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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야당지’ 가능합니까?

등록 2005-01-13 00:00 수정 2020-05-03 04:24

<font color="darkblue">민주노동당 기관지 주도권 놓고 자주파-평등파 줄다리기 </font>

▣ 박창식 기자 cspcsp@hani.co.kr

민주노동당은 지난해 6월 전당대회 결과 종전의 평등파(PD 계열)에서 자주파(NL 계열) 중심으로 당권이 넘어간 상태다. 따라서 후속 당직 개편을 통해 중앙당 당직자 라인의 상당 부분이 ‘승자’ 중심으로 재편됐다.

당권 쥔 자주파, 핵심 물갈이 나서

그러나 내부 논쟁을 즐기는 진보정당의 특성 때문에 한층 중요성이 더한 기관지 부문에선 종전의 평등파 주도권이 그대로 유지돼왔다. 주간신문인 <진보정치>(편집위원장 이광호), 월간지인 <이론과 실천>(〃 최영민)의 책임자들이 다들 3~4년씩 현직에서 관록을 쌓은 까닭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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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기관지 책임 라인의 교체 문제가 드디어 전면에 떠올랐다. 자주파인 정성희 기관지위원장이 1월12일 열리는 중앙위원회(400여명 규모)에 △<이론과 실천> (신임) 편집위원회 인준안 △인터넷 기관지 편집위원회 구성안을 제출한 것이다.

이 안은 자주파인 노세극(전 지방자치위원장)씨를 새 편집위원장으로 하며, 그 밖의 새 편집위원 5명을 위촉하자는 내용이다. 평등파인 최영민 현 편집위원장은 물러나야 하는데, 최 편집위원장은 “부당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또 속보성을 위해 인터넷 기관지를 새로 만들되, 담당 편집위원회를 별도로 만들자는 내용도 자주파의 제안에 담겼다. 이에 평등파는 <진보정치>의 기존 취재인력을 중심으로 인터넷 담당인력을 확충하면 될 것 아니냐고 반박한다. 양쪽은 각각 실무적 논리들을 펴고 있으나, 이면에는 ‘판을 새로 짰으면…’(자주파) 하는 생각과 ‘기왕에 확보한 참호를 사수해야…’(평등파)라는 계산이 엇갈리는 것 같다.

정성희 위원장은 나아가 <진보정치>도 재창간준비위원회를 구성해 ‘대중적 기관지’로 혁신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진보정치>가 현재 1만부가량 발행하면서 당원용 성격을 크게 벗지 못해온 것을, 가판대에도 깔릴 수 있도록 한결 대중화하겠다고 정 위원장은 말했다. 2월 중앙위원회와 전당대회에 관련 제안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정 위원장은 <이론과 실천> 편집진 교체 필요성으로 △편향성과 △당론에 ‘덜 충실’ 등을 꼽았다. 정 위원장의 지면 분석에 따르면 <이론과 실천>은 2004년 한 해 동안 평등 계열 기사를 93건, 자주 계열 기사를 4건 싣는 등 평등파 위주의 편향이 심각했다고 한다. 정 위원장은 또한 “당 기관지가 당론 결정 전 단계에선 활발한 논쟁을 유도하더라도 결정 이후에는 지도부 결정을 충실하게 해설해야 하는데, 이 매체는 결정 이후에도 당론과 배치되는 주장을 종종 제기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최 편집위원장은 “당내 정파간 견해 안배를 늘 고루 하려고 노력해온 만큼 정 위원장의 분석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평등파쪽의 한 당직자는 “당론 결정 이후라도 ‘의미 있는’ 비판론이 제기된다면 그것도 다루는 게 기관지의 임무”라고 주장했다.

평등파 “당론과 배치되는 의견도 필요"

평등파는 이와 관련해 기관지가 ‘당론을 충실하게 전달’하는 것 외에 독립적인 당내 언로 활성화 기능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실적으로는 ‘당내 야당’의 존재, 나아가 ‘당내 야당지(野黨紙)’가 허용돼야 한다는 뜻이 담긴 것 같다.

‘당내 야당지’ 또는 ‘독립적인 당내 언론으로서의 기관지’ 등은 다른 기성 정당에선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개념이다. 기성 정당의 기관지는 당론에 충실한 일방적 홍보매체일 따름이다. 따라서 이런 논쟁 자체가 민주노동당의 독특한 구조를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 당내 공론의 향배가 관심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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