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고 날도 겁나게 더운데 먼 길 오느라 수고가 많겠어요 잉.” 구수한 말솜씨로 기자를 맞는 쥘부채의 명인 김대석(66)씨의 남도 사투리가 정겹다. 전남 담양에서 3대째 전통을 이어온 김대석 명인은 국내에 유일하게 남은 접선(쥘부채)장이다. 담양군 만성리는 예로부터 부채로 유명한 곳이었으나 1990년대부터 중국산 저가 부채와 기계가 도입되면서 마을 내 대부분의 접선장이 사라졌고 김대석 명인만이 홀로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김씨의 부채 만드는 기술은 그동안 향토무형문화유산 제2호로 지정돼 보존돼오다가, 2010년 전남도가 무형문화재 제48호 선자장(扇子匠)과 제48-1호 접선장(摺扇匠)으로 추가 지정하면서 전승의 길이 활짝 열리게 됐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아버지를 도와 50여 년간 부채를 만들어온 김씨는 아버지와 함께 1980년대까지 1년에 10만여 개의 부채를 만들어 팔았다. 김씨는 “먹고살기가 힘든 때여서 일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며 “선대의 뿌리가 남아 있는 고향에서 가업을 이으며 살고 있는 것이 보람”이라고 말한다.
쥘부채는 겨울부터 부채에 쓸 초지를 준비하고 다듬고 말리며 색을 입히는 과정을 기계의 도움 없이 오로지 손으로 작업한다. 부채 하나를 만들려면 다섯 단계를 거치는데, 먼저 초지방에서 대를 썰어 쪼갠 뒤 깎고, 정면방에서 깎아놓은 초지로 부채 몸통을 제작한 뒤, 사복방에선 부챗살에 구멍을 뚫어서 철사로 사복을 박는 과정을 거치고, 한방에선 종이를 재단해 접는다. 마지막으로 도배방에서 한지를 붙이는 다섯 개의 방을 거쳐야 한다. 김씨는 아내 정명순(55)씨와 오방을 돌며 손작업을 한다. 한량무를 추는 춤꾼들의 부채, 남사당패의 줄타기용 부채, 무속인이 사용하는 부채 등은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김씨의 공방에서만 생산된다. “어떻게 세월이 흘러왔는지 모르지라. 자고 깨면 오로지 부채만 만들었으니께요.” ‘紙竹相合 生氣淸風’(지죽상합 생기청풍), ‘종이와 대나무가 만나 맑은 바람을 일으킨다’라는 부채의 뜻처럼 사람들에게 맑은 바람을 전하는 보람에 산다는 김씨는 앞으로 사람들에게 쥘부채 만드는 법을 가르쳐 전통을 잇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는 작은 바람을 펼친다.
담양=사진·글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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