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의 70%까지 빌려주는 장기 고정금리 대출… 금리는 7% 안팎에서 결정될 듯
한 부동산 정보제공업체에 따르면 도시근로자 가계가 서울에서 25평형 아파트(매매가 2억2200만원)를 마련하는 데 무려 18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 평균소득 301만9천원 중에서 한달에 231만2천원을 쓰고 남은 돈을 모두 저축해 집을 산다고 가정할 때 걸리는 기간이다. 은행 돈을 빌리지 않고서 한푼 두푼 모아 내 집을 갖는다는 건 그야말로 꿈같은 얘기다.
은행 대출보다 금리가 높은 이유
그런데 요즘 서민과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 꿈이 부풀고 있다. 오는 3월부터 우리나라에서도 모기지론(Mortgage Loan·주택담보 장기대출)이 선뵈기 때문이다. 모기지론은 집값의 최고 70%(최대 2억원)까지 목돈을 대출받아 집을 산 뒤 10∼20년 동안 원리금을 갚아나가는 제도다. 집값의 30%만 있어도 내 집을 장만할 수 있는 것이다.
모기지론 대출상품을 제공하는 곳은 3월2일 새로 설립되는 한국주택금융공사다. 은행 등 금융기관마다 이미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운용하고 있는데 모기지론은 과연 무엇이 다른 것일까? 첫째, 모기지론은 10∼20년짜리 장기대출이다. 반면 시중은행의 일반 주택담보대출은 3년짜리 단기대출이 대부분이다. 둘째, 모기지론의 주택담보비율(LTV·집값에 대한 대출금의 비율)은 최고 70%로, 시중은행(40%)보다 훨씬 높다. 셋째, 은행의 일반 주택담보대출 상품은 대부분 변동금리이지만 모기지론은 돈을 빌릴 때 이미 대출금리가 확정되는 고정금리다. 즉, 10∼20년간 매월 동일한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면 된다.
모기지론과 일반 주택담보대출상품의 이런 차이는 대출자금의 조달 방법에서 비롯된다. 모기지론은 주택저당증권(MBS) 발행을 통해 대출자금을 조달한다. 금융기관이 집을 담보로 주택구입자금을 빌려주면서 확보한 담보물건을 주택금융공사가 넘겨받은 뒤 이 대출채권을 근거로 10∼20년짜리 자산유동화 채권을 발행하고, 이 채권을 기관투자가 및 개인투자자들에게 팔아 조성한 자금으로 주택 구입자에게 대출해주는 것이다. 이와 달리 은행 주택담보대출 자금의 원천은 3년 미만의 단기 예금이라서 3년 안에 회수하는 돈을 10∼20년짜리 장기대출에 쓰기 어렵다.
물론 기존의 은행 주택담보대출도 이자만 꼬박꼬박 내다가 만기가 도래하면 원금상환을 얼마든지 연장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대출로 돌릴 수 있다. 은행도 사실상 장기대출을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문제는 ‘대출금리’다. 모기지론 대출금리는 향후 시장금리 및 주택금융공사가 얼마나 저렴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현재로서는 7% 안팎에서 대출금리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현재 은행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대출금리는 대체로 6%대다. 모기지론은 고정금리라서 금리가 오를 것에 대비해 상품을 설계하다보니 리스크 프리미엄이 붙어 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
소득공제 효과 감안하면 6% 안팎
예컨대 연리 7%를 적용하고 20년짜리 모기지론으로 1억원을 빌린 경우 대출자가 다달이 갚아야 할 원리금은 약 78만원이 된다. 그런데 근로소득자의 경우 모기지론 이자 상환분에 대해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 혜택을 받는다. 전용면적 25.7평(보통 32∼33평형) 이하 주택을 구입할 때 15년 이상 장기대출에 한해 이자로 낸 돈에 대해 연간 1천만원까지 소득공제를 해주는 것인데, 이를 감안하면 부담하는 실제 금리는 연 6% 안팎이 된다. 20년간 78만원씩 내야 하지만 실제 부담은 67만원 정도가 된다는 애기다. 특히 은행 주택담보대출은 변동금리라서 금리가 오를 때 원리금 부담이 커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모기지론은 고정금리라서 나중에 금리가 올라도 부담이 늘지 않는다. 특히 일반적으로 물가가 오르면서 명목소득이 증가하는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상환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모기지론과 기존의 은행 주택담보대출 중 어느 것이 더 유리한지는 대출금리와 자금 형편을 따져봐야 한다.
