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혜경 전 노사모 대표와 짚어보는 대통령 심중… 캠프 합류 노사모 회원은 모임과 전혀 관련 없어
▣ 글 최성진 기자csj@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범여권 대선 주자들에게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는 일종의 딜레마이다. 여전히 노 대통령을 떠나지 않고 있는 핵심 지지층을 생각한다면, 두 팔을 벌려 껴안아야겠지만 ‘친노’의 딱지가 목에 걸린다. 냉정하게 등을 돌리기도 쉽지 않다. 범여권 후보로서 ‘살아 있는 권력’과 대립해서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의 태도 또한 알 듯 모를 듯 애매하다. 아직은 원칙과 신뢰를 강조할 뿐 범여권 후보 가운데 누구에게도 ‘노심’을 일방적으로 몰아주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 일각에서는 과거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노사모)에서 활동했던 인사 몇몇이 문국현 후보 캠프에 가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노-문 연대설’을 제기하는가 하면,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후보 단일화’ 등에 대한 원칙을 강조하자 곧바로 ‘노 대통령, 정동영 지지’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이와 관련한 해프닝도 있었다. 10월 초 여성계 인사 1600여 명이 문국현 후보 지지를 선언했을 때 ‘주부’ 노혜경씨 이름이 명단에 포함됐다. 며칠 뒤 장성민 전 민주당 의원이 ‘노-문 연대설’을 제기했다. 노혜경 전 노사모 대표가 문 후보 지지 선언에 참여했다는 것이 ’노-문 연대’의 근거였다.
노 전 대표는 “당연히 동명이인”이라고 말한 뒤 “만약 그게 나였다면 ‘주부 노혜경’이라고 이름만 올려놓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10월25일 과의 인터뷰에서 노혜경 전 대표는 문국현 후보와의 연대설, 그리고 정동영 후보에 대한 노사모의 마음을 밝혔다.
크리넥스 티슈처럼 문국현을 띄웠다
노 대통령이 문국현 후보에 대해 공격하지 않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고건 전 총리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경우와 비교된다.
“노 대통령이 정치적 발언으로 선관위의 경고를 받은 다음에 문 후보가 나왔다. 단지 그런 이유라고 생각한다. 고 전 총리 등에게도 정치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니었는데, 우연찮게도 본인 스스로 최대 약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찔렸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그만둔 것이라고 본다. 권력 의지가 약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문 후보의 권력 의지는 상당한 것 같던데.
“권력 의지가 있으니까 여기까지 왔겠지만, 개인적 소견으로는 문 후보가 굉장히 불안한 출발을 했다고 본다. 우선 정치적 단련 과정이 없었다. 사람들은 이게 얼마나 무서운 약점인지 알지 못하는데, 선거를 직접 치르다 보면 아무리 소리 높여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 60% 이상의 유권자를 만나게 된다. 이들을 설득하지 못하면 타협이라도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대중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아야 한다. 문 후보의 경우 자신을 주목하지 않는 언론에 대한 불만이 여과 없이 나오는 것 등을 보면 합리적이면 관철되는 기업인의 경험만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나름의 지지도를 확보한 상황 아닌가.
“문 후보가 짧은 기간에 7~8%의 지지도를 기록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문제는 그 이면을 들춰보면 의 ‘공’이 있었다. 가 전폭적으로 밀어주면서 인터넷에서 상당히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갑자기 문국현 이야기를 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각 사이트에서 짧게짧게 ‘문국현’ ‘문국현’을 외치는 움직임, 즉 일종의 마케팅으로 떴다고 봐야 한다.”
인위적 부양으로 본다는 건가.
“그렇다. 마케팅이라고 말한 게 그거다. 가 크리넥스 신제품을 파는 것처럼 문 후보를 띄웠다. 문 후보에 대한 지지도에는 이 두 위험 요소에 대한 고려가 없기 때문에 상당히 걱정스럽게 보고 있다.”
“좋은 내용인데 불가능한 공약이고, 불가능하기 때문에 실제로 대통령이 된다 해도 국민들의 불만을 폭발시킬 수 있는 공약이라고 본다. 일자리만 해도 현 정부가 ‘비전2030’을 통해 겨우겨우 만들어낼 수 있는 게 내년부터 연간 20만 개, 경제성장과 함께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일자리가 약 35만 개 정도다. 비정규직 감축도 어떻게 비정규을 보호하고 줄일 것인지를 들여다보면 빌 ‘공’자 공약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동영, 옛날엔 정권이 실패했다더니
노사모에서 활동했던 열린우리당의 김갑수 전 부대변인과 김두수 전 중앙위원이 문 후보 캠프에 있다는 사실을 ‘노-문 연대설’의 증거로 보는 시각도 있다.
