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NL-PD 싸움속에 1년 만에 지지율 한자릿수 위기… 자기 색깔 못 보여주고 정치투쟁에만 과도하게 집중 </font>
▣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기성 정치인 중심의 ‘낡은 불판’을 갈아치울 대안정당, 진보진영의 집권 희망을 실현할 주체로 기대를 모았던 민주노동당이 원내 진출 1년 만에 깊은 불안과 위기감에 빠져들고 있다.
위기의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지난해 4월 총선 이후 15~18% 안팎의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민주노동당 지지율이 최근 한 자릿수로 추락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4월27~28일 조사 결과 9.7%로 나타났다. 열린우리당(28.9%), 한나라당(25.9%)의 지지율에 견줘 턱없이 뒤처진 것이다.
민주노동당 의원들 제일 얌전하다?
당 내부에서도 경고음이 공공연하게 터진다. 민주노동당 최고의 대중스타인 노회찬 의원은 “지지율 8%로 하향 고착화” 가능성을 지적하며 ‘제2창당 수준의 혁신’을 부르짖고 있다(인터뷰 참조). 자주파인 최규엽 최고위원도 당 기관지 <이론과 실천>에 당에 퍼진 ‘개인출세주의’가 위기의 근원이라는 취지의 글을 써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1월12일 당 부설 진보정치연구소의 “벼락부자의 전성기는 벼락같이 끝날 수 있다”는 불길한 진단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일까. 민주노동당은 왜 이 지경까지 왔을까.
자주파(NL)와 평등파(PD)가 대립을 지속해온 민주노동당에서 위기의 원인에 대한 통일된 진단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요즘은 정파적 이해를 떠나 문제의식을 상당히 공유하는 분위기다.
첫째, 외형적 성장에 걸맞은 자기 실력과 색깔을 보여주는 데 실패했다는 진단이다.
평등파인 김종철 최고위원은 “민주노동당에 대한 국민의 가장 큰 불만은 ‘너희들 요즘 도대체 뭐하느냐’는 것”이라며 “지난 1년간 제3당이라는 정치적 위상에 걸맞은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대중의 관심권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물론 교섭단체 중심의 국회 관행 속에서 10명에 불과한 민노당 의원들이 왕따 당했다는 현실적 한계, 소속 의원 다수가 모범적인 의정활동을 펼쳤다는 점 등은 높게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일부 의원의 개별적인 선전이 민주노동당의 존재 가치를 확대재생산하고 약자를 대변하는 확실한 대안정당의 이미지를 구축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이 대세를 이룬다. 서울지역의 한 지구당 위원장은 “솔직히 국민들이 민주노동당을 찍을 때는 모범생을 바란 게 아니었다”며 “확실히 국회의 기존 관행을 뒤집는 도발적인 활동을 벌이든지, 아니면 정책적인 실력을 인정받았어야 하는데 이도 저도 아닌 1년을 보냈다”고 잘라 말했다. 이 인사는 “최소한 박세일 의원처럼 의원직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기대한 것”이라며 “지금 바깥에서는 ‘민노당 의원들은 5선급 아니냐’ ‘제일 얌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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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소모적인 정파 대립 속에서 노동자·서민의 삶과 유리된 선언적인 정치투쟁에 과도하게 당력을 집중하면서 지지자의 환멸과 이탈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당권을 장악한 자주파는 지난해 이라크 파병 반대, 국가보안법 폐지 투쟁 등에 ‘올인’했다. 몇몇 최고위원들은 직접 삭발을 하고 길거리로 나섰다. 이에 대해 평등파는 빈곤과의 전쟁 등 민생경제 현안을 뒤로 한 채 반제국주의적 과제에만 몰입한다고 각을 세웠다. 그러나 정작 두 세력 모두 어떻게 민주노동당의 정책을 구체화·세련화해 국민에게 전달할 것인지에 대한 반성과 고민은 적었다. 자주파 중심의 당 지도부는 올 1월 중앙위원회에서 국보법 폐지 주력 사업 방침이 정당했다는 요지의 ‘2004년 사업평가 보고서’를 제출해 당내 분란을 일으켰다. 평등파도 부유세 도입·무상의료 무상교육 등 민주노동당의 철학이 담긴 공약을 사회 이슈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하지 못한 채 선언적 입장 표명만 거듭해왔다.
실제 민주노동당 정책실에 근무하다 지난 1월 사직서를 낸 윤종훈 회계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의 모든 이슈에 ‘이것이 어느 정파에 유리하냐’는 주판알을 튕기고, 부유세와 조세개혁에 대한 최소한의 인식과 기본 원칙조차 없었다’며 정파간 갈등에 몰두하며 구체적 대응 능력을 상실한 당의 현실을 지적한 바 있다.