모기지론 대출 업무를 보는 곳은 주택금융공사가 아니라 공사와 협약을 맺은 은행·보험사·상호신용금고·새마을금고 등이다. 공사가 제공하는 모기지론의 대출금리는 똑같지만 실제로는 금융기관에 따라 적용하는 금리가 약간씩 다를 수 있다. 금융기관별로 챙기는 수수료 크기에 따라 금리를 더 낮춰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기지론이 ‘또 다른 월세’에 불과한 게 아니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고정금리이기 때문에 집값이 오른다고 갚아나가야 할 상환액이 커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처음 대출계약을 체결할 때 대출자가 적용받는 금리는 대출 시점과 대출자의 조건(소득수준, 신용도 등)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설립사무국은 “시장금리를 반영해 일정 기간(예컨대 3개월)마다 모기지론의 기본 대출금리를 변동시킬 예정”이라며 “특히 대출 직후 1년 정도의 거치기간을 둬서 일단 이자만 갚아나가도록 해 초기 부담을 덜어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금리가 앞으로 상승할 것으로 판단하면 모기지론을 일찌감치 받는 게 유리하다.
5년 내 중도 상환하면 수수료 물어야
그러나 모기지론이 장기대출이라 하더라도 이자뿐 아니라 원금까지 다달이 갚아야 하므로 원리금 부담이 만만치 않다. 매월 대출상환액이 월 소득의 3분의 1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선에서 대출금액을 결정하는 건 이 때문이다. 연 7% 금리로 1억원을 빌리려면 월 234만원(월 상환액 78만원×3) 이상의 소득이 있어야 한다. 다만, 맞벌이 부부의 경우 배우자의 소득을 합산할 수 있으므로 대출 가능액이 더 늘어난다.
모기지론을 받으려면 만 20살 이상의 무주택자 또는 1가구 1주택자여야 한다. 무주택자의 경우 집을 새로 구입할 때 돈을 대출해주고 이와 동시에 금융기관에서 저당권을 설정한다. 이미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을 산 1가구 1주택자도 기존 주택담보대출을 모기지론으로 갈아탈 수 있다. 모기지론을 중도상환할 수도 있는데, 다만 대출일로부터 5년이 경과하지 않았다면 수수료(약 1∼2%)를 물어야 한다. 모기지론을 투기 목적으로 악용하는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모기지론을 이용하는 도중에 원리금을 갚지 못해 연체하면 주택금융공사가 집을 경매에 넘겨 대출금을 회수하게 된다. 아파트는 물론 연립주택·단독주택·다세대주택도 모기지론을 이용할 수 있고, 상가와 오피스텔은 제외된다. 아파트를 분양받은 경우 모기지론으로 중도금을 대출받을 수는 없다. 모기지론은 주택이 완공돼 저당권 설정이 가능한 시점에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앞으로 ‘역(逆)모기지론’이 등장할 것이라고 성급하게 추측하는 쪽도 있다. 신혼부부가 결혼하자마자 모기지론으로 집을 사 20∼30년간 원리금을 갚고 나면 온전히 자기 소유가 되는데, 그즈음이면 직장에서 은퇴할 시기가 다가오고 가진 건 집밖에 없게 된다. 그러면 이번에는 거꾸로 모기지 회사에서 집주인한테 다달이 돈을 주고 집주인이 죽으면 모기지 회사가 집을 처분해 현금화하는 데, 이것이 역모기지론이다. 결국 죽을 때 사진 몇장만 남을 뿐 자식한테 돌아가는 유산은 한푼도 없어진다. 그러나 이런 역모기지론은 아파트 수명이 60∼70년이나 되는 미국에서나 가능하지 20년이 지나 원리금을 다 갚고 나면 집의 자산가치가 희박해지는 우리나라에서는 현실성이 아예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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