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모의 엽기녀 연이가 남성들을 향해 노리는 완전범죄… 왜 그녀는 귀신이 되려 하는가
▣ 차현숙/ 소설가
마음의 결정을 끝낸 연이는 면도칼을 들고 욕실로 들어갔다. 막상 실행에 옮기자니 볼 살도 빠지지 않은 앳된 얼굴 위로 뜨거운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연이는 겨우 서른두살밖에 안 된 싱글이다.
“더러운 자식! 더러운 자식! 억울해, 억울해!”
그 자식을 어떻게 해서든지 불러내야 한다. 이 면도칼로 그 자식의 ××를 잘라버려야 한다. 연이의 머릿속으로 서른두살의 나이치고는 턱없이 적게 사귄 10명의 남자들 얼굴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너무 순진하고 착해서 남자를 잘못 선택한 걸까? 아니면 남자라는 놈들은 젊거나 늙거나 자신이 사냥한 여자 앞에서는 모두 짐승으로 변해버리는 특수한 유전자를 타고난 것일까?
10명의 ××를 목표로!
귀신보다 무서운 게 남자놈들이고, 특히 목표가 정해지면 후퇴하지 않는 게 그놈들의 ××이다. 그놈들의 ××보다 뻔뻔하고 염치없고 심지어는 싫다고 해도 한사코 좋은 거라고 우겨대는 건 어디에도 없을 거다. 그리고 목표가 달성되면 뒤통수를 친다. 쿨? 그놈의 ‘쿨’이라는 단어는 전적으로 남자에게만 유리하다. 귀신은 한번에 죽이는 걸로 끝내지만 놈들 ××의 쿨은 연이의 피를 말리고 꿈속에까지 무단으로 침입한다. 결국 한밤중에 벌떡 일어나 새벽까지 목을 놓고 울게 만든다. 으으으… 으으으….
이번에 만난 자식이 최악이긴 하지만 다른 9명의 놈들도 만만치 않다. 면도칼은 이제 한 놈의 ××만 노리는 게 아니라 다른 9명의 ××까지 목표가 되었다. 오늘 편의점에서 산 거니까 단칼에 닭똥집처럼 짝하니 잘라질 거다.
연이는 누구보다 자신을 잘 안다. 아는 것도 병이라고 연이의 손안에 있는 면도칼은 일을 끝낸 ××처럼 힘이 없어 보인다.
‘미모의 엽기녀.’
온 나라가 들썩거리다 못해 전세계가 안 그래도 이라크 전쟁 때문에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어디 화끈하게 관심을 돌릴 뭐가 없나 하던 판에 옳다구나 할 것이 뻔하다. 연이는 아직 자신의 미모를 정치적으로 쓸 만큼 나이가 들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부끄러움에 얼굴이 화끈해졌다. 정말이지 예쁜 여자는 사는 데 득보다 실이 많다. 어찌됐든 이 미모 때문에… 10년 만의 더위도 전 국민의 머릿속에서 사라질 것이다. 그 대신 ‘네 물건은 잘 있냐?’ ‘여보, 물건 조심해서 일찍 들어와. 물건 없어지면 나도 죽은 목숨이야. 알았지?’ ‘방심하지 말자. 자나깨나 ×× 조심’ ‘아빠, 오늘 하루도 물건 조심하세요’ 등등의 말들이 공포와 뒤범벅이 되어 모든 사람들을 묘한 오르가슴으로 밀어넣을 것이다.
문득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다는 말이 떠오른다. 다섯 번째 자식은 직장 상사였다. 회사에서 여직원이 어떻게 처신을 해야 최초의 여성 부장이 되는지 알려주겠다고 호텔 칵테일바에 데리고 가서는 칵테일도 제대로 한잔 다 마시기도 전에 호텔 방으로 끌고 갔다. 사람이 말이 먼저 앞서면 안 된다는 말로 시작해서 두 시간이나 연이를 갖고 온갖 체력단련을 하더니 호텔에서 나오자마자 호텔 값이 너무 비싸다고 신경질을 부렸다. 그리곤 체념하듯 “하긴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는 거지”라고 말했다. 그 자식의 ××는 바나나처럼 구부러져 있기 때문에 직선으로 깨끗하게 잘라버리지는 못할 것 같다.
‘완전범죄’… 얻기만 하고 잃을 것이 없는 유일한 방법.
연이는 이제 복수를 가로막는 온갖 거추장스러운 사념에서 해방되어 오직 순수한 복수방법만을 연구하면 되었다. 연이는 조금 가뿐해진 마음으로 우선 오른 다리를 좌변기 위에 올려놓고 난이도가 높은 허벅지 안쪽 항문쪽으로 면도칼을 갖다댔다. 면도칼의 감각이 예민한 부위에 닿자 또다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살아서는 머리가 나빠 복수를 할 수 없다면 할 수 없이 귀신이 되기 위해 죽어야 한다. 무덤 속에서도 머리가 자라나 바닥을 질질 끌며 모텔 방에 귀신답게 들어간다. 한창 커질 대로 커진 ××에 면도날을 대고 두부 자르듯 싹둑 자른다. 그리곤 공포로 입이 턱 벌어진 남자의 입 속에다 집어넣고 ‘꼭꼭 씹어먹어. 난 귀신이야’라고 말하며 이 나라의 호텔과 모텔과 여관과 여인숙과 선팅을 한 차 속에 출몰한다. 생각만 해도 그럴듯하다.
너, 순 걸레구나?
