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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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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도시

꿀벌과 인간이 공존하는 녹색 생태계를 만드는, 빌딩숲 속 도시 양봉인들
등록 2014-08-27 16:58 수정 2020-05-03 04:27
지난 8월1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건물 옥상에서 지난 3개월간 모아진 꿀을 따서 채로 거르는 이경옥씨의 얼굴에 함박 웃음이 피어나고 있다.

지난 8월1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건물 옥상에서 지난 3개월간 모아진 꿀을 따서 채로 거르는 이경옥씨의 얼굴에 함박 웃음이 피어나고 있다.

모든 현화식물의 80%가 곤충에 의해 수분을 하는데 이 중 약 85%를 꿀벌이 담당하고 과일나무의 경우에는 그 비율이 90%에 이른다. 또 전세계 식량의 3분의 1이 곤충의 꽃가루받이에 의해 생산되는데 그중 80%가 꿀벌의 도움을 받고 있다. “벌이 사라지면 4년 이내에 지구가 멸망한다”는 아인슈타인의 말이 거짓이 아닌 까닭이다. 이처럼 지구 환경생태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깨끗한 환경의 지표로 꼽히는 꿀벌의 개체 수가 원인 모를 이유로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처럼 생태계에 적신호가 켜진 가운데 도시 양봉을 하는 사람이 점차 늘고 있다. 도시 양봉인인 박진 어반비즈서울 대표는 “꿀벌은 고온건조한 환경을 좋아하는데 도시가 그에 딱 맞는 기후를 가졌고 농촌에 비해 다양한 밀원이 존재하고 농약에 의한 폐사 위험도 시골보다 낮다”며 “벌통 하나를 설치하는 데 드는 비용은 불과 15만원 정도고 여기에서 연 5kg, 가격으로 치면 50만원 정도의 꿀을 얻을 수 있다”고 도시 양봉의 장점을 말한다. 지난 8월16일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건물 옥상에서 지난 3개월간 모아진 꿀을 따는 작업을 하고 있던 이경옥(63·서울 강서구 목동)씨는 “귀농에 관심을 두고 양봉을 배운 지 1년이 됐는데 첨엔 무섭기만 했던 벌들이 이젠 사랑스럽다”며 “깨끗한 환경을 지켜나가는 데 일조한다는 자부심까지 덤으로 얻었다”고 말한다. 현재 서울에는 총 15군데의 도심 양봉장이 운영 중이다. 도심 한복판에서 벌을 치는 외국의 양봉 도시들처럼 도시 양봉의 생태적 가치를 알리고 다양한 연계 활동을 통해 경제적·사회적 부가가치를 만들어낸다면 벌과 인간이 공존하는 도시 생태계를 복원할 날이 그리 멀지 않을 것이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욕심내지 않으며 열심히 일하는 벌들의 삶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웠어요.” 도시 양봉을 배우는 사람 중 가장 어린 최유림(18·용인외고 3·오른쪽)양이 박진(왼쪽) 어반비즈서울 대표와 함께 서울 명동 유네스코회관 12층 옥상에 설치된 하늘양봉장에서 꿀벌의 상태를 둘러보고 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욕심내지 않으며 열심히 일하는 벌들의 삶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웠어요.” 도시 양봉을 배우는 사람 중 가장 어린 최유림(18·용인외고 3·오른쪽)양이 박진(왼쪽) 어반비즈서울 대표와 함께 서울 명동 유네스코회관 12층 옥상에 설치된 하늘양봉장에서 꿀벌의 상태를 둘러보고 있다.

지난 8월5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노들섬에서 열린 양봉교육에서 교육생들이 꿀벌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지난 8월5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노들섬에서 열린 양봉교육에서 교육생들이 꿀벌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지난 8월1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건물 옥상에서 어반비즈서울의 한 회원이 지난 3개월간 모아진 꿀을 따기 위해 채밀기에 벌통을 넣고 있다.

지난 8월1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건물 옥상에서 어반비즈서울의 한 회원이 지난 3개월간 모아진 꿀을 따기 위해 채밀기에 벌통을 넣고 있다.

건강한 꿀벌이 가득 찬 벌통의 모습. 건강한 벌을 키우려면 관리자의 세심한 보살핌이 필요하다.

건강한 꿀벌이 가득 찬 벌통의 모습. 건강한 벌을 키우려면 관리자의 세심한 보살핌이 필요하다.

꿀벌의 최대의 적인 말벌이 벌통 앞에 놓인 유인기에 잡힌 모습.

꿀벌의 최대의 적인 말벌이 벌통 앞에 놓인 유인기에 잡힌 모습.

사진·글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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