최고위원회의와 의원단 왜 따로 뒀나
특히 진보정치연구소장, 집권전략위원장, 기관지편집장 인선 문제를 둘러싼 갈등까지 겹치면서 당은 현안 대응 능력을 거의 상실했다. 당내 소수파인 평등파는 “자주파가 무분별한 패권주의적 행태를 보이며 인사를 독식하고 있다”며 “인사검증 시스템 마련”을 요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와 관련해 한 핵심 당직자는 “당직 인선에 관한 인사검증 시스템이 없는 상태에서 적재적소 원칙이 아닌 특정 정파주의로 인사가 흐르면서 실력 있는 사람은 뒷전에 밀리고,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이 발탁돼 당의 동력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비판했다.
셋째, 기성정당과 차별화된 당직·공직 분리 실험이 오히려 최고위원회의와 의원단의 효율적인 의사소통 및 현안 대응력 약화, 정파대립에 대한 내부 조정력 상실 등 총체적인 지도력 부실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민주노동당은 국회의원들의 개량화와 타협주의 위험을 막겠다며 원외 인사인 최고위원들에게 당권과 의원단에 대한 지도권을 주는 이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8개월여의 운용 결과 한계가 드러났다.
무엇보다 급변하는 의회 현실에 대한 정보와 지식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최고위원단이 정보가 풍부한 의원들을 지도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의원단 역시 의정활동에 쫓겨 최고위원들과 호흡하는 데 한계를 보였다. 한 최고위원은 “13명의 최고위원단에 의원단 대표로 천영세 의원이 포함돼 있지만 원내 상황 때문에 회의에 불참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당 지도부와 의원단이 재대로 의사소통할 기회가 없다”고 말했다.
최고위원들의 능력과 열정 부족을 지적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자주파에 속한 한 최고위원은 “다른 당처럼 매일 아침 8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쟁점 현안에 대해 판단하고 내부 방침을 정하자고 여러 번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최고위원을 보좌하는 부속실장 1명을 채용하는 문제조차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열심히 하지 않고 뭘 모르면서 어떻게 의원들을 지도하겠냐”고 말했다.
넷째, 대기업 노동자 중심의 민주노총에 대해 이니셔티브를 상실하면서 민주노동당의 위기가 더 커졌다는 지적도 많다. 특히 노동 관련 정책을 사실상 민주노총에 맡겨두고, 때로는 끌려다니면서 민주노동당이 조직화·세력화해야 할 주요 상대인 비정규직 등 소외계층에 대해 무력한 모습을 보였다는 데 비판이 집중되고 있다. 당의 핵심 관계자들은 “민주노동당은 지금까지 민주노총의 비정규직 법안 저지 방침에 동의하면서 ‘비정규직 철폐’라는 선언적 구호만 외쳤다”면서 “비정규직 문제나 노동정책은 사실상 민주노총에 맡겨두고 방치한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에 끌려다니는 듯한 이런 당의 태도는 민주노총 대의원 대회 폭력사태, 기아자동차 노조의 채용비리와 뇌물사건 등과 맞물리면서 민주노동당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확산하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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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에 쓴소리도 좀 해라”
그렇다면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당면한 위기 앞에서 자주파나 평등파 모두 해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먼저 민주노총에도 쓴소리를 하고, 비정규직 등 소외계층에 대해 당 차원의 독자적 정책과 계획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자주파인 최규엽 최고위원은 “그동안 민주노총의 분파 갈등과 논쟁이 그대로 당 내부 문제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한 지도부가 민주노총의 눈치를 보면서 결단하지 못했다”면서 “이제 독자적인 원칙을 갖고 민주노총에 대해 지도력을 확보하고 할 말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등파의 김종철 최고위원도 “민주노총과 대기업 노조 문제가 앞으로 더 극대화될 경우 민주노동당이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면서 “비정규직 조직화 문제 등을 민주노총에 맡길 게 아니라 당이 나서 직접 대변하고 조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현재 민주노총 구성원이 다수를 차지한 민주노동당 대의원들 가운데 비정규직 등 소외계층 할당 비율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의 폭력사태 등에 따른 당 지지율 하락을 차단하면서 그동안 취약했던 소외계층의 조직화를 통해 당원 확대, 지지층 확산 등을 꾀하는 위기 돌파책임 셈이다.
민주노동당은 또 올해 민생 관련 사업에 총력전을 펼쳐 약자의 대변자라는 위상을 회복하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지난 4월7일 확대간부회의에서 부유세, 무상의료 무상교육을 기본 방향으로 설정하고, 공교육 강화·무상급식 확대·조세개혁 등의 구체적 사업을 지역사업 및 당 홍보전략과 연결하기로 결의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영희·주대환·박인수 최고위원, 심상정·최순영·현애자 의원 등 6명으로 부유세, 무상의료 무상교육 실현 추진단을 꾸렸고, 오는 5월11일 운동본부도 발족할 계획이다. 앞으로 시도당 순회 토론회, 보건의료단체·시민사회단체와 간담회, 공청회 등을 통해 이런 민생 드라이브를 본격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당직·공직 분리 효율화, 최고위원단 선거제도 개선책 등을 놓고는 정파별, 개인별 차이가 드러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당의 지도력 확보를 위해 평등파는 현재 최고위원단에 1명만 참여하는 현역 의원 수를 대폭 늘리는 방안을 선호한다. 반면 자주파는 최고위원들이 제대로 활동할 수 있는 지원책 마련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최고위원 직선제도에 대한 개선 방안도 논란거리다. 평등파는 현행 1인7표제가 자주파의 최고위원회 독식을 가능하게 한다며 1인3표제 등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대의원들이 지도부의 능력과 자질을 검증할 실질적인 장치 마련도 주문하고 있다. 반면 자주파는 개선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에는 아직 결론이 없다. 위기 앞에 모처럼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언제든 갈등과 대립의 악순환 속에 빠져들 여지가 남아 있는 것이다.
