친박, 그리고 청와대 사이에서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를 키워가야 하는 정 최고위원의 줄타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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