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영에서 점차 영역과 영향력 커지며 ‘거품’이라는 비판도
내년 지방선거엔 나서지 않을 방침이나 다음 대선 역할에 관심 집중
▣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손학규 경기도지사가 지난 6월15일 4·19기념도서관을 찾았다. 자유주의연대·뉴라이트-싱크넷·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등 뉴 라이트 진영의 단체들이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토론회 자리였다. 한나라당의 대권 예비 후보로 꼽히는 손 지사는 10여분의 격려 연설을 하고 자리를 떴다. 김영선 한나라당 최고위원도 토론회를 다녀갔다.
‘새로운 우파’의 기치를 내건 뉴 라이트는 아직 현실 정치세력과 조직적 연대나 교류를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개별적인 수준에서 교류는 수시로 이뤄진다. 그렇다면 다음 수순은 현실 정치권 진입이 아닐까, 정치판에 뛰어든다면 과연 누구와 어떻게 손을 잡을까라는 물음이 떠오른다. 내년 지방선거와 2007년 대선을 불과 1, 2년 앞두고 있기도 하지만, 뉴 라이트가 점점 그 영역과 영향력을 넓히려 하기 때문이다.
NGO·종교계·교육계 아우르는 세확장
자유주의 이념으로 사회개조운동을 펴나가겠다는 뉴 라이트는 학계뿐만 아니라 사이버, 비정부기구(NGO), 종교계, 대학가 등 사회 각 부문의 운동으로 뻗쳐나갈 계획이다. 뉴 라이트 운동을 이끄는 자유주의연대가 지난해 11월 창립한 데 이어 교과서포럼(1월), 뉴라이트-싱크넷(3월), 뉴라이트(4월)가 잇따라 만들어졌다. 또 전교조에 맞설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은 7월에 창립된다. 김진홍 목사가 중심이 된 기독교계 뉴 라이트 움직임도 분주하다. 기존에 활동하던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북한 민주화 네트워크, 의료와 사회포럼 등이 함께 큰 틀에서 뉴 라이트 진영을 형성하고 있다. 인터넷 신문인 <데일리안>도 뉴 라이트와 궤를 같이한다.
뉴 라이트 내부에서는 지난 반년의 활동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고무된 것도 사실이다. 뉴 라이트는 최근 <중앙일보>가 발표한 한국의 영향력 있는 조직에서 19위로 민주노동당(23위)보다 앞섰고, 신뢰도에서는 12위로 기존의 모든 제도권 정당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뉴 라이트의 한 관계자는 “술자리에서 안줏거리나 될 수 있으면 했는데, 우리의 존재를 알리는 데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권 창출은 물 건너갈 수 있다는 우파 내 위기의식이 자양분이었다. 든든한 ‘후원자’인 조선·중앙·동아 등 보수언론도 대대적으로 띄워줬다.
뉴 라이트 내부나 보수언론의 평가와 달리 외부에서는 뉴 라이트의 진로를 썩 밝게 보지 않는다. 당파를 떠나서 그렇다. 한나라당의 한 보좌관은 “밑에 기반이 없이 공중에 붕 떠 있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거품이 끼었다는 것이다. 이재경 열린우리당 홍보부실장은 “보수를 ‘보수’하자는 것 같은데, 도대체 실체가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진보 진영에서는 뉴 라이트가 기존 ‘수구’ ‘보수꼴통’으로까지 불리는 올드 라이트(기존 보수)와 차이가 뭔지 모르겠다는 의문이 강하다. 풀뿌리 대중조직의 기반이 없는 엘리트운동의 한계가 지적되기도 한다. 그러나 뉴 라이트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초기에 지식인 중심의 계몽운동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굳이 운동이 명망가 중심일 필요는 없지만, 현재 뉴 라이트 운동 진영에서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스타가 보이지 않는 것도 문제다. 그래서 운동의 구심력과 대중성은 부족하다. 박재완 한나라당 의원은 “활동가들이 아닌 학자들 중심의 한계”를 지적한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뉴 라이트의 자유주의 이념이 대중에게 얼마나 다가갈 수 있냐는 것이다. 김종철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빈부격차다. 자본가의 자유를 좀더 확대해야 한다는 뉴 라이트의 경제논리로는 대중을 설득할 수 없다”고 충고한다. 뉴 라이트는 이러한 비판들이 자신들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다고 억울해한다. 홍진표 자유주의연대 집행위원장은 “우파의 혁신을 이뤄내고 경쟁력을 높여 대선으로 이어갈 것 같으니, 뉴라이트를 경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독자적 정치세력화 가능한가
뉴 라이트가 먼저 나서서 정치권 진출을 얘기하지는 않는다. 자신들의 정치세력화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는 것을 잘 아는 탓이다. 윤여준 전 한나라당 의원은 “일종의 사상운동을 하겠다고 순수하게 출발했다가 현실정치에 참여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다면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쳐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형준 국민대 교수(정치학)는 “뉴 라이트가 1~2년 만에 포장해서 대선으로 가져간다는 것은 위장된 운동”이라고 비판한다. 그래서 뉴 라이트는 때가 올 때까지 사회개조 차원에서 시작한 운동의 성격을 그대로 유지해나가려 한다. 일단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움직이지 않는다는 기조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권철현 한나라당 의원실의 김성현 보좌관은 “모든 정치 행위가 집약된 선거에서 뉴 라이트가 나 몰라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뉴 라이트 스스로도 대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를 희망한다.
