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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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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갚아줄께, 살림 합칠까?

등록 2004-12-10 00:00 수정 2020-05-03 04:23

민주당을 향한 열린우리당의 ‘대선 빚 변제’프로포즈… 호남 지지율 급락에 따른 합당 전초전인가

▣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2003년 11월 열린우리당 창당 이후 1년 이상 ‘기득권에 집착한 낡은 세력’ ‘50년 정통 민주세력을 분열시킨 배신자’라는 비난을 주고받으며 원수처럼 서로를 등졌던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최근 화해와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정치적 앙숙인 두 당 사이에 ‘화해의 오작교’를 놓은 것은 2002년 대선 당시 민주당이 짊어진 ‘43억원의 대선 빚’ 뒤처리 문제다. 대선 빚 논란은 그동안 민주당 안에서 한솥밥을 먹던 ‘옛 동지’를 ‘상종 못할 인간’으로 갈라놓는 악재였다. 동교동계 중심의 민주당 사수 세력들은 지난해 11월11일 정동영·천정배·신기남 의원 등 이른바 ‘신주류’가 열린우리당을 창당하자 “43억원의 대선 빚은 모두 노무현 대통령 당선을 위해 쓰인 것인 만큼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이 갚는 게 정치적 도리”라고 주장하며 여권을 계속 압박했다. 특히 지난 9월15일 중앙선관위의 3/4분기 민주당 국고보조금 5억2천만원 가운데 상당액이 노 대통령의 대선 홍보물을 만든 한 기획사에 압류되자, 한화갑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9월24일 청와대 앞 시위까지 감행했다. 민주당 사수 세력에게 대선 빚 논란은 노 대통령과 여권을 ‘대선 홍보비를 떼먹은 파렴치 집단’으로 공략하는 유용한 정치선전의 수단이었던 셈이다.

여당의 느닷없는 태도변화, 왜?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민주당의 이런 공세에 냉랭하게 대응했다. 오히려 “대통령 탄핵안을 주도해 4월 총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고 몰락해가는 지역 정당의 저급한 정치공세”라고 맞받아치는 정서가 대세였다. 그런데 여권의 분위기가 최근 급변했다. 열린우리당이 민주당에 대선 빚 변제 의사를 밝히면서 두 당 사이에 반목과 갈등을 부추겼던 소재는 이제 옛 동지의 상처난 가슴을 어루만지고 화해를 모색하는 호재로 활용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지난 12월1일 열린우리당 민병두 기획위원장은 두 당이 대선 빚 변제를 협의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격 공개했다. 민 기획위원장은 “당내 정세균 의원과 최규성 사무처장 등으로 팀을 구성해 대선 빚 실사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조만간 지불 액수와 방법에 대해 구체적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물밑 협상이 상당히 진행됐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느닷없는 태도 변화에 대해 “옛 동지에 대한 고통 분담”이라고 설명한다. 협상 대표인 정세균 의원은 “국고보조금이 나오는 족족 빚쟁이들이 자꾸 채가는 데 열받은 민주당이 노 대통령 때문에 생긴 빚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국민 정서상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면서 “과거 한솥밥 먹던 민주당 당직자들이 월급도 못 받는 현실에 대해 고통을 분담하는 좋은 뜻으로 해석해달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도 “민주당이 계속 ‘노 대통령이 대선 홍보비를 떼먹고 튀었다’는 식의 천박한 민심잡기를 거듭하면서 대통령의 이미지에 타격이 온다고 판단한 청와대 참모들이 우리당쪽에 해결을 주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안에서는 두 당의 화해와 합당 등 더 큰 정치적 결단을 염두에 둔 장기 포석으로 여권이 대선 빚 변제 카드를 꺼냈다는 분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민주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두 당 사이에 대선 빚 변제 협상은 ‘2002년 대선 때부터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분당’에 이른 불행한 과거를 잊고 새로운 협력을 모색하자는 화해의 메시지가 담긴 것”이라며 “두 당 핵심들 사이에 다각적인 접촉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의 한 핵심 당직자도 “대선 빚 변제는 ‘개혁세력 통일론’에 뿌리를 둔 제안”이라며 “장기적으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합당이 필요하다는 당내 여론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열린우리당이 민주당에 대선 빚 변제를 제안한 시점, 전후 상황 등을 볼 때 두 당이 대선 빚 변제 카드를 화해의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의원들과 개별접촉하며 적극 구애중

열린우리당이 민주당쪽에 대선 빛 변제 의사를 공식 제안한 것은 열린우리당 창당 1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11월10일로 알려졌다. 당시 국회 예결위원장인 정세균 의원이 김성순 민주당 사무총장에게 대선 빚 변제를 위한 협상을 전격 제안했다. 김성순 총장은 자신이 낙선한 원외 인사라는 정치적 부담을 이유로 민주당 정책위의장인 김효석 의원을 협상 창구로 지정했고, 이후 ‘정-김 협상 라인’이 본격 가동됐다.

