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시의회 본회의장 난투극에 야구방망이 구타·사기까지… 의회 독점하다 보니 견제없이 감투싸움</font>
▣ 인천=김영환 기자/ 한겨레 사회부 ywkim@hani.co.kr
최근 인천시의회 의원들이 폭탄주를 마시고 난투극을 벌인 것이 알려지자 인천 시민들 사이에서는 “또 인천이냐”는 탄식이 터져나왔다. 의원들끼리의 폭행 사건, 의원의 공무원 및 주민 폭행 사건, 의장 선출을 둘러싼 성접대 논란, 심지어 야구방망이로 동료의원 승용차를 부수는 소동이 일어나는 등 지방의원들과 관련된 각종 사건들이 유독 인천에서만 잇따라 발생하고 있기 때문.
‘폭탄주 사건’은 빙산의 일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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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원들의 ‘폭탄주 난투극’ 사건은 지난 4월16일 오후 인천대공원에서 열린 벚꽃축제 개막식을 겸한 공연에 참석한 시의원들이 뒤풀이를 하면서 일어났다. 이날 시민들 앞에서 축사를 한 안상수 인천시장은 행사 뒤풀이로 저녁식사를 하자고 제의했고, 박승숙 의장 등 시의원 5명과 구의원 1명, 시 국장 1명 등 8명은 이날 오후 7시께 공원 인근 식당 안가에 모였다. 미리 주문해놓은 오리구이, 오리찜 등을 뜯으며 농담을 주고받는 등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지자 안 시장은 승용차 뒤트렁크에 있던 양주 몇병을 가져오도록 해 직접 폭탄주를 제조해 돌리기 시작했다. 사건은 폭탄주가 5, 6차례 돌아간 뒤 모두 취기가 오른 9시께 일어났다. 안 시장과 박 의장 맞은편에 나란히 앉아 폭탄주를 받아 마시던 한나라당 신아무개 의원(53)과 같은 당 최아무개(48) 의원이 서로 말투(존칭 문제)를 놓고 시비가 붙은 것이다. 신 의원이 “이 양반아, 호칭 똑바로 해”라고 하자, 최 의원이 “뭐야, 이 양반이라니”라며 격분해 욕설이 난무하고 주먹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식탁이 뒤집어졌고, 깨진 맥주병이 방바닥에 뒹굴었다.
안 시장은 사건 직전에, 박 의장은 분위기가 소란스러워지자 자리를 떴고, 자리를 함께했던 의원들과 일반 시민들까지 나서 두 사람을 뜯어말리면서 싸움은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분을 참지 못한 신 의원은 “존칭 문제를 확실히 하겠다”면서 밤 10시30분 자신의 부인에게 운전을 하게 한 뒤 남동구 간석동 최 의원의 집까지 찾아갔다. 신 의원은 “나이도 어린 ×이, 건방진 ××”라고 욕설을 퍼부으며 최 의원의 어깨를 두들겼다. 이에 격분한 최 의원은 신 의원의 넥타이를 잡고 목을 조였고, 신 의원은 최 의원의 왼쪽 팔을 뾰족한 물건으로 찔렀다. 최 의원은 곧바로 병원에 입원했다. 하지만 보궐선거에 영향을 준다는 당의 권유로 입원 4일 만인 지난 4월19일 오후 퇴원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인천 남동경찰서 추아무개 형사는 “최 의원이 샤프펜으로 팔을 찍은 것이 인정되고, 전치 2주의 진단이 나오는 등 범죄 요건이 충분해 신 의원을 폭력행위처벌에 관한 위반혐의(야간·공동상해)로 곧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의원의 경우 공무원으로 보기 어려워 신 의원 사건을 의회에는 통보하지 않기로 했다”며 “신 의원의 징계 여부는 의회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신 의원은 시의원으로 있던 지난 1996년 11월 자신이 운영하던 건설회사 사무실에서 회사 임원을 말다툼 끝에 흉기로 찌른 혐의로 구속된 전력이 있다. 3선 의원인 그는 제4대 시의회 전반기 의장(2002년 7월~2004년 6월)을 지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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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돈끼리도 멱살 잡고 싸운다?
인천시 의원들의 폭행 사건은 이번만이 아니다. 올해 발생한 것만도 3건에 달한다.
올해 2월 초 한나라당 소속 시의원인 홍아무개 의원이 서구청 공무원을 폭행했다.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재활원을 관할하는 서구가 배정한 공익근무요원을 규정에 맞지 않게 근무시킨다는 제보를 받고 근무실태 점검에 나서자 서구청을 항의 방문해 담당팀장에게 폭언을 퍼붓고 폭행하는 추태를 보인 것이다.
지난 1월에는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의사 진행을 맡은 한나라당 소속 신아무개 부의장이 발언권 요청 묵살에 항의하던 같은 한나라당 추아무개 의원의 목 부위를 때려 방청객을 깜짝 놀라게 했다. 신 부의장은 “자신의 계파쪽에서 상정한 안건을 무조건 통과시키라는 총대를 메고 의사 진행을 막았으며, 반대파에 있던 추 의원의 의사 진행 발언 요구를 묵살하자 나이가 한참 어린 추 의원이 반말과 욕설을 해 목 부위를 가볍게 주물러주었다”며 “서로 사과하고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사돈간인 두 의원은 나란히 지난 4월26일 안상수 시장과 함께 캐나다와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추 의원은 자신이 소속된 특정단체를 지원하기 위해 예산심의 과정에서 인천시에 압력을 넣은 것이 드러나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지난해 초에는 한나라당 소속 김아무개 의원이 시의회 상임위 소속 기관인 인천대 초빙교수로 임명돼 특혜 시비에 휘말렸고, 같은 당의 이아무개 의원(선거법위반으로 의원직 상실)이 시의원에 당선되자마자 인천대에 강의 자리를 요구한 뒤 거절되자 보복 감사를 벌여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인천지역 구의원들의 추태도 결코 시의원들에게 뒤지지 않는다.