뉴 라이트로서는 가장 이상적인 형태가 사회개조운동을 단기간에 성공시켜 영향력 있는 독자 정치세력화의 길을 걷는 것이다. 그런 뒤 당당히 지분을 요구하는 형태로 한나라당에 진입하거나, 아니면 합종연횡의 빅뱅 과정에서 제3의 보수 정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점칠 수 있다. 단순 비교하긴 어렵지만 지난해 4·15 총선에서 개혁당이 열린우리당에 합류하면서 자기 지분을 얻어낸 것도 비슷한 경우다. 하지만 뉴 라이트가 기존 틀을 뒤흔들 만큼 큰 세력과 영향력을 갖고 현실정치에 참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민병두 열린우리당 의원은 뉴 라이트의 독자적인 정치세력화가 아예 “불가능하다”고 진단한다. 시대가 달라지긴 했지만 좌파 진영이 민주노동당을 의회에 진출시키는 데 15년 이상의 오랜 시간이 걸린 역사적 경험도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대신 뉴 라이트가 보수의 큰 축을 이루는 한나라당에 흡수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권영세 한나라당 의원은 “뉴 라이트가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에 자연스럽게 흡수될 가능성이 제일 크다”고 내다봤다. 정치에 참여하려는 뉴 라이트 인사들이 그때그때 한나라당에 수혈되는 모양새가 그나마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뉴 라이트에서는 나름대로 한나라당과 비판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틀에만 묶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을 빼곤 마땅히 뿌리를 내릴 공간을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한나라당으로서는 보수쪽의 변화와 개혁을 내세우며 분위기를 띄우는 차원에서라도 뉴 라이트를 활용하는 것이 그리 나쁠 게 없어 보인다.
다만, 뉴 라이트가 한나라당 대권 후보 경선 구도에 관여할 것 같지는 않다. 경선에서 판가름이 난 뒤부터 움직여도 손해볼 게 없기 때문이다.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의 말처럼 “뉴 라이트가 당내 대권후보 경선 구도를 좌우할 만한 결정적인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유 때문일 수도 있다. 현재 한나라당 ‘빅3’는 다 나름대로 뉴 라이트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김진홍 목사와는 둘도 없는 친구로 알려졌다. 또 학자 출신인 손학규 경기도지사는 스스로 ‘자유주의자’라고 표방할 만큼 뉴 라이트와 이념적 궁합이 잘 맞는다. 뉴 라이트는 여전히 대선 가도에서 1위를 달리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에 대한 기대 또한 큰 상황이다.
기존 보수에 대한 반성 전제돼야
뉴 라이트는 아직 진행형이다. 이들이 올드 라이트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의 건강한 보수로 자리매김할지, 아니면 기존 보수에 흡수될지는 쉽게 속단할 수 없다. 하지만 뉴 라이트 성공의 기본 조건으로 “노무현 정권과 좌파에 대한 비판과 공격에 앞서 3~6공화국으로 이어진 기존 보수에 대한 통렬한 참회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김형준 국민대 교수의 지적은 새겨들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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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파 주도권 이동 확신… 한나라당 FTA 협정 반대 입장 등 비판
신지호 자유주의연대 대표는 지난 6월15일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다음 대선은 “뉴 라이트와 올드 레프트(옛 좌파)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 진출에 관심이 많다는 비판이 있다
이른 시일 내 국민의 충분한 검증을 받으면 뉴 라이트의 정치 참여 속도가 빨라지는 것이다. 자연스러운 운동의 분화 과정이다. 과정을 확실히 밟아나가겠지만 최대한 압축적으로 가겠다. 나라의 명운을 가를 수 있는 2007년 대선의 정치적 격동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왜 지금 뉴 라이트인가
이념적 정치 지형은 건강한 좌우 날개가 있어야 한다. 한국의 경우엔 양쪽 날개가 다 병들고 지쳐 있다. 우리는 오른쪽 날개를 새롭게 수술해서 바꿔보자는 것이다. 우파가 과거 좌파에 빨갱이란 딱지를 붙여 악으로 몰았듯이, 요즘은 좌파들이 기존의 우파를 ‘수구꼴통’으로 몰아붙이는 선악 이분법에 빠져 있다. 이들은 서로 적대시하면서도 역설적으로 상호 의존하는 관계다. 올드 레프트가 한승조나 지만원의 발언을 먹잇감으로써 가장 환호했다. 뉴 라이트와 뉴 레프트(신 좌파)가 상호 경쟁하면서 보완관계를 갖는 것이, 한국의 정치 지형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지금의 한나라당은
비자유주의·반자유주의적 요소가 많다. 자유주의 입장에서 보면 5공은 태어나지도 말았어야 한다. 여전히 인적 구성이 남아 있는 것도 문제다. 이철우 열린우리당 전 의원이 솔직하지 못하긴 했지만, 정형근·주성영 의원이 간첩으로 몰았던 것은 기존 우파의 전형이다. 사상의 자유는 인정해야 한다. 또 김용갑·이규택 의원 등이 자유무역협정(FTA)을 반대하는 것도 문제다. 특히 한나라당이 신문법을 찬성한 것은 자유주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용납이 안 된다. 한나라당이 이익집단 비슷하게 경상도 기득권으로 가서도 안 된다.
한나라당과의 관계는
한나라당의 틀에 우리가 묶일 생각은 없다. 박근혜 대표도 박정희의 딸, 후광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한나라당이 제대로 환골탈퇴하는 바로미터는 박근혜가 마거릿 대처가 되느냐 안 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한나라당이 자유주의 정당으로 변화될 가능성이 있는지 지켜볼 것이다. 그러고 나서 협력적 관계로 갈지, 아니면 우리가 독자적으로 밥상을 차릴지 결정하겠다.
다음 대선을 전망하면
뉴 라이트와 올드 레프트의 대립이 될 것이다. 우파는 빠른 속도로 혁신되고 있다. 우파의 주도권이 올드 라이트에서 뉴 라이트로 옮겨오고 있다. 그러나 좌파는 우리의 이런 엄청난 변화의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다. 판단은 국민이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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