그런데 당시 민주당은 이미 당사 정리, 연수원 매각 등을 통해 대선 전후로 누적된 부채 127억원 가운데 110억원 이상을 갚고 10억원 안팎의 빚만 남겨둔 상황이었다. 여권이 대선 빚 변제의 명분으로 내세운 민주당 지도부의 청와대 앞 시위가 펼쳐진 지도 한달 이상 지난 뒤였다. 더욱이 3/4분기 민주당 국고보조금을 가압류한 홍보기획사 사장은 여권 실세인 김원기 국회의장의 친동생이다. 여권이 국고보조금 가압류에 따른 민주당의 고통과 반발을 고려했다면 김 의장을 통해 사전에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민주당의 이정일 의원은 “내가 사무총장을 맡고 난 뒤부터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에 빚 변제를 요구했고, 청와대 앞 시위도 벌였지만 여권은 묵묵부답이었다”면서 “당사를 정리하고 연수원을 팔아가며 100억원 이상의 빚을 거의 다 갚은 시점에 빚 변제를 제안한 것은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 안에서는 열린우리당이 △정기국회 등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등 4대 개혁 입법 추진 △내년 4월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과반수 정당 유지 △2006년 지방선거 및 2007년 대통령 선거 전략 등을 위한 다중 포석으로 대선 빚 변제를 제안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문제들은 열린우리당의 정치적 사활이 걸린 주요 과제다. 하지만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핵심 지지기반인 호남지역을 분할하면서 갈등과 반목을 거듭할 경우 성공을 가늠하기 어렵다. 정당지지율에서 한참 앞선 열린우리당 후보가 지난 6월 전남지사 보궐선거, 10월30일 전남 강진과 해남군수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참패한 사례에서 드러나듯, 앞으로 각종 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이 고전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더욱이 각종 여론조사 결과 지난 4월 총선 당시 60%대를 유지하던 호남지역에서의 열린우리당 지지율이 10월부터 30% 후반대로 급락했다.

여권 핵심 인사들도 이런 관측을 전면 부정하지는 않는다. 최근 민주당 의원들을 만나 화해를 설득하고 있는 염동연 의원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계속 갈라설 경우 각종 선거에서 양쪽 모두 어려움에 처할 게 분명하다”면서 “지금 당장 합당을 얘기할 분위기는 아니지만, 힘을 합치는 게 우리의 정치적 도리”라고 말했다. 그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 합당 요구 여론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민주당의 대선 빚 변제 등을 통해 두 당 사이에 우호적 분위기가 성숙되고 국민의 요구가 높아지면 합당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인터뷰 참조).

열린우리당에서는 이미 천정배·염동연·정세균·민병두·신중식 의원 등이 민주당 의원들과 개별 접촉하며 화해를 권유하는 등 적극적인 구애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천정배 원내대표는 지난 11월17일 SBS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민주당과 큰 틀의 개혁을 위해 다시 만날 수도 있다”며 화해 가능성을 공표한 바 있다.

갚고 싶어도 갚을 수 없는…

이런 화해 기류는 아직 열린우리당의 희망 섞인 바람에 가깝다. 두 당 사이에 합당 논의 등 좀더 진전된 관계로 발전하기 위해 넘어야 할 걸림돌도 적지 않다.

첫째, 화해 분위기 조성의 핵심 고리인 대선 빚 변제 방안이 마땅치 않다. 민주당쪽 협상 대표인 김효석 의원은 지난 11월29일 열린우리당과 청와대에 43억원의 대선 빚 변제 목록을 전달했고, 두 의원 사이에 변제 규모와 방식을 둘러싼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개인의 기부 행위만 인정한 현행법을 어기지 않고 별개의 정당인 열린우리당이 민주당의 대선 빚을 갚아줄 방법을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다. 고심하던 두 당 협상 대표인 정세균·김효석 의원은 최근 대여금 제공 방식으로 대선 빚을 변제하기로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열린우리당이 민주당의 대선 빚만큼 돈을 빌려주되, 민주당은 우리당에 다시 되갚지 않고 결손처리하는 조건으로 탕감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안은 자칫 두 당 사이에 변칙적인 자금 제공 논란으로 번질 수도 있다.