<table width="480" cellspacing="0" cellpadding="0" border="0"><tr><td colspan="5"></td></tr><tr><td width="2" background="http://img.hani.co.kr/section-image/02/bg_dotline_h.gif"></td><td width="10" bgcolor="F6f6f6"></td><td bgcolor="F6f6f6" width="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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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과 학교만 왔다갔다 한다?</font>
[인터뷰 |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
민주노동당 최고의 대중스타인 노회찬 의원은 오래전부터 ‘당 지지율 8% 고착화 가능성’을 제기하며 위기론을 설파했다. 당 안팎에서는 “재수 없는 소리”라는 비판이 우세했지만, 위기는 현실로 다가왔다. 4월28일 그를 만났다.
<font color="663300">8% 지지율 고착화 주장의 근거는 뭔가.</font>
민노당이 뭘 했는데 잘못된 게 아니고, 뭘 안 해서 지지율이 떨어진 것이다. 속수무책으로 안 하면 주머니에서 모래 빠지듯 당에 기대를 갖던 지지자들은 다 빠지고 고정 지지율 8%만 남는다. 그땐 1, 2% 올리는 것도 힘들다.
<font color="663300">원인은 뭔가.</font>
흔히 당직·공직 분리, 특정 노선과 컬러 중심의 우경화를 지적한다. 그런 점도 없지 않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의원 개인은 잘했는데 집단으로 정치적 이미지 쌓거나 기대를 모아내는 활동은 적었다는 것, 지도부 우경화를 비판하면서 대안을 못 낸 것, 너무 정파 대립으로 사태를 바라보는 것 등이다. 나도 좌파로 분류되지만 그렇게 너무 갇혀 있는 게 위기다.
<font color="663300">평등파는 부유세 등 민주노동당 컬러가 있는 공약을 쟁점화하지 못했다고 비판한다.</font>
지난해는 민생 문제 중심으로 갔어야 했다. 확실히 해결은 못해도 이 문제를 떠들어주는 것은 쟤들밖에 없다는 이미지라도 얻어야 했다. 그런데 지금 누구에게 물어봐도 민주노동당이 어려운 사람을 위해 뭘 했다, 그래서 의석 부족하니 더 만들어주자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당과 마찬가지로 자기 주장하고 싶은 대로 떠들었다고 생각한다. 국민을 무시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좌파는 잘했냐. 아니다. 지금처럼 비정규직 철폐하라는 선언적인 것으로는 안 된다. 한 걸음 더 나간 실천이 없다. 바로 그런 게 문제다. 10명의 국회의원이 있는 정당이면 새 방법을 개발하고 실천해야 하는데, 기존에 정해진 코스에만 갇혀 있다. 만민공동회 등 참여민주주의에 맞는 새로운 정치 영역을 확대하려는 시도는 없고 운동권이 하던 아스팔트 위와 기왕의 보수정치군들이 하는 의회만 왔다갔다 한다. 집과 학교를 왔다갔다 하 듯 딱 두곳만 왔다갔다 한다. 지속적이고 자극적 인상을 주고 진취적인 활동을 통해 지지받아야 하는데 거의 수구적인 행태를 우리 스스로 깨지 못했다.
<font color="663300">의원들도 그런 문제를 느낄 텐데 왜 못하는 건가.</font>
이런 얘기 하면서 굉장히 싸웠는데, 문제의식이 다르다. 지금 18살로 선거연령 낮추자고 하는데, 박근혜가 박정희의 딸인지 모르는 젊은이들에게 진보를 어떻게 설명하고 접근하고 조직할지, 학생운동은 전부 망했는데 지금 학생운동하던 조직이 남아 정당운동하고 있는데 그래도 되는지, 새로운 접근방식은 없는지, 이것은 술 먹고 얘기해서 나오는 게 아니다. 깊이 있는 전문적인 고민 속에 안을 만들고 토론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투자가 너무 없다. 진정한 정파는 이런 문제에 대안을 내고 채택하자고 한다. 그런데 권력투쟁이나 하고 누구 임명하면 또 어떻고, 선거 때는 원칙도 없이 이합집산하니 많은 당원들이 이제 지긋지긋하다고 하는 것이다.
</font></td><td width="10" bgcolor="F6f6f6"></td><td width="2" background="http://img.hani.co.kr/section-image/02/bg_dotline_h.gif"></td></tr><tr><td colspan="5"></td></tr></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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