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을 진행하다 중단된 캄보디아 프놈펜 보레이케일라의 부서진 건물에서 철거민들이 생활하고 있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5번 고속도로를 따라 차를 타고 북서쪽으로 40여km를 달리면 나지막한 산이 하나 나온다. ‘우동’(산스크리트어로 ‘최고’를 뜻한다)이라 불리는 지역이다. 17세기 초반부터 2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캄보디아의 수도가 있었다. 지금은 옛 수도의 흔적은 없고 산 위에 사원과 불교센터가 있을 뿐이다. 우동산을 돌아 흙먼지가 날리는 비포장도로를 5분여 가면 자그마한 시골 마을이 나온다. 양철집들은 일정한 규모로 지어 거의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이곳에는 프놈펜 보레이케일라 재개발구역에서 쫓겨난 철거민들이 살고 있다.
2012년 1월 프놈펜에서 살고 있던 140여 가구 587명이 강제로 우동 지역에 있는 두 마을에 버려졌다. 이곳에는 전기와 수도가 들어오지 않는다. 한국 시민단체가 우물을 설치해줘 식수를 해결하고 있다. 학교, 병원, 공공기관, 상가 등 아무런 기반시설도 없다. 농사지을 땅도 없고 기반시설이 없기 때문에 직업도 구할 수 없다.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외지로 떠났다.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면 학교가 있는 지역을 찾아 마을을 떠나야 한다. 마을 대표 카에우부티(47·여)는 “아들 두 명은 다른 지역에 가서 채소가게를 하고 있고 손자 한 명은 학교를 다니기 위해 친척에게 보냈다”고 말했다. 자기는 마땅히 할 일이 없어 생계 수단으로 프놈펜으로 나가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모토돕(오토바이에 사람을 실어나르는 일)을 하고 있단다.
프놈펜 보레이케일라에서는 2004년부터 재개발이 진행됐다. 건설회사는 이전부터 살고 있던 1776가구에게 재개발이 끝나면 집을 주기로 약속했다. 건설회사는 아파트 10동을 지을 계획이었으나 8동만 짓고 부도가 났다. 348가구가 집을 받지 못했다. 철거민들은 여당 상원의원이 대표로 있는 건설회사가 고의로 부도를 냈다고 주장한다. 철거민들은 정부와 회사에 집을 제공해달라며 건설현장에 천막을 짓고 농성을 시작했다. 정부는 경찰을 동원해 철거민들을 강제로 쫓아낸 뒤 우동 지역에 버렸다. 시골에서 먹고살 거리가 없던 철거민들이 직업을 찾아 다시 보레이케일라로 돌아왔다. 지금은 45가구가 쓰레기가 넘치고 비바람을 제대로 막아주지 못하는 천막과 철거가 중단된 위험한 건물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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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는 매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5~7%를 기록하고 있다. 급격한 경제성장을 하면서 도심 지역 재개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기존 거주민들은 재개발 지역에서 땅과 집을 잃고 쫓겨나고 있다. 개발이익은 건설회사가 가져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서울 용산 재개발 상황과 같다. 거주민들의 삶은 해체되고 가족은 흩어진다. 철거민들은 경찰과 건설회사의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철거민 대표인 소선(57)은 쓰레기 뭉치가 쌓인 건물 앞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원하지 않는다. 단지 살아갈 집과 일을 원할 뿐이다. 정부와 회사는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놈펜(캄보디아)=사진·글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철거민들이 강제 이주된 우동 지역의 마을 우물에서 아이들이 물을 퍼올리고 있다.
철거민들이 살고 있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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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레이케일라의 천막집. 이곳에 9명의 가족이 살고 있다.
닭들이 보레이케일라 지역의 쓰레기 더미에서 먹을 것을 찾아다니고 있다.
베드로재단 자원봉사자들이 아이들과 놀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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