남자들은 모른다. 싫증이 나서 헤어지든, 잘 놀다가 갑자기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에 여자를 거리에 세워놓고 도망치든, 그 여자들이 매일 잠들기 전에 악마든 귀신이든 내 영혼을 팔 테니 그 자식들을 불능으로 만들어달라고 간절히 기도하는 걸…. 아예 잘라주면 더 바랄 나위 없어한다는 걸.
어제 연이는 새벽 2시가 조금 넘어서 잠들었다. 열대야 때문이 아니라 자꾸만 사타구니가 가려워서였다. 왜 가려운지도 모르겠고 하필이면 그곳인지 망측하기 짝이 없다. 며칠 전부터 자꾸 그쪽으로 손이 가고… 긁게 되다 보니 가려움증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이 무더운 여름날에 몸매를 너무 심하게 과시했나? 연이는 타이트한 ‘똥꼬’ 바지를 입고 다리의 각선미를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즐거움을 느꼈다. 처음에는 연한 살이 접혀 갓난아이들처럼 짓물러서 가려운가 보다 생각했다. 깨끗이 씻고 건조시켜서 베이비파우더를 발랐다. 소용없었다. 연이는 온갖 무시무시한 병들을 떠올리며 긁다가 지쳐 깊은 잠에 빠졌다.
“확실하군! 에잇!”
연이는 ‘꿈이 왜 이렇게 생생하지?’ 하면서 비몽사몽 중에 중얼거렸다. 그동안 자연스럽게 아래로 내려가던 손이 조건반사적으로 이번엔 뺨을 감싸고 있다. 연이는 살이 터지는 아픔보다 갑작스런 공포에 소리조차 못 지르고 눈만 커다랗게 떴다. 이게 무슨 일이야? 누가 이 방에 들어와 있는 거야? 강도? 연쇄살인범?….
“일어나. 다 확인했어. 순진하고 깔끔한 척은 혼자 다 하더니 이건 순 걸레구나. 요즘 창녀도 그런 성병은 없어. 너 때문에 약혼 깨지고 그 여자 오빠들한테 얼마나 개처럼 두들겨 맞았는지 알아?”
연이는 뭐라고 말할 사이도 없이 개처럼 두들겨 맞았다. 때리던 놈도 더운지 선풍기를 켜고 앉아 정신적 위자료로 얼마를 낼 건지 말하라고 한다.
“성병이라니? 그리고 약혼자라니?”
“약혼자가 있다는 걸 말하려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깜박 잊은 건 내 잘못이지만, 너 거기 가렵지? 그거 윤락여성들에게만 있는 벌레들 때문이야. 일종에, 거기에만 벌레가 생기는 성병이란 말이야. 어떻게 정신적 피해보상을 할래?”
“난 억울해. 너야말로 그 여자한테서 나에게 성병인지 하는 걸 옮겨온 게 더 일리가 있잖아?”
“너하고 그때 그러고 그 다음에 그 여자랑 그랬는데, 그게 말이 돼?”
연이는 또다시 개처럼 두들겨 맞고 매에 장사 없다고 무조건 인정하고 항복했다. 실컷 분풀이를 한 그 자식에게 그래도 최후까지 연이는 물었다. 근데 어떻게 들어왔어? 넌 내가 열쇠수리공이라는 것도 모르냐?
연이는 민둥산이 된 자신의 하체를 보자 억울함이 사무쳐 가위로 머리를 싹둑싹둑 자르기 시작했다. 여자의 한은 오뉴월에도 서리를 내리게 한다는데 이대로는 살지도 죽지도 않을 거야!
성기를 입에 물고 과다출혈로 사망
바나나처럼 구부러진 물건을 갖고 있는 박 상무는 늦은 오후에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응, 나 귀신인데 너무 심심해. 우리 귀신놀이하고 놀래? 자기 바나나가 필요해.”
박 상무는 목소리만으로도 2년 전에 이렇게 쉬운 여자가 있을까, 하고 마음껏 ××를 해방시켰던 그 여자를 금방 떠올릴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여편네가 꼴도 보기 싫은 참에 신바람이 나서 거기가 어디냐고 묻고는 곧장 차를 몰았다.
경기도에 있는 모텔에서 48살의 박아무개씨가 예리하게 잘린 성기를 입에 물고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도 열쇠수리공인 김아무개(34)씨가 똑같은 범행 방법으로 살해됐다. 이어 또 다른 사망자가 있다는 모텔 주인의 신고가 경찰로 들어왔다. 일단 발견된 첫 두 사람은 사망 추정 시간이 몇 시간 차이가 나지 않아 전혀 동일범의 소행으로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이후 발견된 남자들도 모두 동일한 수법으로 살해됐다. 이상하게도 죽은 남자들은 모두 스스로 투숙하고 살해됐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국힘 “이재명 불출마 선언하면 윤 대통령 하야할 수도”
[단독] 김용현 “윤석열, 직접 포고령 법률검토 했다”
[단독] 경찰들 “윤석열 ‘가짜 출근’ 쇼…이미 다 아는 사실”
‘박근혜 특검팀장 윤석열’ 데자뷔…경호실에 막힌 경찰 압수수색
신라왕실 연못서 나온 백자에 한글 ‘졔쥬’ ‘산디’…무슨 뜻
‘친윤’ 결집의 순간 [한겨레 그림판]
경찰, 대통령실 압수수색…경호처와 대치 중
‘정부 대변인’ 유인촌 “계엄 전부터 탄핵 탓 국정 어려워”…계엄 합리화
부산 여고생 “국민이 진 적 없다” 116만뷰 열광시킨 연설
한덕수 “공동 국정운영안, 발표 전까지 못 봐”…한동훈 단독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