둘째,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의원 및 당원들이 두 당의 화해와 재결합에 얼마나 동의할 것인지도 난제다.

여권의 화해 드라이브에 대해 민주당의 의견은 크게 엇갈린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주당 의원은 “최근 한달 동안 여당 의원들이 우리에게 화해와 합당을 강하게 권하고 있지만, 민주당 내부를 볼 때 섣불리 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결국 국민 여론과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 유권자들의 요구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다만 “과거 호남에서 두 당의 통합 얘기를 꺼내지도 못했지만, 최근에는 10명 가운데 4명 정도가 통합을 주문한다”며 “중대한 변화인 만큼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일각에서는 “어차피 춥고 배고픈 2년을 버텼다”며 “오는 2007년 대선 때 유력한 후보를 추대해 여권과 협상하는 전략이 더 현실성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른바 ‘큰 장사론’이다. 민주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이 고려할 수 있는 최선의 카드는 대선 후보 단일화를 전제로 고건 전 총리를 민주당 후보로 모시는 것”이라며 “최근 당 고위 인사들이 고 전 총리와 접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통령감 1위로 꼽힌 고 전 총리가 민주당의 이런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적다는 한계가 있다.

셋째, 합당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 태도를 보여온 한화갑 대표와 이정일 의원 등의 선택도 변수다. 이정일 의원은 “민주당 간판과 돈으로 대통령을 만들어줬더니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만 데리고 정치를 하겠다며 분당했다”면서 “이제 마음이 급해지니 다시 합치자는 것인데, 나와 한화갑 대표는 민주당이 독자적으로 승부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대표와 가까운 한 핵심 당직자는 “한 대표는 그동안 ‘당을 옮긴 적도 계보를 바꾼 일도 없다. 당을 계속 지키겠다’고 말해왔다”면서 “이 말은 개혁 세력 재결집을 명분으로 민주당의 이름을 계승한 정당이 만들어지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열린민주당’ 등으로 절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재보선 연합공천 등 천천히 진행될 수도

이런 복잡한 상황을 고려할 때 두 당은 대선 빚 변제를 지렛대로 다각적인 화해 가능성을 모색하면서, 내년 4월 국회의원 재보선 연합공천 등 사안별 공조를 이뤄낼 것이라는 전망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합당 문제는 이후 국민여론과 정치 지형에 따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 이상렬 의원은 이와 관련해 “현재 민주당 안팎의 분위기를 볼 때 2006년 지방선거 이전에 두 당의 합당을 구체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내년 4월 재보선에서 민주당-열린우리당-한나라당의 분할 구도로 가면 한나당이 모두 이길 것인 만큼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사이에 제한적인 연합공천 가능성은 높다”고 전망했다.



설왕설래 ‘빚 43억원’

민주당이 열린우리당쪽에 변제를 요구하는 대선 빚은 크게 두 부류로 모두 43억1141만11원에 이른다.