“권력자가 아랫사람을 몇 명 보내서 자신의 의중을 보여주는 것은 전형적인 구태 정치의 모습이다. 노 대통령은 그런 정치인이 아니지 않았나. 물밑으로든 물위로든 특정 후보를 지지한 적 없다. 나는 액면 그대로라고 본다. 대통령이 바라는 것은 딱 하나, 지난 10년간 우리나라가 절차적 민주주의를 이루는 것을 넘어 어느 정도 근대국가의 토대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는데 이를 흩뜨리지 않고 문화적 개혁까지 이뤄낼 수 있는 지도자가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이게 노 대통령의 100% 정확한 의중이라고 본다.”
정동영 후보가 참여정부의 공과 과를 승계하겠다고 했잖나.
“그게 바로 슬로건이라는 거다. 그렇다면 공이 무엇이고, 또 과는 무엇인지에 대해 정 후보가 신뢰할 만한 견해를 제시해야 하지 않나. 과거에 참여정부는 실패했다고 규정해놓고, 이제 와서 공과 과를 이어받겠다고 하니 신뢰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정 후보 쪽에서도 이상호·김영부·나호주씨 등 노사모 핵심이 이미 정 후보 캠프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그분들은 노사모의 핵심이 아니다. 그냥 대선 때 열심히 운동했던 분들이다. 그런데 그분들만큼 활동한 ‘핵심’이 지역마다 너무나 많이 있었다. 굳이 노사모에 핵이 있었다면 노사모 결성 초기에 대표 일꾼을 맡았던 명계남씨나 대선 기간에 활동했던 문성근씨 정도다. 그 두 사람을 노사모의 핵심이라고 하면 노사모 회원들 아무도 반대하지 않겠지만 ‘미키루크’(이상호)를 핵심이라고 하면 ‘나도 핵심이다’라며 반발할 사람이 많다.”
2007년 대선 국면에서 노사모가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등의 집단적 의사결정을 할 계획은 없는가.
“거의 불가능하다. 이심전심으로 서로의 생각을 알 수 있는 정도라면 모를까 집단적 의사결정은 가능하지 않다. 심지어 지난번 과거 대표 일꾼 두 명(심우재, 김병천)이 통합신당 후보 경선 때 이해찬 후보를 위해 선거운동을 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있었다.”
전체의 의견을 묻는 절차가 없었나.
“전혀 없었다. 심정적으로야 참여정부를 이어갈 후보를 마음껏 지지해주고 싶지만 통합신당 경선에 직접 뛰어든다는 것은 자칫 대통령의 의중이라는 오해를 살 수 있지 않겠나.”
어쨌든 대선은 다가오고 선택할 수 있는 후보는 제한적이다.
“그렇다. 아직 ‘상장’되지 않은 사람들도 있지만 그분들이 이 짧은 시간에 유의미한 지지도를 확보해서 당선권에 오르기는 어려울 테고…. 지금 있는 후보들 가운데 선택해야 한다면 어느 쪽이 덜 해로울까를 판단해야 하는, 상당히 난감한 지경에 빠지게 될 것이다.”
어느 쪽이 덜 해로울까
상장되지 않은 사람이란 누구인가.
“대선 출마를 선언했지만 지지도가 낮아서 여론조사에 포함되지 않는 분들이다. 강운태, 김혁규, 김원웅 후보 등 세 분 정도는 아직 남아 있지 않나. 노 대통령이 문국현 후보를 의중에 둬야 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이번 대선이 ‘이명박 대 정동영’의 구도라면.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경우에는 권위의 일대 혼란과 도덕적 해이가 올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지만, 정 후보 역시 지역 대립이라는 퇴행과 ‘패거리즘’을 몰고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게 더 나쁜지 모르겠다.”
두 사람이 다를 바가 없다는 이야기인가.
“서로 다른 결점이 있는 거다. 둘 다 퇴행을 가져올 거라는 예감은 드는데, 이명박 후보가 몰고 올 퇴행은 재앙의 수준이라고 본다.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도덕적 해이는 물론 우선 경제가 무너질 거라고 생각한다. 정동영 후보가 된다면 패거리즘 정치가 부활하겠지만 경제가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거라고 본다면, 그런 상황에서는 그래도 정 후보를 찍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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