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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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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가는 한지처럼

전통 방식으로 3대째 한지 만드는 이상옥 장인
등록 2020-03-07 23:13 수정 2020-05-03 07:17
포근한 날씨를 보인 2월14일 지리산이 둘러싼 경남 함양군 마천면 창원마을에서 한지 장인 이상옥씨가 닥나무로 풀을 쑨 뒤 거름판에 걸러 한지를 만들고 있다.

포근한 날씨를 보인 2월14일 지리산이 둘러싼 경남 함양군 마천면 창원마을에서 한지 장인 이상옥씨가 닥나무로 풀을 쑨 뒤 거름판에 걸러 한지를 만들고 있다.

지리산 자락에 자리잡은 경남 함양군 마천면 창원리. 종이 원료인 닥나무를 재배해 이를 삶아 거름판에 걸러내는 전통 방식으로 한지를 만드는 장인이 있다.

봄기운이 피어오르는 산마을에서 이상옥(74)씨가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한지를 만들고 있다. 물에 풀어헤친 닥나무풀을 거름판을 앞뒤 양옆으로 움직이며 걸러, 판을 덮어나간다. ‘흘림뜨기’라고 하는 이 전통 방식은 웬만큼 숙련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기술이다. 가로세로 양방향으로 움직이는 건 종이가 잘 찢어지지 않게 하는 핵심 기술이다. “젊어선 하루에 500장씩 떴는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요샌 힘이 부쳐서 많이 못 떠. 종이가 문화재 보존하는 데 쓰이니 좋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이상옥씨가 말한다.

이씨가 만든 한지, 특히 창호지는 우리나라에서 손꼽을 정도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여러 문화재를 복원하는 데 쓰일 뿐 아니라 사찰에서 경전을 만들 때도 사용된다. 주변에 사찰이 여럿 있어, 예전에는 이곳 창원마을에 한지 공장이 수십 곳 있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이씨만 겨우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이씨가 십 대 때부터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도와 시작한 한지 작업은 벌써 60년째를 맞았다. 4대째인 아들 권희(41)씨도 나무를 나르는 등 아버지를 거들며 곁을 지키고 있다. 나무를 가꾸는 것부터 온갖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지만, 전통을 잇는다는 자부심에 권희씨의 발걸음이 가볍다.

이상옥씨(맨 뒤)가 닥나무를 찌고 있다. 맨 앞에 나무를 나르는 이는 아들 권희씨다.

이상옥씨(맨 뒤)가 닥나무를 찌고 있다. 맨 앞에 나무를 나르는 이는 아들 권희씨다.

8시간 동안 쪄서 껍질이 오그라든 닥나무.

8시간 동안 쪄서 껍질이 오그라든 닥나무.

마을 주민이 닥나무 껍질을 벗기고 있다.

마을 주민이 닥나무 껍질을 벗기고 있다.

벗긴 닥나무 껍질을 집 앞 냇가로 옮기고 있다.

벗긴 닥나무 껍질을 집 앞 냇가로 옮기고 있다.

닥나무 껍질을 물에 불리고 있다.

닥나무 껍질을 물에 불리고 있다.

불린 닥나무 껍질의 검은 부분을 칼로 벗겨낸다.

불린 닥나무 껍질의 검은 부분을 칼로 벗겨낸다.

손질한 닥나무 껍질을 가마솥에 넣고 8시간 동안 삶는다.

손질한 닥나무 껍질을 가마솥에 넣고 8시간 동안 삶는다.

거름판으로 걸러낸 한지를 뜨거운 철판에 붙여 말린다.

거름판으로 걸러낸 한지를 뜨거운 철판에 붙여 말린다.

이씨가 만든 한지는 중국산보다 값은 비싸지만 품질이 뛰어나 주문이 밀려든다.

이씨가 만든 한지는 중국산보다 값은 비싸지만 품질이 뛰어나 주문이 밀려든다.

함양=사진·글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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