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3월, 작은 학교를 찾아 인천 옹진군 자월면 대이작도에 있는 인천남부초등학교 이작분교를 취재했다. 당시 이작분교 전교생은 8명, 교사 2명에 교직원 1명, 그리고 형을 따라 학교에 나온 예비학생까지 운동장에 모인 12명을 사진에 담았다. 당시에도 우리나라 출산율은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지만 요즘처럼 가파르진 않았다. 2022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가임기간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0.78명으로 떨어졌다. 인구감소의 여파로 2023년 새내기를 한 명도 받지 못하는 전국 초등학교가 147곳에 이른다.
이작분교 상황이 궁금해 2023년 3월13일 26년 만에 다시 대이작도를 찾았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고속여객선을 타고 1시간20분을 달리면 소이작도와 마주한 대이작도에 닿는다. 현재 110가구에 주민 200여 명이 살고 있다. 학교 앞에 이르니 낡은 교사를 헐어내고 세련된 목조 건축물로 새로 지은 교사가 첫눈에 들어온다. 이작분교는 학교 규모가 조금 불어났다. 초등학생 9명과 병설 유치원생 1명이 재학 중이고, 교사 6명에 교직원 1명이 재직 중이다.
전국적 흐름과 달리 불어난 학생들을 카메라에 담을 생각에 부풀었다. 하지만 섬 지역의 특수성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풍랑주의보 탓에 소이작도에 사는 학생 5명이 이틀간 등교하지 못했다. 이 학생들은 집에서 비대면으로 수업에 참여했다. 결국 26년 만의 이작분교 단체사진에는 초등학생 4명, 유치원생 1명, 교사 6명만이 담겼다.
그래도 반가운 일은 1997년 사진 속 아이 중 막내 김민욱(30)씨가 섬을 지키고 있었다. 김씨는 초등학교 졸업 뒤 뭍으로 나가 중고등학교와 병역을 마친 뒤 섬으로 돌아왔다. 어업과 숙박업을 하는 부모님을 도와 함께 일하고 있다. 형과 떨어지기 싫어 학교까지 따라왔던 개구쟁이가 마을 공동체 일에도 몸을 아끼지 않는 어엿한 청년으로 자랐다.
하지만 이작분교의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 유치원생이 다섯 살이라 내년엔 신입생이 없다. 또 올해 5명인 6학년생들이 졸업하면 전교생은 4명으로 준다. 현재 4학년인 3명까지 졸업하면 유치원생이 입학해도 전교생은 2명이다. 온 나라가 겪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절벽 문제를 이 학교도 고스란히 안고 있다.
옹진군 대이작도(인천)=사진·글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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