지난해 4월22일 서구의회에서는 그해 7월부터 시작될 제4대 2기 의장 자리를 놓고 갈등관계를 형성했던 동료 의원의 차량을 야구방망이로 부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날 오후 입에 담기 거북스러운 설전을 주고받은 의원들은 재떨이를 던지는 상황까지 갔고, 저녁 때 사과하기 위해 다시 만났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이아무개 의원이 미리 준비한 야구방망이로 차량 유리를 깨는 등 난동을 부렸다. 동료 의원이 다쳐 병원에 입원했다. 서구의회는 결국 7월 의장단 선출을 놓고 14명의 의원이 두 패로 갈려 서로 고소하는 꼴사나운 모습까지 연출했다. 그런데 올해 2월에는 전 의장이 현 의장을 상대로 법원에 ‘의장선출 무효소송’을 제기하는 등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이에 아예 “의회를 해체하라”는 주민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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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땐 한마음, 자정 노력 없어
계양구의회는 지난해 어느 의원이 자신의 부인을 상습 폭행해 법원으로부터 사회보호 감호 등의 선고를, 또 다른 의원은 건축법 위반으로 실형이 선고됐다. 남동구의회는 의장 선출과 관련해 동료 의원에게 성접대를 했다는 논란이 불거져 의장이 사퇴하기도 했다. 부평구의회도 의원이 상가번영회장을 때려 이가 부러졌고, 남의 땅을 가로챘다가 사기죄로 구속되기도 했다. 연수구의회와 동구의회는 의회 안에서 동료 의원을 때려 병원에 입원하는 일이 있었고, 중구의회는 의원 부인이 땅투기 의혹으로 시민단체에 의해 고발되는 등 의원들과 관련된 각종 사고는 셀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의원들의 자정 노력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해외여행이나 청사 신축 등 제 밥그릇 챙기기에는 찰떡궁합(?)의 행태를 보여 시민들의 눈총을 받고 있다. 야구방망이 사건으로 물의를 빚었던 서구의회는 지난해 말까지 6개월 동안 두 패로 갈려 감투싸움을 벌이고도 지난해 12월30일부터 올해 1월4일까지 6일 일정(비용 3200만원)의 동남아 외유에는 의원 14명 전원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음이 된 것이다.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의장단 선출 문제로 4개월간 단 5일만 임시회를 연 것이 전부인 계양구 의회도 1800만원을 들여 4박5일간 싱가포르와 대만 등의 외유를 추진했다. 결국 주민들이 반발하자 의원 10명 가운데 2명만이 다녀왔다.
현재까지도 의장파, 전 의장파로 갈려 있는 인천시의원들도 행자부 기준보다 넓은 현 청사가 비좁다며 지난 2002년에 이어 올해 또다시 70억원을 들여 청사 증축을 밀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물의를 빚은 ‘폭탄주 난투극’ 사건에 관련된 의원들의 징계 문제에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왜 지방의회 의원들의 추태가 끊이질 않는 것일까?
원인은 여러 가지로 짚어볼 수 있지만, 현행 지방차지 선거제도에 그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김민배 인하대 법대학장은 “인천시의회도 한나라당 소속 의원이 27명 가운데 24명이라는 절대 다수를 차지하다 보니 정책 경쟁이나 집행부에 대한 감시 기능은 없고 자기들끼리 패가 갈려서 권리를 나눠갖는 감투싸움만을 일삼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학장은 “일종의 독과점 피해”라고 분석하고 “가장 이상적인 것은 2~3개 정당이 의석을 균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언론과 경찰, 의원 등이 학연, 지연 등으로 얽혀 어느 정도 질서가 유지되고, 일이 발생해도 덮어두려는 경향이 있는 다른 지역과는 달리 인천의 경우는 정반대의 경향이어서 의원들의 폭력 사건이 많아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광역·기초 등 단체장과 지방의원 선거를 동시에 실시하는 현행 선거제도 때문에 지방의원 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은 크게 떨어지고, 결국 맹목적인 정당 선택에 의해 의원들의 당락이 좌우되면서 특정 정당의 의원직 독식에 따른 내부 견제 실종, 의원들의 자질에 대한 검증 장치 부재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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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회 윤리위 역할 강화해야
물론 동시 지방선거 일정 자체를 조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동원 가능한 대안은 과연 무엇일까.
김민배 학장은 “지방의원들이 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고 실제로 권한이 막강하다”면서 “자질이 있는 사람이 뽑힐 수 있도록 유권자들의 관심은 물론이고 검찰 등에서도 생활정치인으로 보고 법적 제재를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길상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사무처장은 “지방의원 출마자의 자격 검증을 위한 장치와 함께 전혀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지방의회 윤리위원회를 민간인에게도 개방하고, 시민단체 회원들이 참관할 수 있도록 해 윤리위원회가 실질적인 의원들의 제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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