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로 정치자금 수입 · 지출 전모 공개한 백원우 의원… 투명한 모금 방법 넓혀줘야
▣ 박창식 기자 cspcsp@hani.co.kr
열린우리당의 ‘386’ 인사인 백원우 의원(38·시흥갑·초선)이 자신의 정치자금 수입·지출 전모를 을 통해 공개했다. 국회의원이 관련 장부와 함께 돈사정을 고백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가 선거관리위원회 제출용으로 관리해온 ‘국회의원의 수입·지출부’는 이랬다. 장부는 2004년 5월8일부터 시작해 8월12일까지 정리돼 있었다. 결론적으로 총수입은 1억1244만7795원에 총지출 1억933만492원으로 8월12일 현재 잔액은 311만7303원이었다.
돈 드는 정책활동 엄두 못 낸다
수입은 선거 때 쓰고 남은 돈 1200여만원(5월7일), 후원회에서 들여온 돈 604만여원(5월11일), 선관위에서 받은 선거비용 보전금 680여만원(6월24일), 농협 등에서 빌린 돈 1천만원(7월9·15일) 등이었다. 국회의원 후원회를 6월17일에 등록해 활동 중인데 그동안 600여만원을 모금했지만, 후원회 사무실 자체 유지비(직원 2명 인건비 포함)로 월 500여만원을 쓰다 보니 의원 활동비를 보태진 못하고 있다.
지출은 가장 큰 게 차입금 상환이었다. 6월25일 아버지에게 6천만원, 형에게 1700만원을 각각 갚았다. 백 의원은 “아버지와 형에게 돈을 빌어 국회의원 선거를 치르고 선관위에서 나오는 보전금으로 갚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광재·서갑원·이화영 의원 등과 함께 만든 의정활동연구센터 기금으로 1천만원(7월15일)을 출연한 게 그 다음으로 컸다.
관심의 초점인 ‘국회의원의 일상활동’과 관련해선 △낙지○○집 4만1천원(6월15일) △○○○구이 3만원(6월16일) △00문고 책구입 5만400원(6월17일) 등으로 나타났다. 국회의원의 노동 형태는 사람들을 만나 밥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주된 것인데, 그는 주로 5천~6천원짜리를 먹고 있었다. 딱 한번 크게 ‘쏜’ 것이 6월11일 서울 여의도의 중국음식점 ○○에서의 31만9천원이었다. 그는 “초선에 나이도 적은 편이라 얻어먹는 경우가 많고, 비싼 호텔 따위에 되도록 안 가려고 한다”고 했다.
옥죄기만 하면 부패할 것
장부로 본 그의 ‘정치 활동’은 한마디로 “돈이 들어갈 일은 일절 벌리지 않고 숨만 쉬면서 사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백 의원은 “밥을 먹고사는 일상생활에는 전혀 불만이 없다”며 “그러나 국회 교육위원으로서 학교 실태조사를 하거나 지역구인 시흥의 개발 실태 연구용역 등의 정책활동을 하고 싶지만 2천만~3천만원씩은 들어 엄두를 못 낸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그는 배지를 단 지 몇달 되지 않았는데도 유혹을 느낄 때가 한두번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사학재단이 막강한 자금력을 토대로 사립학교법 개정과 관련해 국회 교육위원들에게 로비를 할 경우…” 등을 들었다. 그는 17대 국회 개원 뒤 중국과 러시아를 다녀왔는데, 그때마다 약간의 참가비만 내고 ‘주최쪽의 호의’에 얹혀 지낸 기억도 개운치는 않다고 했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지난 2월 △국회의원 후원금 모금 행사 금지 △법인명의 후원 금지 △연간 모금한도 1억5천만원으로 축소 등의 내용으로 개정됐다. 이를 두고서는 ‘돈정치’를 막으려는 개혁적인 입법이라는 견해와, 옥죄기만 하면 음성적인 편법이 활개칠 것이라는 주장이 맞서 있다.
백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 제대로 활동하려면 현실적으로 돈이 필요하다”며 “지금 같은 구조에서는 개혁 깃발을 들었던 386 세대도 얼마 안 가 부패의 늪에 빠지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자금 모금방법을 넓혀주되 누구나 투명하게 들여다보도록 하고, 그 기준을 어기는 사람은 다시는 정계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며 ‘투명성과 현실성’을 법 개정 원칙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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