먼저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민주당 당사 임대료와 관리비가 가장 큰 목록이다. 민주당은 노무현 대통령 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가 발족한 2002년 10월부터 ‘민주당 신주류’가 탈당한 2003년 9월까지 1년 동안 당사 임대료와 관리비 34억3371만6천원을 모두 대선 비용으로 산정하고 있다. 중앙선대위 출범 이후 당사가 사실상 노무현 대통령 당선을 위해 쓰였고, 대선 이후에도 정대철 대표 등 신주류가 당을 장악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대선 기간에 쓴 각종 홍보물 제작 비용과 관련 잡비 8억7769만5011원이다. 여기에는 선거 당시 국민참여운동본부 선대위 계약직원 활동비(2억6474만원), 노무현 100문 100답 자료집 제작비(1억2061만5천원), 선거 기간에 이뤄진 5차례의 당보 제작 및 우편발송비(2억9692만원)뿐 아니라 시·도지부 및 지구당 임명장 상자 제작비, 국민참여운동본부 전화료, 사무직 임명장 및 위촉장·봉투 자료집 제작비 등 세밀한 부분까지 포함됐다.
민주당은 일단 43억원 전체를 변제받아야 한다는 원칙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돈이 사실상 노 대통령 당선을 위해 쓰인데다, 민주당은 분당 뒤 청와대나 열린우리당으로 옮겨간 당직자들의 퇴직금 정산 등에 필요한 23억여원을 묵묵히 지불했다는 형평성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과 청와대는 43억원 모두를 대선 빚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협상 과정에서 상당한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열린우리당은 일단 선대위 출범 뒤에도 당시 당권을 장악하고 있던 한화갑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구주류가 재정권을 장악한 채 선거 홍보전에 당장 필요한 돈조차 제때 지급하지 않아 노무현 후보 선대위와 갈등을 빚었다는 점, 노 대통령 당선 이후 당권을 장악한 신주류가 갚아준 민주당의 이전 부채도 적지 않다는 점 등을 그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구체적인 실사가 끝나야 알겠지만, 당사 임대료 등 민주당 주장을 그대로 인정할 수는 없다”면서 “정확히 따질 경우 민주당 요구의 10분의 1 수준을 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열린우리당이 옛 동지인 민주당 당직자들의 현실적 고통, 민주당과의 화해에 따른 정치적 효과 등을 감안해 최대한 성의 있게 협상에 임한다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어 어느 정도 선에서 타협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이와 관련 “열린우리당이 한번에 모든 빚을 변제할 수는 없을 것인 만큼 몇번에 나눠서 갚는 조건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선 빚 상환에 깊이 관여했던 민주당 한 의원은 “선거물 홍보료, 당사 임대료 등 대선 빚 처리 과정에서 채권자들과 ‘3분의 1 감액 원칙’을 갖고 협상했고, 이에 응한 빚을 먼저 갚았다”고 말했다. 두 당의 협상 과정에서 그만큼 빚 변제 액수가 줄어들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50년 민주세력을 하나로”

[인터뷰 | 염동연 열린우리당 의원]

최근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화해를 위한 물밑 접촉 과정에서 가장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인물은 염동연 의원(광주 서구갑)이다. 그는 새시대새정치연합청년회(연청) 사무총장과 노무현 대통령 후보 정무특보 등을 거쳐 민주당 핵심인 동교동계는 물론 노 대통령과도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 그가 최근 민주당 의원들을 만나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은 개혁세력의 한 뿌리”라며 ‘개혁세력 통합론’을 외치고 있다. 민주당 의원 상당수가 “염 의원에게서 화해하자는 제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염 의원은 과의 인터뷰에서 “이제 오랜 동지당으로 돌아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합당을 하는 게 우리의 정치적 도리”라며 “노무현 대통령도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은 한 식구, 한 뿌리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화해, 합당을 주장하는 이유는.
=이제 와 합당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나는 열린우리당을 창당한다고 할 때부터 민주당과 분당 없이 함께 가자고 했다. 그런데 민주당이 국민을 외면하고 기득권에서 헤어나지 못했고, 국민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민주당도 4월 총선을 통해 심판을 받았고, 한 차례 걸러졌으니 이제 오랜 동지당으로 돌아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자는 것이다.
-두 당 사이에 구체적인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가.
=아직은 산발적인 단계다. 민주당 의원들과 만나 운동을 함께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단계다. 처녀 총각이 결혼하려면 식사도 하고 극장도 가고, 기회가 되면 손도 한번 잡아봐야 한다. 아직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 진행 중인 민주당의 대선 빚 변제를 잘 처리하고, 일련의 조치를 통해 분위기가 성숙되고, 국민의 요구가 높아지면 합당도 가능할 것이다. 정치는 살아 있는 생물이다. 나는 통합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두 당의 핵심 지지층, 특히 호남 민심이 열쇠인데.
=지금 호남을 비롯한 전통 지지층 사이에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빨리 합당하라는 요구가 많다. 특히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은 50년 민주세력이 합쳐야 한다고 공공연히 말한다. 호남이 그동안 일사불란하게 해왔는데, 지금은 당이 쪼개져 선택에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이런 요구가 없었다. 이런 변화를 볼 때 희망이 있다고 본다.
-염 의원 통합 주장에 노무현 대통령의 뜻이 실린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합당 여부는 결국 국민의 바람이 중요하다. 대통령도 민의를 중시하는 자리다. 노 대통령이 언제 민주당을 적대시하라고 말한 적 있나.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은 한 식구, 한 뿌리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원내 과반을 유지하기 위한 정치적 포석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지금처럼 반목하면 두 당 모두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선거나 다음 정권 획득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50년 정통 민주세력이 다시 힘을 합치지 않으면 약화된다는 우려 때문이다. 합당은 우리의 정치적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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